부유하는 유부

[한시적 조직생활] 빠르게 인류애가 식는 방법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어쩔 수는 없나보다

2025.09.19 | 조회 1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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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부유하는 유부입니다. 가을이 언제 오나?를 외쳤는데, 비와 함께 가을이 추적추적 오는 것 같은데요. 이번 비가 그치고 한층 더 시원해질 바람을 기대하며, 이번 공통주제 공유해봅니다. 바로 ‘한시적 조직생활’입니다. 회사 밖에서 내 일을 찾겠다던 두 사람, 저와 곰자자족이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한시적으로 조직생활 중인데요. 서로의 근황 토크 속 오가는 푸념이 이번 레터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과연 두 에디터의 회사생활 실험은 어떻게 진행되고, 마무리 되었는지 구독자님께 나눠봅니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그라스처럼 저도 바람에 나부끼며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습니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그라스처럼 저도 바람에 나부끼며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습니다.

끝을 알고 시작하는 관계는 애틋하면서 동시에 산뜻하기도 하다. 올해 초 자원봉사를 하던 수목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나의 마음이 딱 그랬다. 10개월의 근무를 계약했으니 딱 그만큼만 오롯이 쏟아보자 다짐했다. 이전 레터에서도 이야기 했듯 수목원에서 근무는 모니터 앞에 앉아 있다가도 몸이 찌뿌둥할 때면 또 기분이 별로면 밖으로 나가면 된다. 문 밖으로는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연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뭉쳐 있던 기분도 금세 풀어져 버린다. 물론 할 일도 그 곳에 더 많았다.

아무리 그래도 정원만 보며 일할 수 없는 노릇. 사람을 마주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조직생활의 숙명이다. 다시금 느끼지만 일을 한다는 건 인류애를 잃기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닌가 싶다. 일상에서 스치는 왜 저럴까?’ 하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스치면 되고, 또 안 만나면 그만인데, 일터에서는 왜 저럴까?’를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하며 그 주인공과 부대껴 하루를 보내야만 한다. 특히 이해되지 않는 이상한 면모는 각자의 이익이(이를테면 업무량이라든지, 실적이라든지) 맞닿는 부분에서 더 도드라지기 마련이라 봉인됐던 육두문자가 나오는 날이 늘어난다.

현재 나의 계약이 2개월 남은 시점, 이런 순간들은 여지없이 도래했고 최근 더 자주 마주한다. 내가 고른 유일한 가족, 남편도 이해가 안 갈 때가 있는데 고르지도 못한 인간 군상들이니 말해 뭐할까 싶다. 그런데 가만 보니 조직의 환경, 시스템이 일하는 방식에 중요하겠구나 싶다. 이곳에서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더 열심히! 더 잘보다는 무리하지 말라. 물론 내게 맡겨진 업무의 중요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내 주변 구성원의 연령도 올라간 것도 한 몫 하겠지만, 어차피 내일도 할 일, 길게 가야 하니 지금부터 힘 뺄 필요 없다며 만류하는 느낌이랄까? 이해가 가면서도 또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 한낮의 볕은 뜨거운데 친구들이 놀러와 술래잡기를 합니다. 이런 모습엔 뭉친 맘이 슥 풀립니다.
아직 한낮의 볕은 뜨거운데 친구들이 놀러와 술래잡기를 합니다. 이런 모습엔 뭉친 맘이 슥 풀립니다.

의아한 점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행사를 주관하던 한 주무관이 첫 회의를 진행하고 다음주 바로 발령이 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주말을 빼면 2일 만에) 아무런 언급 없이 다른 주무관에 의해 행사 관련 카톡방이 만들어졌다. 당시 회의 했던 주무관은 초대 안하냐는 질문에 발령이 나서 본인이 맡게 됐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리고는 행사 관련 사항을 기간제인 내가, 들었던 것을 새로 담당했다는 주무관에게 다시 전달했다. 갑작스러운 발령이었고, 하룻밤 사이 인수인계를 해야 해 제대로 다 하지 못한 듯 했다. 이렇게 인수인계 기간이 없다고? 의아해 했는데, 공무원의 세계는 그렇다는 주변 이야기를 들었다. 발령이 나면 당일 바로 발령지로 떠나는 거라고. 그래서 항상 발령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데 글쎄...

좋게 말해서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거지, 그냥 일을 던지고 가도 상관없는 것 아닌가? 결국 뒷일은 맡은 사람이 어떻게든 해내야 하니까. 애초에 열심히 해도 크게 표가 안 나는 자리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성과에 대한 보상이 뚜렷한 조직도 아니고, 사고만 나지 않으면 티나지 않을테니까. 그래서 다들 무기력?한 것인가 싶다. 매우 바쁘고 내가 보기에도 딱한 힘들어 보이는 주무관도 있다. 하지만 평균값은 느슨해 보이는 것이 사실. 물론 이것은 내가 본 이 세계의 아주아주 일부겠지만. 여튼 다시 이해해보려 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지점이다. 발령 시점을 발표일보다 일주일쯤 늦추면 아니 2~3일이라도 늦추면 되는 거 아닌가? 계속 질문이 생기는 지점이었지만 어찌할 수 없으니 질문을 멈췄다.

하지만 그래도 이 일을 이렇게 잡고 늘어진다고?’, ‘걱정은 된다고 하면서 왜 계획은 안 짜고 시간만 날리지?’ 이런 의문(사실은 화🤬)들이 계속 찾아온다. 결과가 어쨌든 일단 시작할 때는 지난 프로젝트보다 더 잘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일을 해왔고 그게 당연하다 믿었는데 이 곳에서는 사고만 나지 말자의 안전제일주의여서 나의 갑갑증이 배가 된다. 이것도 병이다. 고작 10개월 기간제로 일하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시키지도 않는 일을 만들어 하고 그러는 건가? !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는 괴테의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ㅎㅎ (허접한 상황에 대문호의 말을 가져오니 너무 거창한가 싶지만 그래서 더 위로가 된다😅)

아무튼 한시적인 조직생활을 하며 깨닫는 것은 나는 일이 되게 만드는 것이 편한 인간이구나. 가스라이팅으로 앞만 보던 달리던 경주마 같던 시절이 싫어 회사 밖으로 나왔는데, 다시 돌아간 조직에서는 시키지 않아도 볶아치즘(‘자기 자신을 들들 볶는다라는 말이 이념화된 단어. 팟캐스트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에서 유래)에 빠져 남들은 고요한데 속만 불타고 있다. 시키지도 않은 일들까지 만들어 하면서 동시에 이것까지 내가 하는 게 맞냐?는 하소연을 들을 때마다 남편은 그냥 해라고 이야기한다. 어차피 그 일을 하고 있고, 그 편이 마음이 더 편하다면 몸이 고생하더라도 그냥하라고 말이다.

흔히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편다고 했지만, 남편의 의견은 달랐다. 일단 눕는 사람들이 있다고. 그러면 주변에서 자리를 만든다고. 나는 아무리 가도 일단 눕는 사람은 못될 것 같고, 궁시렁 거리며 옆에서 주문하지도 않는 자리를 알아서 만들고 있을 것 같다. 사실 너 일어나!’라고 이야기 해야 속 시원하겠는데 말이다. 그렇게 말도 못하는 소심한 노예는 일단 다가온 행사나 무사히 끝나길 바라며 또 주섬주섬 할 일을 찾아 출근해야겠다. 우선은 일이 되는 방향으로 가보자.

벌써 밤이 익어 떨어집니다. 곧 저의 계약도 종료되겠지요 ㅎㅎ
벌써 밤이 익어 떨어집니다. 곧 저의 계약도 종료되겠지요 ㅎㅎ

※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아직 계약이 끝나지 않는 시점이고, 특정되기 쉬운 사건들이기에 자세한 언급은 몸이 사려지기에… 분명 주제를 정할 때는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라고 외쳤지만, 쓰다보니 떠오르는 생각이 많아 주저하게 되는 소심 인간의 넋두리였습니다.

 

 

📢[캠페인] 선배 시간 괜찮아요?

- 경험을 나눠줄 선배님의 인터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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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마치 퇴사를 결심한 후배가 꺼내는 클리셰 같은 문장. 후배를 둔 직장인이라면 뜨끔할 이 문장을 구독자 여러분께 던집니다. 어느덧 사회생활 10년이 훌쩍 넘은 경력자들이지만 여전히 머릿속에 물음표를 달고 때론 답답한 마음에 풀리지 않는 분노를 삭혀가며 고군분투 중인데요, 이런 저희에게 본인의 경험담과 생각을 들려주실 귀한 선배님을 찾습니다.

조직생활과 독립에 대한 진솔한 조언부터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는 워킹맘의 실전 팁, 커리어 전환의 경험까지 저희에게 들려주실 수 있는 분을 찾습니다.  30! 커피 한잔의 인터뷰 시간을 허락해주신다면 맛있는 커피 한잔 대접하면서 귀한 이야기들을 잘 담고 싶습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인터뷰한다면 좋겠지만, zoom, 구글미트를 활용한 온라인 미팅, 서면으로 답변해주시는 것도 모두모두 환영입니다! 선배님의 소중한 경험담을 공유할 모든 통로를 활짝 열어놓을 테니 부담 없이 연락주세요! 함께 나눈 이야기는 세 에디터가 잘 갈무리해서 레터를 통해 구독자님들께 생생히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내 주변에 이 사람이 생각났다! 하는 분이 있다면 자유롭게 추천을 부탁드립니다. 평생해야 할 일이라면 내 일을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또 본인의 일을 즐기는 사람이 더 많아질 수 있게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회신 기다릴게요~!

smallbigsisters@gmail.com로 편하게 메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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