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등산동호회 인물유형 관찰보고서👣
- 조사기간: 약 3년
- 조사대상: 등산동호회 회원 다수
- 조사방법: 함께 걷고, 쉬고, 밥 먹고, 자고(종주산행), 뒤풀이하며 관찰
- 연구자: 산과 사람 좋아하는 관찰자 이씨
- 신뢰도: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높은 확률로 공감을 기대합니다.
(1) ‘나만 믿어’ 세심 리더형
가장 이상적이고도 안정적인 산행 팀장의 유형이 아닐까 싶어요. 평균 16명 정도의 인원을 이끌고 산에 가려면 챙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요. 등산로 초입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시작부터 하산할 때까지 정해진 속도에 맞춰 걸을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고 이끈답니다. 처음 온 신입을 케어하고, 각자가 하나의 색깔로, 하나의 팀으로 뭉쳐 걸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리더의 몫이죠. 잠시 멈추거나 산에서 함께 식사할 곳을 찾아 미리 정비하고 세팅하는 모습을 볼 때면 무척 든든한 마음을 갖게 된답니다.

제가 만난 최고의 세심 리더는 대피소 산행에 소음 귀마개를 나눠준 사람이었어요. 커다란 방에 그날의 투숙객이 전부 자는 형태의 산장이었는데, 코골이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죠. 그걸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던 산행 리더는 팀원 모두의 편안한 잠을 도와주고 싶었던 것이겠죠? 그 생각에 뭉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 ‘겉구속츤’ 리더형
겉으로는 늦게 올라온다고 투덜투덜 구박하지만, 사실은 선두와 후미를 오가면서 낙오하거나 뒤처지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보고 조용히 챙기는 ‘츤데레’ 스타일의 산행 팀장(리더)이죠. 그렇지만 전체 인원을 챙기는 마음은 세심 리더와 다를 게 없다고 확신해요.
(3) 속도광 ‘산신령’형
산신령은 제가 산에서는 친해지지 못하는 유형 중 하나예요. 산타는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당일치기 설악산행을 함께 한 멤버 중에도 산신령이 있었어요. 새벽 3~4시쯤 설악산 오색에서 출발했는데, 그는 속도를 내기 시작하더니 멤버들보다 약 2시간 정도 먼저 대청봉에 올라 일출을 보고는 쉬고 있었더랬죠. 알고보니 고수 중에 최고수였어요. 국내 종주는 물론, 해외에서 열리는 긴 트레킹 코스도 여러 번 완주한 경험이 있었죠. 관악산 야등 정도는 몸풀기, 가벼운 살방 코스라고도 하던데요? (여기서 함께 갈 수는 없겠다 생각했습니다. 웃음)
(4) 간식천사형
여러 번 산을 타보니 왜 다들 큰 배낭을 메고 오는지 알게 됐어요. 그건 함께 하는 멤버들의 간식까지 넉넉히 챙기는 따순 마음 때문이었죠. 배낭에서 끝없이 먹을 것이 나오는데 얼마나 신기하든지요. 산에 오르다 숨이 차 멈출 때면 초콜릿, 초코파이, 사탕을 나눠주는 것은 기본이고요.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간식은 한라산에서 받은 사과였어요. 그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과였죠. 함께 산행하는 멤버의 별명을 사과에 새겨서 나누어 주었거든요. 조각 같기도 하고, 작품 같기도 한 근사한 선물을 받았어요.
+) 선물공세형
산행에 신청하면 당일에 참석 기념품처럼 선물을 나눠주는 리더가 있었어요. 선물받기 위해 그의 산행에 갔던 건 아니었지만, 은근 기대하게 됐죠. 리본끈 포장까지 되어 있던 상자를 열어보니 더치커피와 쿠키가 들어있었고요, 겨울산행의 필수품인 군인용 핫팩까지 따숩게 받았어요.
(5) 즐거운 라디오형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제게 말을 걸을 때도 있고, 타인에게 말을 걸을 때도 있는데 변치 않는 사실은 ‘계속 말한다’는 것이죠. 숨이 안 차나, 걱정도 되긴 했어요. 하지만 산 속 라디오 MC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꺼내고 말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었던 덕분에 숨이 차 입 뻥끗하기 어려운 초보자나 대화를 먼저 트기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묵묵히 듣는 즐거움을 얻으며 산행을 이어갈 수 있었답니다. 수다쟁이 등산러는 그날의 분위기메이커이자 산에서 만나는 귀한 보물 같아요.
(6) 연애 감별사형
2030대 젊은 남녀가 오래 산타다 보면, 자연스레 썸이 생기게 된다는 것 말씀 드렸죠? (레터 ‘산타면 썸타게 되는 이유’2025년 10월 17일 편 참고) 무리에는 그런 기류를 잘 포착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습니다. A가 가는 산행마다 B가 계속 따라다닌다거나, 뒤풀이에서 유독 A와 B가 사라지는 모습을 잘 보고 눈치 채는 연애 감별사들. 그들의 눈과 촉을 피해 몰래 썸타고 연애하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대부분 걸리게 되더라고요? ‘사랑’은 감출 수 없으니까요. “그거 알아? C랑 D랑 만날 붙어 있는 거? 둘이 사귀는 거 아니야? 근데 E도 C 좋아하는 거 같던데?!” 이런 말을 건네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생각하세요. ‘이 친구, ‘연애 감별사’구나.’라고요.
(7) 묵묵한 짐꾼자처형

오래 산타는 동안 가장 좋은 동행자가 바로 묵묵한 짐꾼자처형이 아닐까 싶어요. 1박 2일, 2박 3일 종주산행에 가게 되면 배낭에 들어갈 짐이 굉장히 많아져요. 계절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여러 종류의 옷(티셔츠, 바람막이, 경량패딩, 후리스 등)이 들어가고요. 산에서 챙겨야 할 끼니(햇반, 반찬, 고기, 국, 라면 등)가 있죠. 코펠, 휴대용 버너, 소형 그릇 등도 자연스레 함께 배낭에 들어가게 돼요. 내 몫의 물도 빠지면 안 되죠. 그럼 배낭이 점점 무거워 지겠죠? 처음엔 그게 내 몫이니까 최대한 들고 올라가려고 하지만, 오래 산타다 보면 체력과 컨디션에 따라 못 견디겠는 고비의 순간이 찾아오게 됩니다. 그때 어디선가 짐꾼자처형이 나타나면 미안하면서도 고마워져요. 힘든 사람의 배낭의 짐을 십시일반으로 나눠 들면서 함께 오를 때, 비로소 그 산행의 매력, 산행 멤버의 진가가 발현되는 셈이죠.
* 이런 사람은 다음 산행에서 만나고 싶지 않아요! *
얌체형: 산행 멤버가 함께 먹을 간식, 음료, 음식을 무겁게 챙겨 오는 사람과 정반대에 있는 사람이에요. 최소 5~6시간 산 타는데 물병 하나 들고 맨몸으로 올라오는 사람! 혹은 맥스봉 소세지 하나 주머니에 찔러 넣고 오는 사람! 왜 걸러야 하냐고요? 맨몸으로 와서 돗자리에 펼쳐진 한상 차림을 먹기만 하니까요. 그거야말로 얌체 아닌가요?
주정뱅이형: 긴 말 필요 없고요. 술 취해 자꾸만 흐느적거리면서 몸을 기대는 사람, 스킨십이 잦아지는 사람들도 더러 있어요. 그런 사람은 무조건 아웃입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저는 어느 날은 즐거운 라디오형이었다가 어느 날은 간식천사형이 되었다가, 또 어느 날은 침묵의 참여자가 되었던 것 같아요.
확실한 건 저조차도 한 가지 유형으로만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는 사실이에요. 그건 한 사람에게 복잡하고, 깊고, 다양한 모습들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일 테죠. 산타는 동안 개개인의 여러 층위의 모습을 경험해야 진짜 그 사람 자체를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같고요. 산이 아니어도 어떤 단체나 그룹에 속해 있다면 사람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두루 마주하게 되겠죠? 내가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과 진짜 모습에 차이가 있듯이, 그것을 잘 끌어안고 조율하다 보면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당신은 어떤 유형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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