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닿는 길

나한테 쓰레기를 선물하다니!_목담

2024.02.01 | 조회 1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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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요일들

우리들의 이상적인 시간 기록 일지

‘여여하다’라는 말의 뜻을 검색해 보면, ‘변함이 없다’라고 나온다. ‘있는 그대로 항상 그렇고 그러하다’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여여(如如)’라는 한자는 원래 산스크리트어 ‘타타타(tatahta)’에서 연유된 말인데, ‘물건의 본연 그대로의 모습’을 뜻한다고 한다. 똑 부러지게 설명하기가 어려운 이 말은 크게 두 가지의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 하나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하여서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 상황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상처가 되는 관계는 대개가 서로 믿고 의지했던 관계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함께 일했던 사람에게서 큰 상처를 받아 한동안 깊은 수렁에 빠진 적이 있었다. 이 수렁이 너무 깊어서 그동안 내가 활동했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심지어 내가 살아왔던 삶이 전부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도대체 왜?...’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결국은 사람에 대한 원망과 불신으로 한 발자국도 나아가기 어려운 시간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특히 힘든 이유는 관계를 단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처가 아물기 위해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건만, 계속 마주하는 순간들은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 상처를 내어 골은 깊어지고 복구는 요원해진다.

급기야 견디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누군가 한 쪽이 상대를 떠남으로써 폭력적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서로 떠날 수 있다면 다행이다. 막말로, 안 보면 그만이잖은가. 그런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여여’ 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지난해 내가 마음공부를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내가 정신을 차리고자 했을 때 나는 너무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나를 돌볼 시간이 필요했다. 몇 개월 동안의 마음 수행은 나에게 나를 돌아볼 여유를 주었다. 시간이 치유해 주고, 어쩌면 그동안 나에게도 ‘여여한’ 마음이 조금씩 들어서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던 중에 최근에 들은 붓다의 한 에피소드는 ‘여여’한 삶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기회를 주었다. 

깨달음을 얻어 영향력을 확장해 가던 붓다는 당시 주류 계급이었던 브라만 세력들에게 결코 고운 시선을 받지 못했다.

어느 날 붓다가 한 브라만 집에 걸식을 갔을 때였다. 공양을 받으려고 집 앞에 서 있는데, 마침 밥을 먹던 브라만이 기분이 나빠서 욕을 하며 말했다.


“왜 사대육신이 멀쩡한 사람이 일을 해서 먹지 않고, 걸식을 하느냐?“

붓다는 욕을 듣고도 그냥 빙긋이 웃었다.

그러자 브라만은 웃는다고 또 욕을 해 댔다.

붓다는 화제를 바꾸기 위해 물었다.

“가끔 당신 집에 손님이 옵니까?”

“온다. 그건 왜 묻는가?”

“그럼, 손님이 올 때 선물을 가져올 때도 있습니까?”

“물론 그렇다”

“그런데 만약 그 선물을 싫다고 안 받으면 그 선물은 누구 것입니까?”

“그거야 가져온 사람 것이지!”

부처님은 빙긋이 웃었다.

“근데, 그 얘긴 왜 하는가?”

“당신이 방금 나한테 욕을 선물했는데, 내가 웃으면서 받지 않으면, 그 욕은 누구 것입니까?”

"...!"

이 말씀을 들은 브라만은 크게 깨닫고 비로소 공양을 접대했다는 이야기다.

 

살다 보면 누군가 나를 헐뜯고 험담하는 일들이 종종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보통 그런 일들은 뒷담화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눈 앞에서 맞닥뜨려진다면, 과연 이를 웃음으로 넘길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 없다고 해서 스스로를 힐난할 생각은 없다. 나는 중생이자 범인일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륜 스님의 다음 말씀은 왜 우리가 남의 비난에 흔들리지 않고 ‘여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그의 특기인 해학과 더불어 잘 보여준다. 

“그들이 준 선물, 즉 욕설과 비난에 ‘응대한다’는 것은 선물을 ‘받는 것’과 같고, ‘응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선물을 ‘돌려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그 선물(욕설)을 가져와서 집 안에 간직하고 있으면서, 매일 열어보면서 "이 나쁜 놈! 나한테 쓰레기를 주다니!" 하고 화내고, 또 열어 보면서 "이 나쁜 놈! 나한테 쓰레기를 주다니!" 하면서 열을 내고 있지 않습니까? 

그 선물이 (말의) 쓰레기라면 일단 받지를 말 것이며, 만약 받았다 하더라도 열어 보니 쓰레기라면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면 됩니다. 그걸 애지중지하고 갖고 있으면서 열어보고 또 열어보고 하면서, "이 나쁜 놈, 쓰레기를 줬네!" 계속 확인하며 속상해할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응대하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리고 내 갈 길을 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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