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의 사생활

아들과 단둘이 스페인 여행 4_자날이모

2024.01.31 | 조회 2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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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요일들

우리들의 이상적인 시간 기록 일지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저는 그 성당에 대해 가우디가 설계했고 그가 다 완성하지 못하고 죽은 후 지금까지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계속해서 지어지고 있는 크고 멋진 성당이라는 사실 말고는 알고 있는 게 별로 없었는데 1시간 남짓 시청하는 동안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가우디가 신앙심이 매우 투철한 사람이었다는 것, 불행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할 때까지 가장 완벽한 성당을 건설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무려 43년이라는 세월을 이 프로젝트에 헌신했다는 것, 그러나 아쉽게도 성당 전면부 탄생의 파사드의 완공조차 보지 못하고 죽었다는 사실 모두 처음 듣는 얘기였지요. 저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까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아랫부분의 상당 부분을 가우디가 직접 만들고 그 이후 백 년 동안은 후배 건축가들에 의해 상층부가 계속해서 쌓아올려지고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답니다. 스페인 내전 당시 가우디의 설계 도면과 모형들이 대부분 훼손되면서 가우디가 원래 계획했던 모습 그대로 성당을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해졌고 그래서 지금의 성당은 그의 정신을 이어받은 다른 후배 예술가들에 의해 재해석된 버전으로 건설되고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죠.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니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습니다. 과연 가우디가 실현하고자 했던 이상을 후배들이 잘 이어받았을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의 모습은 얼마나 웅장할지 그리고 불과 2년 전 첨탑 꼭대기에 올려졌다는 거대한 별장식의 모습은 또 어떨지 진짜 궁금했어요.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니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습니다. 과연 가우디가 실현하고자 했던 이상을 후배들이 잘 이어받았을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의 모습은 얼마나 웅장할지 그리고 불과 2년 전 첨탑 꼭대기에 올려졌다는 거대한 별장식의 모습은 또 어떨지 진짜 궁금했어요.

지난 주에 말씀드렸지만 가이드 추천 맛집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은 우리는 도보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탄생의 파사드 앞에 도착할 때까지 제 심장이 얼마나 두근두근 거렸는지 몰라요. 저는 성당 앞에 도착할 때까지 일부러 자세히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들지 않고 걸었어요. 너무나 고대한 순간이라 한번에 제대로 느끼고 싶었거든요. 여러분 성당 앞에 당도해 마침내 목이 꺾어져라 위를 올려다보았을 때 제 기분이 어땠을 것 같나요?

멀리서 꼭대기 일부만 슬쩍슬쩍 봤을 때와 바로 앞에서 그 거대한 존재를 맞닥뜨렸을 때의 기분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가이드분이 열심히 설명을 하시는데 귀에 잘 들어오지 않더라구요. 그냥 '우워~'하는 감탄사만 나오고 자꾸 헛웃음이 나더라구요. 아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계속 핸드폰으로 사진만 찍더군요.

가이드님이 그 앞에서 인증샷을 찍어주시는데 별로 기대도 안됐어요. 아무리 잘 찍는다고 해도 성당이 너무 높았고 사진에 도저히 담기지 않는 셀 수 없는 외벽의 디테일들 때문에 성당 바로 앞에서는 성당 전체의 모습을 다 멋지게 담는 건 불가능한 일이겠더라구요.

역시나 제 예상대로 그 자리는 좋은 포토 스팟이 아니었어요. 가이드님이 투어 후에 찍고 가라고 성당의 모습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포토스팟을 따로 알려주셨는데 탄생의 파사드 바로 앞에 있는 공원 연못 건너편이었어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수많은 인증 사진들은 다 그곳에서 찍은 것들이죠. 우리도 투어 후에 거기 가서 찍자고 했지만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느라 발이 너무 아파서 포기했어요. 그날 저녁 야경 투어도 예약해놓았기 때문에 더 이상 걷는 건 무리겠더라구요. 막내에겐 너무나 미안했지만 성당 구경이 끝난 후에는 곧바로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답니다. 언젠가 우리 가족 모두 함께 바르셀로나에 가게 된다면 꼭 그곳에서 가족사진을 찍고 싶어요. 

탄생의 파사드에 장식된 수많은 조각들은 그 당시 실존했던 인물들과 동식물들로 직접 본을 뜬 다음 조각으로 만들어 붙였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다큐멘터리에서 가우디가 석고로 본뜨는 모습을 배우들이 재연하는 걸 봤는데 그걸 떠올리면서 파사드를 쳐다보고 있노라니 소름이 돋더라구요.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을 상상하면서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 중 그 캐릭터와 비슷할 것 같은 사람들을 섭외하고 가우디가 직접 스토리에 맞게 연기까지 시키면서 하나하나 본을 떴다고 해요. 그가 이 성당 건설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알 수 있죠.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을 상상하면서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 중 그 캐릭터와 비슷할 것 같은 사람들을 섭외하고 가우디가 직접 스토리에 맞게 연기까지 시키면서 하나 하나 본을 떴다고 해요. 그가 이 성당 건설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알 수 있죠. 그리고 바르셀로나 시민들 또한 비록 돈을 받고 한 일이지만 위대한 건축가의 역사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졌기에 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에 석고를 붓고 굳히는 위험한 작업을 허락했겠지요. 가이드님으로부터 성당 건축에 드는 모든 비용은 후원금과 입장료 그리고 시민들의 개인 헌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으니 이 성당이 바르셀로나 시민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유산인지 느껴지더군요. 카사 바트요 홈페이지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바르셀로나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건물 중 하나이다' 라는 설명이 있는데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더라구요.

상상을 초월한 디테일들로 가득찬 탄생의 파사드를 보고 나니 저는 이미 머리가 어질어질할 지경이었어요. 그래서 그 반대편에 있는 수난의 파사드를 보러갈 때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죠. 가우디가 건설하지 않았다고 하니 흥미가 떨어졌던 것도 사실이구요. 그런데 직접 보니 탄생의 파사드 못지 않게 감동을 느끼게 해주어서 놀랐답니다.

가우디의 화려한 스타일과는 다르지만 직선적이고 모던한 스타일로 예수 수난의 아픔을 묵직하고도 엄숙하게 잘 드러내고 있더라구요. 몬세라트 수도원 입구에 있었던 산 조르디 조각상을 만든 조셉 마리아 수비라치라는 조각가 혹시 기억 나시나요? 수난의 파사드 장식은 그가 만들었다고 해요.

가우디는 수난의 파사드가 경외심과 고통, 공포를 상기시키기를 바랬고, '마치 뼈로 만든 것처럼 거칠고 가혹해야 한다'고 특별히 명시했다고 하는데 제가 느끼기에 수비라치는 가우디가 원한 거친 표현 방식은 아니지만 시민들이 성당 파사드를 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속죄하는 마음이 들게 하고 싶었던 가우디의 구상을 자신만의 세련된 방식으로 충분히 실현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수난의 파사드에는 가우디의 모습을 본뜬 조각상이 있었는데 그걸 알고 성당 지하실에 있는 그의 무덤까지 보고 나니 죽어서도 성당을 떠나지 않고 자신의 역작이 완성되어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가우디의 모습이 연상돼서 뭉클하더군요.      

누가 만약 '스페인에 가서 딱 하나만 보고 와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고 물어본다면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과 막상막하지만, 그래도 정말 정말 꼭 하나만 봐야 한다면 저는 이 성당을 꼽을 것 같아요. 처음 탄생의 파사드 앞에 섰을 때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고 했었지요? 그런데 성당 내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감탄사조차도 잘 나오지 않을 정도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어요. 굳이 제 입에서 소리가 나왔다면 아마 심한 욕이었을 거예요.

우리가 간 날이 흐린 날이었는데도 성당 문을 통과하는 순간 사방에서 쏟아지는 화려한 빛과 색채의 향연에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구요. 각기 다른 모양의 거대한 스테인글라스들이 각기 다른 색깔의 빛들을 뿜어내고 있었는데 또 그 조합이 전혀 이질감이 없이 마치 아름다운 합창을 듣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거예요

그리고 높이를 가늠할 수 없이 천장까지 쭉 뻗어있는 수십 개의 나뭇가지 모양의 기둥들과 기묘한 천장 장식들과 그 화려한 빛들이 합쳐지니 마치 천국에 숲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답니다. 재작년에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와서 이제 웬만한 성당은 눈에 안 차겠다 했는데 그런 제 오만함을 비웃는 듯했어요.

정신없이 구경하다가 막내 역시 정신없이 사진을 찍느라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어요. 아들이 이 멋진 광경을 카메라 렌즈가 아닌 자기 눈으로 더 많이 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발이 아파서 더이상 걷기가 힘들었지만 투어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더 성당 안을 돌아다니며 감상하고 또 감상했어요.

투어를 함께한 일행 중에 그날 아침 새벽 미사에 참석했다는 분들이 계셨는데 그때는 또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 얘기를 듣고 나니 맑은 날 꼭 다시 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완공되면 한번 더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갈 생각입니다. 그때는 첨탑 꼭대기에 올라 성당과 바르셀로나의 멋진 전경도 내려다볼 거예요.

영광의 파사드는 지금 한창 공사 중이어서 직접 보진 못하고 성당 안에 있는 모형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어요. 주 출입구가 될 영광의 파사드까지 다 완공되고 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겠지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완공 시기는 2026년으로 보고 있지만 가이드님으로부터 현재 바르셀로나시와 영광의 파사드 맞은편 건물 주민들 사이의 이주에 관한 합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어서 원래 계획대로 완공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실제로 그 건물들 발코니에는 주민들이 내 건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요.

성당 건립 초기에는 그 자리가 공터였기때문에 가우디는 영광의 파사드 앞으로 거대한 계단과 진입로를 만들 생각이었다고 해요. 그렇지만 공사기간이 길어지면서 그 자리에 건물들이 들어서버려 가우디의 설계대로 진입로를 만들려면 그 건물들을 철거해야하는거죠. 부디 합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어 가우디의 구상대로 공사가 잘 마무리 되면 좋겠어요.

투어가 끝나고 기념품 가게에 들러 잠깐 쇼핑을 하고 나니 쉬어야겠더라구요. 호텔로 돌아오면서 우리 둘 다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내일 저녁에 첨탑 위에 올려진 거대한 별이 빛나는 모습을 구경하러 다시 오자'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은 못지키켰어요. 나이가 드니 쌀쌀한 날엔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서 늦은 밤에 돌아다니는게 쉽지않더라구요. 괜히 미안한 마음에 아들한테 '그러니까 친구들이랑 오랬잖아~' 하니까 아들이 시크하게 '괜찮아요 다음에 와서 보면 돼죠' 하면서 도리어 위로를 해주대요. 하지만 지금까지도 미안한 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요? 다음 주는 고딕지구 야경투어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다음 주 수요일에 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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