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슬퍼서 울었을까. 아직 4월인데, 무더운 여름 같은 며칠을 보내고 마침내 4월 15일 비가 왔다. 이날 오려고 작정한 듯이 4월 내내 슬픔을 참은 하늘 같았다. 내일은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가 되는 날이다.
우리 지역에선 주민들이 4.16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함께 하기 위해 자발적인 추모 행동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해 왔다. 나도 매년 참여했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는 진실과 기억하는 것조차 무뎌지는 현실에 대해 지치기도 하고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시간도 마음의 짐을 덜어주지는 못했다.
진실은 묻혀 있는데, 벌써 10년이라니. 올해는 조금 더 힘을 내서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 10주기를 기념하는 추모문화제에서 합창을 하기 위해 시민합창단을 모집하는 중이었다. 나는 바로 신청을 했다. 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2시간씩 합창 연습을 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우리는 열심히 연습했다. 매주 모이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다.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 몇몇 있어서 합창이 되었다. 우리는 노래를 하면서 치유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세월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잊혀질 수 없으니 그리움도 어렵다
마음에도 못 있고 하늘에도 못 있다...”
지역 추모 행동 당일, 여러 시민단체들과 주민들, 그리고 아이들도 참여했다. 그들 중 몇몇은 발언을 하기로 했다. 첫 번째 발언으로 나선 이가 3분 정도로 주어진 발언 시간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고 먼저 양해를 구했다. 그는 간단히 소회를 말했다. 그리고는 큰 목소리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2학년 1반 고해인 김민지 김민희 김수경 김수진 김영경 김예은 김주아...
2학년 2반 강수정 강우영 길채원 김민지 김소정 김수정 김주희 김지윤...
2학년 3반 김담비 김도언 김빛나라 김소연 김수경 김시연 김영은 김주은...
2학년 4반 ...
...
그의 발언은 2학년 10반까지의 모든 아이들의 이름과 선생님의 이름, 탑승객의 이름까지 304명의 모든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끝났다. 2학년 1반 아이들의 이름을 채 다 부르기도 전에 참았던 어른들이 소리 내어 울었다. 어른들은 애써 소리 내어 울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마지막 발언을 한 이는 어린이집 교사였다. 그는 세월호 참사 당시엔 잘 몰랐는데, 그로부터 한 달 동안 몸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 이후에 그는 평소 좋아하고, 자주 마셨던 술을 끊었다고 말했는데, 왜냐하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오열했다. 다 큰 어른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울며 서 있었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나는 뒤돌아보지는 않았지만 모두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직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어쩌면 애써 모르는 척 살았을 테지만, 아직 세월호를, 그날의 아이들을 보내지 못한 것이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고, 진실은 침몰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가 늘 그래왔듯이 더딜지언정 언젠간 밝혀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미어져오는 슬픔을 누르고 싶지 않다. 이번 10주기만큼은 억지로 그렇지 않은 척하지 않겠다.
마지막 합창순서다. ‘화인(火印)’ 이라고 이름 붙여진 <4월의 노래>다.
나도 사실 그렇다. 내게도 4월은 마냥 봄이 오늘 길목이 아니다. 예전의 4월이 아니다.
진심으로 묻고 싶다. 정말 여러분들은 괜찮으신지.
10년째가 되어보니 알겠다.
나는 아직도 괜찮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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