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도회에 다녀왔다. 공주에서 올라오신 한 권사님이 간증식으로 말씀을 전하셨다. 4년 전에 나이 70이 되어 남편의 고향인 공주에서 여생을 보내려고 이사를 하셨는데, 눈에 외국인들과 나그네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셨고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 “나그네를 환대” 하는 사역을 하게 되셨다. 공주대의 유학생들을 수소문하여 집에 초청해 음식을 대접하고 함께 나들이를 가셨다. 이렇게 한 걸음을 내딛자 혼자서는 마음이 있어도 엄두가 나지 않던 사람들과 단체들이 연결되기 시작하였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일은 권사님 부부가 사는 작은 동네가 변한 일이다. 이전에는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우리 마을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부터 마을 부녀회가 주체가 되어 추석에 마을회관에서 잔칫상을 차려 그들을 초청했다. 노동자들의 출신 국가 국기까지 그려놓고 ‘이역만리에서 오신 여러분들 환영합니다’라고 마을 어르신들이 제작한 환영 플래카드를 보여주시는데 정말 마음이 따뜻했다. 올해는 이어지는 추석 잔치에 시의원까지 방문했다고 한다. 이런 일들을 통하여 동네 사람들 전체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권사님은 자신이 사는 동네가 글로벌한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기를 꿈꾸고 계셨다.
와, 4년 전에 70이니 지금 74이실 텐데 권사님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았다. 표정은 밝고 얼굴빛이 환하셔서일까, 건강과 총명으로 또 그들을 위한 여러 아이디어로 눈빛이 반짝반짝하셨다. “자원하는 환대”로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고 모든 민족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고자 하는 꿈에 가득하신 것 같았다. 나이가 들면 자기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힘들다고 하는데 권사님을 보니 70대도 아직 너무 젊은 나이였다. 저렇게 나이 든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지난 봄에 단지 전체에서 대대적으로 아파트 페인트칠을 한 적이 있었다. 인부들이 줄을 타고 내려오면서 칠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가 있을 수 있으니 창문을 닫고 커튼을 내려달라고 여러 번 방송으로 공지가 나왔다. 집에 있는데 베란다 창문으로 줄이 내려오고 우리 집 근처를 칠하는 듯 소리가 들렸다. 머리 두건도 하고 마스크를 한 인부들이 서로 큰 소리로 대화하며 작업을 하는데… 한국말이 아니었다. 아하, 한국 사람처럼 생겼는데 외국인이구나 싶었는데… 중국 말도 아니었다. 다른 나라 언어, 내가 모르는 언어였다. 나중에 아파트 정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인부들을 보니 피부가 매끈한 젊은이들이었다. 아마 네팔이나 몽골에서 온 젊은이들이 아닌가 싶었다.
작년에 동대문에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지인의 교실에는 네팔 학생 두 명이 있었다. 동대문 쪽에 작은 공장들이 많고 그곳에서 일하는 네팔 사람들도 꽤 많단다. 그 둘이 어찌나 눈빛이 맑고 예쁘고 말을 잘 듣는지 모른단다. 사진을 보여주는데 이야기하는 선생님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딸이 네팔로 교회 청년부에서 단기 선교를 하러 간다고 한창 준비 중일 때 그 이야기를 들었다. 네팔 사람들을 만나러 비행기를 탈 필요 없이 동대문에 가면 된다고 했더니 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이렇게 땅 끝은 우리 문밖까지 와 있다. 길을 지나가면서 공사현장을 보며 저기에는 얼마나 외국인 노동자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건설 뿐 아니라 농촌과 어촌에서 외국인이 없이는 일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우리의 유익을 위해 일하고 있는 고마운 분들인데.
마지막으로 내가 배우고 있는 중국어 선생님의 이야기. 20년 전 한국에 와서 귀화한 조선족 출신의 선생님이시다, 전보다 지금 훨씬 더 외국인에게 불친절하다고 한다. 20년 전에는 나이가 많으셔도 자신을 이뻐해 주고 따뜻하게 대해 주는 사람들이 많았단다, 지금은 오히려 젊은이들이 배타적이고 사회 분위기도 점점 적대적이 되어간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글로벌을 외치면서 친절함은 잃어버리고 있지 않은지 우려가 된다.
내가 참석한 기도회 첫 번째 기도 제목이 ‘우리 곁의 선한 이웃, 200개국 260만 다문화 이주민들의 구원’이다. 인구 감소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규모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있는데. 한국 교회가 이주민들을 환대하며 그들의 아픔을 안아주고 사랑으로 섬기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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