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지는 삶

이탈리아 여행 이야기(12)- 로마와 다시 만난 인생 젤라또_월요

2024.11.19 | 조회 2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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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에 한 편씩의 글을 올릴 수 있겠냐는 친구의 제안에 OK를 한 이유 중에 하나는 여행의 소중한 기억을 정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일상을 떠나 낯선 곳에서 가족과 함께 했던 시간이 정말 특별하고 소중했는데, 세월이 가면서 아마 색이 바래듯 희미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여행의 순간순간이라도 포착하고자 사진도 남기고 기록도 했지만, 맞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다음부터 여행은 한순간 꿈같았다.

지난 시간 베니스와 피렌체에서의 여정을 올리고 로마에 도착한 이후의 여행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로마는 정말 대단한 도시다. 내가 어떻게 뭐라고 할 수 없는 도시이기에 글을 쓰기가 더 어려웠을까? 나의 소소한 경험 중심으로밖에는 기록하지 못할 것 같다.

로마는 우리 가족에게 두 번째 방문이었다. 9년 전 가족과 함께 사흘을 머물면서 지냈던 로마이기에 이번 여행에서는 처음 방문이었던 다른 도시에 비해 일정도 1박으로 짧게 잡았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던 첫 번째 여행이었지만 로마에서의 멋진 야경과 맛있었던 젤라또는 정말 멋진 추억이었다.

그랬다. 젤라또! 이탈리아에 와서 줄 서 있는 젤라또 가게를 지나치지 못하고 그 때마다 사 먹을 정도로 젤라또에 진심인 우리였다. 그런 우리 가족이 기억하는 특별했던 로마의 젤라또가 있었고 로마에 머무는 동안 매일 그 가게를 갔었다. 한국에 와서도 거기 젤라또가 가장 맛있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로마에 하루 묵기로 하면서 우리의 대화는 ‘과연 그 젤라또 가게가 아직까지 있을까?’였다.

남편은 젤라또 가게를 찍은 사진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가게 건너편에 뭔가 큰 길과 높은 벽이 있었다는 기억이 있었다. 한 양복을 입은 멋진 이탈리아 청년이 자기가 타고 온 오토바이 손잡이에 헬멧을 걸어놓고 행복하게 젤라또를 먹고 있었던 장면도 아스라이 기억이 났다. 양복과 오토바이 그리고 젤라또라는 정말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조합이 무척 이탈리아스럽다고 느껴졌었다.

남편이 찍었던 사진과 비슷한 사진. 지붕에 써 있는 것이 가게 이름인줄만 알았다.(트립어드바이저)
남편이 찍었던 사진과 비슷한 사진. 지붕에 써 있는 것이 가게 이름인줄만 알았다.(트립어드바이저)

결국 우리는 그 젤라또 가게를 찾았다. 가게 이름으로 찾지는 못했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우리가 사진에서 보고 가게 이름이라고 생각했던 Gelateria Frullati는 그저 아이스크림 가게라는 뜻이었다. 그 이름으로 검색하여 간 곳은 무척 엉뚱한 곳이었고 아마 문을 닫았나 보다 싶었는데 우리가 찾던 가게가 그냥 우리 앞에 나타났다. 어떤 큰 벽이 보이는 큰 길 옆이었다는 내 기억과 딱 맞아떨어지는 장소에서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그 큰 벽은 바티칸을 둘러싼 성벽이었고 아이스크림 이름은 Old Bridge Gelateria였다. 바티칸 박물관에서 내려오면 바로 보이는 그 작은 장소 그대로, 그 맛 그대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게 지붕에 Gelateria Frullati라고 적혀있는 그 모습대로 말이다. 하지만 여전한 것은 그뿐이고 바티칸을 방문하는 관광객들과 특별히 한국 사람에게도 무척 유명한 젤라또 집이 되어 있었다. 한국말 안내가 붙어 있었고 아이스크림을 퍼 주는 검은 곱슬머리의 가무잡잡한 이탈리아 청년이 간단한 한국말로 친절하게 말을 걸어 주었다. “세 개?” “이뻐요” 등등.

우리 가족은 발견한 첫날은 물론 다음날 비행장에 가는 택시를 예약해 놓고 남는 시간에도 그 집에 가서 젤라또를 사 먹었다. 날짜가 이틀밖에 없어서 아쉬울 지경이었다. 그때마다 볼수록 매력적인 그 청년을 만났고 우리를 알아보고 환히 웃어주고 딸에게 이쁘다고 해주는 통에 팁을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통상 젤라또 가게에서는 팁을 주지 않는데 말이다) 첫 번째 방문에서 젤라또를 즐기며 행복해하는 양복 입은 이탈리아 청년을 만났다면 이번에는 젤라또를 퍼주며 한국말을 걸어주는 친절한 청년을 만난 셈이다.

로마는 이천년의 역사와 엄청나고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진 도시다.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는 또 갈 수 있는 젤라또 가게가 있는 도시다. 언제 또 갈지 모르겠지만 다시 간다면 또 들리고 싶은 가게다. 그 가게 덕분에 로마는 우리에게 더욱 사랑스러운 도시가 되었다

이번에는 간판 사진 제대로 찍기!
이번에는 간판 사진 제대로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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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BRIDGE GELATERIA, Rome - Viale Dei Bastioni di Michelangelo 5, Prati - Menu & Prices - Tripadvi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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