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삶

성경 이야기_월요

2024.10.28 | 조회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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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요일들

우리들의 이상적인 시간 기록 일지

‘초등학교 때’라고 쓰지만 사실 ‘국민학교 때’이다. 친구를 따라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성경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어머니께서 어디서 한 권을 사 오셨는데 학생이 들고 다닐 법하지 않은 아주 크고 무거운 성경이었다. 당시는 다양한 디자인의 성경이 없었기도 했을 것이다. 딸의 부탁을 기억하고 동네 서점에 단 하나 있는 성경을 사 오신 것이 아닐까 싶게, 다른 선택지가 있었으면 고르지 않았을 모양이었다. 검은 가죽 분위기의 가죽은 아닌 표지에 세로줄로 인쇄가 되어 있었고 사전과 같은 바스락거리는 내지 삼면(책등을 제외한 책의 머리, 배, 밑)에 붉은 칠이 되어 있었다. 딱 봐도 나는 성경이요 하는 책이었다. 생각해 보면, 책을 워낙 좋아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뜨악했어도 그런 모양의 책도 그냥 내 것이려니 싶어 나중에는 괜찮아했던 것 같다. 거리가 먼 교회에 꼬박꼬박 들고 다니며 주일학교 권사님들에게 성경 참 잘 샀다는 칭찬도 들은 기억이 난다. 대학생이 되어 내가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성경을 골라 살 수 있을 때까지(아, 지금도 종로 서적 2층 기독교 코너가 그립다) 나에게 성경은 그 책이었다.

교회를 다니면 성경을 읽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 당시 나에게 있어서 의문은, 왜 성경만큼 두꺼운 소설책은 밤을 새워 읽으면서 성경은 이렇게 읽기가 어려운가 하는 것이었다. 교회 사람들에게 물으면 성경은 세상의 책들과 다르다는 대답을 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 주위의 책들은 온통 청소년용 소설책이었고 나는 책의 난이도의 개념은 커녕 고전과 현대, 문학과 비문학조차 구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 (뭐, 성경을 문학으로 인식하려는 시도가 많이 있긴 하지만.) 성경은 나에게 어나더 레벨의 책이었던 것이다.

신앙생활을 이어오면서 성경을 읽는 좋은 방법은 꾸준히 조금씩 읽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경은, 재미있는 소설을 읽듯이 우악스럽게 읽어버릴 수 있는 책이 아니라 조금씩 씹어 음미하며 이게 무슨 뜻인지 생각하며 읽는 책이다. 이런 묵상은 어떤 날은 잘 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잘 되지 않기도 한다. 나에게 오늘 주어진 이 말씀은 과연 어떤 의미인지 곰곰이 되새김하는 과정을 거친다. 삶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성경 읽기는 여전히 어렵다.

내 맘대로 살고 싶은 순간순간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도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시간이다. 성경은 내 시각이 다 옳지 않다는 것, 이 세상에 대한 또한 나의 삶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과 경륜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통해 이루신 일을 되새기면서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과 소망은 무엇인지 묵상하게 된다.

내가 애장하는 소설 <오두막>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는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Elizabeth Barrett Browning)의 시구가 실려있다. ( ‘Aurora Leigh’라는 제목의 장편 시에 나오는 한 구절이라고 한다) 성경을 통해 이 땅에서도 하나님을 볼 줄 아는 자가 되길 소망한다.


 

땅은 하늘로 가득 차 있다.모든 평범한 나무들이 하나님과 함께 불타오른다.그러나 오직 볼 줄 아는 자만이 신발을 벗으며,다른 이들은 나무 주변에 몰려 앉아 검은 딸기나 줍는다- 엘리자베스 베넷 브라우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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