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삶

모르는 그대에게 전하는 응원_월요

2025.03.10 | 조회 1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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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갑자기 시아버님이 극심한 통증으로 응급실에 가셨다. 응급 수술이 이어졌다. 엄청난 담석이 쓸개에 염증을 일으키며 구멍을 내고 또 창자로 나오기까지 했으니 너무나 고통스러우셨을 것이다. 응급실에 모시고 간 고모는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환자 보호자가 되어 최악의 경우를 감수하겠다는 서류에 계속 사인을 해야 했고 남편과 나도 간병에 동참해야 했다. 평소에 건강하신 분이었지만 노령이시고 부정맥도 있으셔서 걱정이 많았다.

토요일, 밤을 새운 남편과 교대하고 아침부터 간병하다가 잠시 식사하고 오겠다고 느지막이 병원 지하 식당으로 내려왔다. 널찍한 푸드코트는 절반 이상 식당이 문을 닫고 이제 마무리하는 분위기였다. 푸드코트 옆에 정갈한 한식당이 눈에 뜨였다. 가격대가 좀 있어도 늘 줄을 서 있는 곳인데 오늘은 그냥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전에 친정아버지가 입원하셨을 때도 일부러 혼자 식당에 들어가서 나를 위해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오므라이스를 시켜 먹은 기억이 있다. 스스로를 응원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그래, 오늘은 여기서 먹자.

혼자 왔다고 했더니 2인 좌석으로 안내해 주었다. 호기롭게 가장 비싼 꼬막 비빔밥 세트를 시켰다. 사이드로 찌개를 고를 수 있다고 해서 된장찌개를 골랐다. 멍하니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데 맞은편에 혼자 온 내 또래 여성이 눈에 뜨였다. 머리는 질끈 묶고 츄리닝 바지에 편한 잠바, 운동화 차림에 그리고 무엇보다 목에 걸려있는 보호자 명찰까지. 나와 너무 똑같은 모습이었다.

내 것과 더불어 그녀의 고등어구이 세트(이것도 내가 시킨 것과 더불어 가장 비싼 메뉴였다)가 나오고 두 사람은 서로 고개를 숙이고 먹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볼 시간도 없이, 힘을 내자는 마음으로 위층에 있을 내 간병이 필요한 누군가를 기억하면서 부지런히 숟가락을 놀렸다. 아, 너무 맛있었다. 언젠가부터 먹고싶었던 꼬막 비빔밥이었다. 된장찌개도 내가 끓이지 않아서 그런지 너무 맛있었다. 후후 불어가며 한 그릇을 다 비웠다. 그녀의 음식도 아마 맛있었을 것이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지만, 같은 처지라는 마음으로 응원을 보냈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알 것 같은 상황이라서…

힘내자구요.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서

모르는 그대지만,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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