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애비로드 입니다.
'복직을 대비하는 육아휴직' 시리즈에서는 복직 후 찾아올 여러가지 페인포인트들에 대해서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 지 하나씩 다루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총 3회에 걸쳐 그 첫번째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느끼는 좌절감과 미안함'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다뤘습니다.
맞벌이 육아인으로서의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완벽주의에 매몰되지 않는 마인드, 즉 '토양'을 갖추기를 시작했다면 이제 그 토양에 단단히 '뿌리'를 내릴 차례에요. 오늘 부터 3회에 걸쳐서 '복직을 대비하는 육아휴직' 시리즈 '뿌리 내리기'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게요!
- [PAIN 1]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느끼는 좌절감과 미안함.
- [PAIN 2] 부모,직장 외에 나 자신은 없어지는 것 같은 괴로움
- 부모, 직장인 역할 속에 사라져가는 '나'
- 육아휴직이 딱 좋은 시기인 이유
- 나만의 가치관 세우기 실전 가이드
- [PAIN 3] 몸이 너무 힘들다. 체력적인 한계.
- [PAIN 4] 뭘 제대로 해보려해도 시간이 부족. 시간 가난뱅이.

직장인 타이틀을 잠시 내려놓자 찾아온 공허함
아내가 첫째 육아휴직을 썼을 때가 기억납니다. 15평 짜리 좁아터진 복도식 아파트에서 갓난쟁이 첫째를 데리고 온종일 집에 혼자 있었던 아내는 퇴근 하고 돌아온 저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요즘 혼잣말이 늘었어”
말 못하는 신생아와 하루 종일 지지고 볶다 보니 대화할 상대도 없고 너무 갑갑해서 벽보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고 하더군요. 산후우울증이라는 단어는 정말 소수의 몇몇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좁아터진 집에 갇혀서 하루 종일 갓난 아기와 혼자 보내는 휴직 기간은 말 그대로 ‘직’을 잠시 쉰다는 의미이지 ‘휴가’가 결코 아니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사회생활이라는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그 일원으로서 작게나마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연차가 쌓이고 경험이 늘어나고 직급이 올라갈 수록 그 분야에 있어 조금씩 베테랑이 되어 가는 느낌이 들죠. 설령 그 방향이 내가 원하는 방향인지 아닌지를 떠나서라도 말입니다. 일단 어떻게든 성장하고 있잖아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등장 하는 여느 직장인들처럼 내 이름 석자 박힌 자리가 있고 하나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무언가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게 힘을 줍니다.
하지만, 휴직에 들어가면 잠시 그 사회에서 나 홀로 뚝 떨어져 있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일단 물리적으로도 직장과 멀어졌을 뿐 아니라, 업무적으로도 머지 않아 단절됩니다. 휴직 초반 업무 인수자에게 몇 번 걸려오긴 합니다. ‘00님 없으니까 일이 안되요’라는 말이 빈말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전화기 너머로 듣고 있자면 왠지 어깨가 올라갑니다. 동료들이 내 빈자리를 여실히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는 내 존재감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그러한 전화도 서서히 종적을 감추게 됩니다.
사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삶의 활력을 위해서는 적당한 사회적 자극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온종일 집에만 있다보면 기본적인 긴장감 조차 사라지기 때문에 그 동안 주어지던 적당한 자극에 의한 삶의 동기나 에너지를 발휘할 수 없게 되죠. 적당한 운동은 몸에 힘을 더해주는 것 처럼, 사람들과 소통하며 받았던 적당한 자극과 스트레스도 그 간 우리의 사회적 근육을 유지시켜줬을 것입니다. 또한, 사회생활로 부터 얻을 수 있었던 크고 작은 인정들도 집안에선 찾을 수 없죠. 자연스럽게 자존감이 흔들리게 됩니다.
어쨌든, 우리는 부지불식 간에 직장생활 속 페르소나를 나 자신의 정체성과 거의 동일시하며 살아 왔습니다. 그게 옳든 잘못됐든 간에 말이죠. 그렇기에 직장인 아무개의 명함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마치 자신을 상실한 것과 같은 공허함을 느끼게 되기 쉬워요.

일상을 가득 채운 새로운 정체성. 엄마, 아빠
아이가 좀 크고 기관에도 보낼 수 있는 시기에 휴직을 쓰신 분이라면 그래도 시간적 여유가 주어지는 일상을 보낼 수 있으실겁니다. 하지만, 신생아를 키우는 휴직을 쓰시는 쓰는 휴직이라면? 게다가 주변에 도와줄 만한 사람도 없는 여건이라면 사실상 눈뜨고 잠들 때까지 애만 보게 되죠. 잠시 숨돌리는 낮잠타임이 되어도 간 밤에 부족했던 잠을 보충하기 바쁘거나, 집안일이나 육아용품 같은 것들을 알아보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들어야만 할겁니다.
부모 역할에 몰입하게 될 수록 멋지게 차려입은 사회인으로서 일하던 시절이 마치 전생같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직장인으로서의 내 자아가 머물던 빈자리를 느낄 새도 없이 그 자리는 엄마,아빠라는 새로운 자아로 순식간에 채워집니다. 엄마 혹은 아빠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내 삶을 대표하게 됩니다.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며 보낸 하루가 저물고나면 가까스로 재우고 나와 마치 전쟁통처럼 어질러진 집안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집을 비로소 원상복구 시키고 나면 선택의 기로에 놓이죠.
이렇게 하루를 ‘강제 종료’ 할 것이냐, 내일의 나에게 미안하지만 이 여유로움을 좀 즐길것이냐!
그렇게 맥주 한 캔 따서 넷플릭스에서 좋아하는 콘텐츠 하나를 재생하고 잠시 깔깔거리며 웃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고 어느새 시계는 자정을 가리킵니다.

직장인이라는 정체성이 있던 자리에 새롭게 주어진 ‘부모로서의 정체성’은 생각보다 어색하고 버겁습니다. 직장은 출근과 퇴근이라도 있지, 집에선 퇴근이라는 개념이 없으니까요. 차라리 직장다니며 일 할 때가 훨씬 나았겠다 싶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해도 어찌됐든, 직장인이라는 사회적 정체성을 잠시 상실했지만, 어느새 그 자리를 가득채운 부모라는 정체성으로 인해 잠시 느껴졌던 공허함은 일단 바쁜 일상 속에 켜켜이 덮어집니다. 온전히 부모로서 아이와 찐한 시간을 함께하며 부모로서의 정체성도 내 안에 꽤 단단하게 자리를 잡게 됩니다.
직장인 모드 추가. 두 개의 역할로 한도 초과
그렇게 길었던 휴직도 어느새 끝나고 복직을 하며 직장인이라는 명찰을 다시 달게됩니다. 부모라는 정체성으로만 채워졌던 나의 일상에는 잠시 잊고 지내던 사회적 정체성이 재입장합니다. 가뜩이나 빈틈없이 채워져있던 공간에 두 개의 거대한 정체성이 동시에 양립하게 되죠. 당연히 일상은 더 촘촘하고 빡빡하게 채워집니다. 하나의 역할만으로도 결코 만만하지 않은 삶인데 두 가지를 모두 해내야 하니까요.
그래도 일상은 어떻게든 삐걱삐걱 굴러갑니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회사까지 부리나케 달려 어렵사리 정시에 일을 시작하고, 퇴근 시간에는 눈치 보며 짐을 싸고 일어나 어린이집까지 휘달려 마치 터치다운 하듯 아이를 하원합니다. 그렇게 제 2의 출근 시작. 먹이고 씻기고 치우고 재우는 것만으로 저녁일상은 바쁘게 지나갑니다. 여유를 부리거나 일탈을 즐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일도 똑같은 일상을 살아내야 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위태로운 균형은 작은 변수에도 크게 흔들립니다. 대표적으로 아이가 아픈 경우죠. 일요일 저녁 체온계 빨간불을 본 적 있으신 분들은 공감하시죠? 열나고 아픈 애를 기관에 밀어넣고 일을 하러 갈 순 없잖아요. 결국 그렇게 배우자와 연차, 반차 돌려먹기를 하며 아이를 돌봅니다. 그렇게 다시 또 살얼음판 균형을 찾아갑니다. 그렇게 위태로운 균형과 전력을 다한 위기 대응이 사이클 처럼 반복됩니다. 그러다 마음 속에 떠오른 문장 하나.
‘이런 일상이 도대체 언제까지 이어지는 거지?'

나는 누구지? 역할 중독에 갇혀버린 삶
이렇게 힘들지만, 그래도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게 보내며 꾸역꾸역 살아가다 보니 시간은 휙휙 잘도 지나갑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일을 빈틈없이 꽉 채워 정신 없이 살아가며 바쁜 와중에도 문득 마음 한 구석이 공허하고 불안합니다.
- 이렇게 계속 살아가는게 맞는 걸까?
- 나는 이렇게 점점 나이들면서 정년까지 일하는 삶을 살게 되는 건가?
-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면 내 남은 인생에는 어떤 목표가 있을까?
-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 걸까?
왜 이런 생각이 들까요? 그건 직장인과 부모로서의 정체성으로만으로 이미 삶이 꽉 차버리면서 ‘나’로서의 삶이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나로서의 삶을 바로 세운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간단하게 말해서 직함으로 설명되는 이대리 김과장이 아니라, 아들 딸을 양육해야하는 엄마 아빠로서가 아니라, 자연인 아무개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성과와 인정으로 자존감을 채워온 직장인, 희생으로 가치를 증명하려는 부모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한 번 뿐인 인생을 어떤 경험들로 채우며 살아야 ‘나 잘 살았다. 잘 살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까요?
자기 다운 삶을 바로 세운 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어 그에 합당한 삶을 사는 것’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우리 모두는 부모이기 이전에, 직장인이기 이전에 한 명의 오롯한 개체입니다. 여러분에게 주어진 다양한 책무가 없다면 자기 자신으로서 주어진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셨나요?
육아와 일이라는 커다란 역할이 있음에도 어떻게든 작게라도 내 삶을 지켜낼 수 있다면 비록 속도와 효율은 조금 양보하게 되겠지만, 매일 일상에 매몰되고 그저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감각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아마도 이런 생각 들지 않으세요?
이미 직장인과 부모로서의 책무로 하루가 꽉 차버렸는데, 나로서의 삶을 챙기는 건 불가능 한 것 아닌가?
'복직을 대비하는 육아휴직'시리즈의 두번째 챕터인 '뿌리 내리기'에서는 총 3회에 걸쳐서 글이 발행 될 예정입니다. 오늘 1부에 이어, 다음 2부에서는 맞벌이 육아인이 휴직 기간에 나 자신의 정체성과 자아상을 명확히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고 왜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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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삶의 균형을 지향하는 사람들과 함께하세요.
주변 다섯 명의 평균이 바로 나 자신이다.
이 말 많이 들어보셨죠? 그 만큼 주변 관계와 환경 설정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당장 저 부터가 육아(6)도 일(1)도 삶(3)도 잘 해내고 싶어요. 그래서 그런 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아래링크를 클릭하셔서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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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도 일도 내 삶도 잘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 아빠들과 동반 성장 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어요. 앞으로 애비로드가 진행하는 각종 프로그램 소식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어요 :) 우리 같이 또 멀리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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