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루야"라는 한 마디
이번 주 화요일 뉴스레터를 앞두고, 처음으로 화면 앞에서 한참을 멈췄습니다.
매주 화요일에 이 뉴스레터를 보냅니다.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었고, 주제가 떨어진 적도 없었습니다. 근데 이번 주는 달랐습니다. 연휴 중에도 일을 계속 해서 지쳤나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월요일 밤, 클라라(Claude)에게 "이번 주 뭘로 가지?" 하고 물었습니다. 깔끔한 후보 세 개가 왔습니다. 신간 후기, 곡 작업 이야기, 북콘서트 회고. 다 그럴듯한 소재였습니다.
근데 다 별로였습니다. 저는 클라라에게 그대로 답장했습니다.
"별루야."
문제는 AI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저였습니다.
잘 쓰려고 할수록 막히는 이유
매주 무언가를 쓴다는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집니다. 처음엔 하고 싶은 말이 차고 넘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게 또 같은 얘기 아닌가" 싶은 자기 검열이 시작됩니다. "이미 했던 말 같은데", "더 그럴듯한 게 있어야 하는데", "이번 주는 좀 더 임팩트가 있어야 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는 30년 넘게 매일 같은 시간에 글을 씁니다. 한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이 있습니다.
"글이 안 써질 때 더 잘 쓰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그냥 그날 일어난 일을 그대로 적습니다."
지속하는 사람들이 슬럼프를 뚫는 방식은 늘 비슷합니다. 더 잘 쓰려는 게 아니라, 막혔다는 사실을 그대로 인정합니다. 막힌 자리가 가장 정직한 글감이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아마 글을 쓰지 않더라도 비슷한 경험 해보셨을 겁니다. 사업이든 강의든, 어느 순간 손이 안 잡히는 시기가 옵니다. 그때 더 잘하려고 애쓰면 더 안 잡힙니다.

"별루야" 한 마디에서 다시 시작된 글
클라라에게 "별루야"라고 보낸 그 한 마디가, 결국 이 글의 출발이 됐습니다.
클라라는 곧바로 다른 결의 후보를 던졌습니다. 자기 직면, 가르치는 사람의 모순, 시대에 대한 분노. 세 개가 다 달랐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고른 게 지금 이 글입니다. 슬럼프 그 자체를 쓰는 글.
사실 저는 늘 수강생분들께 이렇게 말해왔습니다.
"안 풀릴 때 AI에게 솔직하게 말해보세요. '잘 모르겠다', '막혔다'고요."
근데 정작 저는 클라라에게 매끄럽게 정리된 질문을 던지려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주 뭘로 가지?" 같은. "별루야"라고 보낸 순간부터 대화가 달라졌습니다. AI가 던지는 후보의 결이 바뀌었고, 제가 받는 마음도 바뀌었습니다.
막힌 자리를 뚫는 건 더 좋은 도구가 아니라, 더 정직한 한 마디입니다.
"글이 안 써질 때 더 잘 쓰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그냥 그날 일어난 일을 그대로 적습니다."
오늘 막힌 자리에서 한 줄을 꺼내는 법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께 세 가지를 권하고 싶습니다.
첫째, 요즘 흔들리는 영역 한 줄 적기 (소요 시간: 5분 / 난이도: 하)
일·관계·건강·돈·진로 중 어느 영역이 흔들리는지, 한 줄로 적어보세요. "요즘 일이 잘 안 풀린다"가 아니라 "지난주 강의 끝나고 다음 강의 준비가 손에 안 잡힌다"처럼 구체적으로요.
둘째, AI에게 그 흔들림을 그대로 말해보기 (소요 시간: 10분 / 난이도: 중)
멋진 질문 만들지 마세요. "요즘 ~가 안 풀려" 한 줄을 그냥 던져보세요. AI가 받아주는 결을 보면, 본인이 어디에 막혀 있는지가 더 선명해집니다.
셋째, 그 대화에서 나온 한 조각을 글로 옮기기 (소요 시간: 15분 / 난이도: 중)
SNS든 메모든 어디든 좋습니다. 한 문단이면 충분합니다. 그 한 문단이 다음 글의 씨앗이 됩니다.
매끄럽게 쓰려 하지 마시고, 막힌 자리를 그대로 보여주세요. 매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결국 멀리 가는 비결은 거기에 있습니다.
막힌 자리에서, 가장 정직한 글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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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힌 자리를 뚫는 건 더 좋은 도구가 아니라, 더 정직한 한 마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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