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켜고 30분, 왜 결국 아무것도 못 누르게 될까요?

결정을 위임하는 것과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2026.02.03 | 조회 4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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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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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최강작가 황성진

"AI 사용법을 알려주는 뉴스레터가 아닙니다. AI를 써도 왜 제자리인지, 그 이유를 기록하는 뉴스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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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가 많아서 힘든 걸까요, 책임이 무거워서 힘든 걸까요?

결정피로의 본질은 선택의 양이 아니라 책임의 무게에 있습니다

 

어젯밤, 넷플릭스를 켰습니다. 30분을 스크롤했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못 눌렀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콘텐츠 중에 딱 하나를 고르는 일. 잘못 고르면 2시간을 날리고, 잘 고르면 인생 작품을 만납니다. 그 무게가 손가락을 멈추게 합니다.

 

오늘은 이 피로의 정체가 무엇인지, 우리가 정말 위임하고 있는 것이 '결정'인지 '책임'인지를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저는 이 현상을 '결정피로'라고 부릅니다. 하루에 수백 개의 크고 작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현대인에게, 선택은 더 이상 자유가 아니라 노동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선택지가 많아서 힘든 걸까요?

 

10년 전에도 넷플릭스엔 콘텐츠가 넘쳤습니다. 그때는 왜 지금처럼 지치지 않았을까요?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선택지의 수가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그 선택의 결과를 온전히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입니다.

 

예전에는 "그냥 인기순으로 봐"라고 하면 그냥 따라갔습니다. 재미없어도 "다들 봤으니까"라는 변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내가 고른 것은 내가 책임져야 합니다. 리뷰를 안 봤으면 내 잘못, 비교를 안 했으면 내 잘못.

 

선택의 자유가 커진 만큼, 선택의 책임도 오롯이 개인에게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묻습니다. "그냥 하나만 알려주세요."

이 말이 편해진 순간, 우리는 결정을 위임한 걸까요? 아니면 책임을 떠넘긴 걸까요?

 

왜 추천받은 대로 했는데도 불안할까요?

결정권 위임과 판단 포기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2023년 세계경제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결정피로로 인한 전 세계 경제 비용은 연간 약 4,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맥킨지는 2024년 연구에서 결정피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리더가 있는 기업이 5년간 수익성에서 22% 앞섰다고 발표했습니다.

 

숫자가 말해줍니다. 결정피로는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시대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구분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AI에게, 알고리즘에게, 전문가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 이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효율적인 위임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추천해줘서 이걸 샀는데, 별로야."

"알고리즘이 보여줘서 본 건데, 시간 낭비였어."

"멘토가 하라고 해서 했는데, 안 됐어."

 

이 문장들의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결과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없습니다.

 

"결정을 위임하는 것과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효율적인 위임은 "내가 이 기준으로 판단했고, 실행은 맡긴다"입니다. 반면 책임 떠넘기기는 "네가 정해줘, 그리고 틀리면 네 탓이야"입니다.

전자는 판단의 주체가 나입니다. 후자는 판단 자체를 포기한 겁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선택 과부하'의 세 가지 부정적 결과로 설명합니다. 첫째, 결정 마비. 아예 선택을 못 합니다. 둘째, 객관적으로 나쁜 결과. 급하게 대충 골라서 손해를 봅니다. 셋째, 주관적 불만족. 선택 후에도 "더 좋은 게 있었을 텐데" 하고 후회합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모두, 판단의 기준이 없을 때 발생합니다.

기준이 있으면 선택지가 100개여도 금방 줄어듭니다. 기준이 없으면 선택지가 3개여도 괴롭습니다.

결국 문제는 선택지의 수가 아니라, 내 판단 기준의 부재입니다.

 

"그냥 주제 하나만 정해주세요" - 그 말 뒤에 숨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기준이 생기자, 선택지가 줄고 속도가 달라졌습니다

 

AI최강작가 과정에서 자주 만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한 수강생이 있었습니다. 처음 상담할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표님, 저 뭘로 책 쓰면 좋을까요? 그냥 하나만 정해주세요."

충분히 이해되는 질문이었습니다. 20년 넘게 한 분야에서 일했고, 경험도 많고, 할 말도 많은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이라는 형태로 정리하려니 막막했던 겁니다.

 

그래서 AI에게 물었습니다. "내 경력으로 어떤 책을 쓰면 좋을까?" AI는 친절하게 다섯 가지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수강생은 그중 하나를 골랐습니다. AI가 목차를 짜줬습니다. 챕터별 개요도 만들어줬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막상 글을 쓰려니 손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AI가 만들어준 목차는 그럴듯했지만, 정작 '내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쓰다가 멈추고, 멈추다가 포기하고, 포기했다가 다시 AI에게 "다른 주제는 없을까요?"라고 묻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선택하지 못한 채 2주가 흘렀습니다.

그때 저는 질문을 바꿔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이 책을 다 쓰고 나서, 누가 이 책을 읽고 무엇을 하길 원하세요?"

수강생은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가 20년간 실패하면서 배운 걸, 이제 막 시작하는 후배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저처럼 삽질하지 않게요."

 

그 순간, 기준이 생겼습니다.

'후배들이 삽질하지 않게'. 이 한 문장이 기준이 되자, 주제가 명확해졌습니다. 목차가 스스로 정리됐습니다. AI에게 던지는 질문도 달라졌습니다. "이 목차 괜찮아?"가 아니라 "이 챕터가 후배들의 삽질을 줄여줄 수 있을까?"가 됐습니다.

 

AI의 답변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이런 방향도 있고, 저런 방향도 있습니다"였다면, 이제는 "그 기준이라면 이 부분을 강화하는 게 좋겠습니다"가 됐습니다.

2주간 멈춰 있던 분이, 그 후 3주 만에 초고를 완성했습니다.

 

"AI는 기준을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기준이 있을 때, 확장을 도와줄 뿐입니다."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뉴스레터 주제를 AI에게 "뭐가 좋을까?"라고 물었을 때, 돌아온 건 그럴듯한 열 가지 아이디어였습니다. 하나를 고르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이전 뉴스레터들을 보니, 이 맥락에서 독자들이 답답해할 문제가 뭘까?"라고 먼저 정의하고 나서 물었을 때, AI는 정확히 그 문제를 풀어주는 방향으로 도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판단은 내가, 확장은 AI가."

AI는 결정을 대신 내려주는 존재가 아닙니다. 내 판단을 더 넓고 깊게 확장해주는 증폭기입니다. 증폭기는 원래 신호가 있어야 작동합니다. 신호 없이 증폭기만 켜면, 잡음만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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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무엇을 하면 될까요?

정답을 찾기 전에, 판단 기준 한 줄을 먼저 적어보세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결정피로의 본질은 선택지가 많아서가 아니라, 판단 기준이 없어서입니다. 기준 없이 AI나 전문가에게 결정을 맡기면, 위임이 아니라 책임 떠넘기기가 됩니다. 그리고 책임을 떠넘긴 선택은, 결과가 좋아도 내 것이 아닙니다.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세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결정 전에 '왜'를 한 문장으로 적어보세요. (5분)

"이 선택을 왜 하려고 하지?" 대답이 "남들도 그러니까"라면, 아직 내 기준이 없는 겁니다. "나는 이것 때문에"라는 문장이 나올 때까지 잠깐 멈춰보세요.

 

둘째, AI에게 질문하기 전에, 내 기준을 먼저 말해보세요. (3분)

"뭐가 좋아?"가 아니라 "나는 이런 기준인데, 이 방향이 맞아?"로 바꿔보세요. AI의 답변이 달라지고, 당신의 판단력도 달라집니다.

 

셋째, 선택 후 '내가 왜 이걸 골랐는지' 한 줄을 남겨보세요. (2분)

틀린 선택보다 더 위험한 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선택입니다. 내가 왜 이걸 골랐는지 기록해두면, 그 선택은 온전히 내 것이 됩니다. 맞든 틀리든, 배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오늘 당신이 미룬 결정 하나를 떠올려보세요. 그것은 정말로 정보가 부족해서였나요, 아니면 책임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나요?

 

최근에 "그냥 이게 제일 낫다더라"는 이유로 한 선택이 있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금 누구에게 있다고 느끼시나요?

 

이번 주, 정답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그 선택을 하게 된 나만의 판단 기준을 한 줄로 적어보시면 어떨까요?

 

기준이 생기면, 선택이 가벼워집니다. 가벼워진 선택은, 더 자주, 더 빠르게, 더 단단하게 내 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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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정을 위임하는 것과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살짝 자랑 좀...

그리고 2월초에 'IT동아'를 통해 AI인간학 칼럼이 연재됩니다. 고전에서 배우는 AI생존법에 대한 이야기를 시리즈로 다룹니다. 기대해주세요:)

 

매주 화요일 아침, 이어지는 실전 이야기를 바로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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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용법을 알려주는 뉴스레터가 아닙니다.

생각의 방향을 함께 붙드는 뉴스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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