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는 '세상의 모든 문화' 필진들을 포함하여 다양한 직업을 가진 직업인들을 인터뷰하는 주말 코너이자 공저(클릭)의 이름입니다.
1. 본인의 직업(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 간단한 자기 소개, 프로필]
사회복지사 8년차 노동 중인 김재용입니다. 처음에는 기업이 사회공헌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컨설팅하고, 시민에게는 익숙지 않은 사회적 책임을 알리는 것으로 사회복지사의 일을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구 단위의 사회보장 계획을 수립하는 일로 사회복지를 실천 중입니다.
역설적이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사회복지사의 모습이 아니기에 ‘그 일’을 시작했습니다. 후원 물품이 필요한 주민에게 전달하고, 존엄한 삶을 위해 어떠한 지원이 필요한지 상담하고, 직접적인 돌봄하는 것은 제 적성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러한 일련의 현장 실천이 필요없다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직접 실천보다는, 직접 실천하는 기관이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 제공 환경을 바꾸거나, 지속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거나, 거시적인 사회 변화를 꿈꾸는 것이 저에게 잘 맞았을 뿐입니다.
2. 일을 하며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어떤 때인가요?
직접적인 실천을 하다보면 보람을 느끼거나 감동받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친환경 커피박 화분 만들기 프로그램 중이었습니다. 참여 아동이 “선생님, 혹시 이 화분에 씨앗 심어서 결과도 따로 제출해야 하나요?”라고 제게 물었습니다. 저는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열 살도 채되지 않은 아이지만, ‘이 프로그램 이전부터 반복되었을 숱한 요구 끝에 결과 보고용 사진 제출부터 생각하는구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집에 가서 잘 키워만 달라고, 사진 같은 것은 필요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예상 밖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거 잘 키워서 씨앗 많이 생기면, 선생님에게 주고 싶어서요.”
저도 사회복지사로 일하기 전에, 또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도 주말 자원봉사를 지속적으로 했기에 이러한 실천에 대한 보람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현장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에서의 근무는 직접적인 보람을 느끼기 쉽지 않습니다. 주민 대상의 서비스나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꼭 한 가지 순간을 꼽자면, 제 일이 시스템화되어 실제로 지역사회에서 운영되는 모습을 보면 기획자로서의 성장을 느끼며 보람을 느끼고는 합니다.
책에서 소개했던 프로젝트가 영상으로 제작된 것이 있어 남겨드립니다. 제 글을 읽다가 이 영상을 보시면 보다 직접적인 그날의 현장감을 느끼실 수 있겠네요.
https://youtu.be/v-jF-UDL7J0?si=e_o1bbIScfecyxgx
3. 일을 하며 가장 어렵고 힘든 때는 언제였나요?
저는 주민 대상 사업을 하지 않기에, 행정 조직 공무원이나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 현장 사회복지사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납니다. 다양한 영역의 담당자와 만나다 보면 같은 한국어를 사용함에도 언어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입장 차이가 명확함을 느낍니다. 이를 테면 행정 조직은 안전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기업은 외부에 드러나는 것이 중요하게 여깁니다.
사회복지 영역에서도 이와 같은 것은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 삶의 변화입니다. 때로는 사업에서 실패할 위험이 있어도 도전해야 하고, 소속된 기관보다 다른 곳이 성과의 열매를 따도록 조명을 비추는 역할도 해야합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다른 언어를 동시 통역하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하지만 이를 조율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아마 이것이 잘 드러난 사례가 책에서 소개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었을 때의 일이겠네요. 당시에 저는 조율에 실패했고, 스트레스로 병까지 얻었으니까요.
4. 본인의 직업에 관심 있는 분들께 해줄 말씀이 있을까요?
제가 사회복지사로 노동하며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선한 의도가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민하게 사업 기획과 실행, 회고를 해야 합니다. 언제나 내가 틀렸을 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좋은 결과를 위해 수정 보완하는 완곡함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실천의 영역인 사회복지는 예술성이 필요합니다.
다만 예민하게 예술성을 발휘하기 위해서 사회 변화와 관련한 트렌드나 다른 지역의 우수 사례, 전문성을 위한 공부가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종일토록 서류 작업이나 격무에 진이 빠져 더 이상 활자가 보기 싫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사고의 확장이 인식 전환으로 이어짐을 알고, 나의 전문성이 곧 서비스하는 주민의 삶의 존엄성과도 직결되어 있음을 알고, 나의 성장이 개인 뿐 아니라 사회의 성장으로 이어짐을 알아야 합니다. 그 결과는 선한 의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질 확률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5. 이번에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를 출간하게 되었는데, 집필하면서 느꼈던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짧다면 짧은 8여 년 간 사회복지사로서의 경험이 모든 사회복지사를 대변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실제로 은사님께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교수님은 저에게 “학계에서는 학자로서 할 수 있는 고민과 시각이 있을 것이고, 현장에서는 현장만이 가지는 어려움과 고충이 있을 것이다”라고 지지를 해주셨습니다. 모든 사회복지사를 대변할 수 없고, 특히 저의 경험은 흔히 떠올리는 사회복지사의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따라서 용기내어 썼습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다양한 직군이 있으며, 개별 단위의 서비스만이 아니라 시스템적 변화까지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일이라는 것을 전하려 애썼습니다. 다만 사회복지사로서 가지는 소명 의식이나 사회 변화를 원하는 마음 가짐만큼은 진심임을 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6.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를 추천하는 말씀을 해주신다면요? [어떤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왜 추천하고 싶나요?]
사회복지사의 일에도 현장이나 직군에 따라 다양하듯이, 흔히 볼 수 없는 직업의 다양성이 이 책에는 담겨 있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 또한 공저에 참여하면서 다른 직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특히 은퇴를 앞두고 인생 재설계를 하는 분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이번 집필이 ‘그 일’을 하면서 느꼈던 마음 속 깊이 숨겨져 있던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계기였듯이, 은퇴나 인생 재설계의 시점에서 나의 과거 ‘그 일’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그 일’을 계획하는 시간이 될 듯합니다.
7. 마지막으로 어떤 직업을 가져야할지,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할지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저에게 직업은 자아 실현의 도구입니다. 내가 어떠한 일을 할 때 행복한 지, ‘그 일’을 통해서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할 지, 나를 둘러싼 사회와 어떻게 긍정적 관계를 맺을 지 알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업 선택에 있어 이것을 가장 우선시 했으면 좋겠습니다.
혹자는 말하더군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면 혹시 돈이 모자란 것은 아닌지 확인해 봐라.’ 제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사회복지사는 억만장자가 되도록 하는 직업이 아닙니다. 사회복지사 급여는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이 매년 공개되기에 검색해보셔도 좋습니다.
저를 보고 돈을 많이 벌지 못하니까, 자기 위로하는 것 아니냐 생각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각자 도생의 시대에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사회적 올바름을 행동하며 삶의 정체성과 일의 지향을 일치시키는 경험이 행복합니다. 타인이 저의 행복을 규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돈이나 타인의 시선 따위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가 행복한 일을 선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사회복지사 김재용
사회변화를 위한 글쓰기를 지속하며, 현재는 사회복지사로 노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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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11. 출간 -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클릭시 책정보 이동)
평범하고도 특별한 세상의 어떤 직업들 그리고 일하는 마음들
국회의원 보좌관, 변호사, 사회복지사, 보건교사, 책방지기, 말 수의사, 보드게임 개발자, 비디오게임 개발자, 메디컬라이터, 인공지능 리서치 엔지니어, 유튜브 크리에이터, 미술대학 입시 컨설턴트, 전시 기획자, 투자 상담가, 인사 담당자 등 이 책에 참여한 이들의 면면은 다채로우며 경력도, 일하는 현장이나 일의 성격도 모두 다르다. 다만 그 일이 무엇이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나름대로의 가치를 찾고 있다는 점만은 같다.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만이 느끼고 알 수 있는 일의 기쁨과 슬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그 일의 의미를 진솔하게 펼쳐 보인 글들을 통해 우리의 하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하는 마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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