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는 '세상의 모든 문화' 필진들을 포함하여 다양한 직업을 가진 직업인들을 인터뷰하는 주말 코너이자 공저의 이름입니다.
1. 본인의 직업(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저는 19년차 말전문수의사이며, 현재 제주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말을 전혀 모른 채 어쩌다 회사에 취직했는데, 이제는 동물 중에 말이 제일 잘생겨 보입니다. 그간 말 임상 뿐만 아니라 경마수의, 행정, 보건복지, 교육 업무 등 말에 대한 여러 조각을 이어왔으며, 저의 관심분야는 말 수술과 재활 (침술) 입니다.
2. 일을 하며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어떤 때인가요?
일을 하며 보람을 느낄 때는, 여러 사람이 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일하고 있음을 느낄 때 입니다. 아픈 말을 치료해서 그 말이 다시 살아나거나, 원래의 용도로 복귀했을 때에 당연히 큰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를 위해 동료, 보호자, 관계자들이 함께 마음을 뭉치고, 서로의 노력을 이해하고 도와주며 시너지를 낼 때 더 큰 보람을 느낍니다.
3. 일을 하며 가장 어렵고 힘든 때는 언제였나요?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국 치료가 되지 않았을 때, 산업동물이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경제적 가치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할 때가 항상 어렵습니다. 또한, 일하다 가까운 이가 부상 당하는 것을 목격 할 때, 모든 말을 모든 시간에 살펴볼 수 없는 제한적 상황에 닥칠 때 역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이 듭니다.
4. 본인의 직업에 관심 있는 분들께 해줄 말씀이 있을까요?
수의사의 분야는 매우 다양합니다. 임상과 비임상의 선택뿐 아니라, 근로자와 사업자 중 나는 어떤 성향인지, 세상에서 내가 중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탐색이 먼저 필요합니다. 말수의사의 경우 시장이 협소하고, 다른 동물과 연관성이 미흡하며, 사고위험성과 진료비 미수 등의 고려할 점이 있습니다.
5. 이번에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를 출간하게 되었는데, 집필하면서 느꼈던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이 책을 함께 쓰면서, 저는 열다섯번의 인생 게임을 한 것 처럼 생생한 직업을 여행한 느낌입니다. 생각지 못한 직업 속에서의 보람과 고군분투 과정을 현장에 있는 것 처럼 느낄 수 있어서 합평 시간이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직업 안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작가님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저 또한 나에게 직업의 의미가 뭔지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6.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를 추천하는 말씀을 해주신다면요? [어떤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왜 추천하고 싶나요?]
공부하라는 말만 듣다가, 갑자기 ‘장래희망’을 적어내라고 하면 학생은 당황스럽습니다. 좋아하는 과목도 잘 모르겠는데, 선생님도, 부모님도 너의 꿈이 뭔지 갑자기 물어보고, 뭐라도 하나 골라서 적어보라고 압박하면 얼마나 막막할까요. 이 책은 성적순처럼 획일적인 직업중 하나를 택일해 보라는 압박에서 마냥 숨고싶은 학생에게, 그냥 보드게임 하듯이 인생게임이나 한번 해보라고 툭 건네주고 싶습니다. 다 읽었는데 끌리는 직업이 이 안에 없더라도, 업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무엇인지는 이 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7. 마지막으로 어떤 직업을 가져야할지,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할지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그 일이 나에게 맞는지 미리 알고 시작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설사 고심해서 선택했을 지라도, 막상 경험해보니 후회하는 일도 파다할 겁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찐으로 좋아하는 상황, 찐으로 못견디는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경로를 스스로 변경할 힘이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삶,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돈이 벌리는 삶 중에서 택일하라면 대부분 후자를 원하겠지만, 그 일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 보물을 찾아낸 몇 안되는 사람은 지리하게 자기 자신을 탐색하고 숱하게 많은 것을 시도해본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청춘으로 돌아간다면, 말도 안되는 다양한 경험 속으로 제 자신을 던져놓고 싶습니다. 선입견 없이, 한계를 지우지 말고 다양한 일을 닥치는대로 경험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내 기분이 좋아지면서 타인의 기분도 좋아지게 하는 막연한 그 일을, 어쩌면 뜻밖의 상황 속에서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말수의사 김아람의 SNS - https://www.instagram.com/mal.jakka
* 11월말 출간 예정 -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평범하고도 특별한 세상의 어떤 직업들 그리고 일하는 마음들
국회의원 보좌관, 변호사, 사회복지사, 보건교사, 책방지기, 말 수의사, 보드게임 개발자, 비디오게임 개발자, 메디컬라이터, 인공지능 리서치 엔지니어, 유튜브 크리에이터, 미술대학 입시 컨설턴트, 전시 기획자, 투자 상담가, 인사 담당자 등 이 책에 참여한 이들의 면면은 다채로우며 경력도, 일하는 현장이나 일의 성격도 모두 다르다. 다만 그 일이 무엇이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나름대로의 가치를 찾고 있다는 점만은 같다.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만이 느끼고 알 수 있는 일의 기쁨과 슬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그 일의 의미를 진솔하게 펼쳐 보인 글들을 통해 우리의 하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하는 마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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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SS
메일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항상 챙겨보는만큼 내용이 좋을 것 같아서, 출간하자마자 사려고 해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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