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는 '세상의 모든 문화' 필진들을 포함하여 다양한 직업을 가진 직업인들을 인터뷰하는 주말 코너이자 공저(클릭)의 이름입니다.
1. 본인의 직업(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 저는 대한민국 최초의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산업)전시기획을 하는 일을 15년 정도 했습니다. 지금 현재는 서울 강서구 마곡에 새롭게 개관하는 코엑스마곡 컨벤션센터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전시회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와 달리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주기 위한 시장을 만드는 일입니다. 전시회를 통해서 참가기업과 구매자가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획하는 일이기에 비즈니스 연출가라는 표현으로 제가 글에 쓰기도 했습니다. 한번쯤은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가 보신 경험이 있겠지만 이 행사를 기획하는 기획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적이 없으실텐데 이 책을 통해서 잠시 나마 전시회를 기획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대학 졸업 후에 입사한 회사에 아직까지 23년째째 다니고 있고 전시기획 하는 일을 가장 오랫동안 했었습니다. 한 회사에 오래 다니다 보니 저의 청춘의 희노애락이 모두 나의 일과 함께 뒤섞여 있어서 일과 회사 모두 저를 대변해 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일을 하며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어떤 때인가요?
- 전시회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주는 시장을 만드는 일이다보니 전시회를 통해서 성장하는 기업을 볼 때가 가장 보람된 순간입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아서 많은 기회를 얻게 되는 환경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단순히 기획자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의 기획을 믿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목적한 바를 이루어 내려는 참가사의 노력과 참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참가사들의 재참가율이 높아지고 부스 규모를 확장하고 참관객(관람객)의 규모가 커지는 변화를 볼 때 가장 행복합니다. 전시회의 성장과 함께 나의 기획력도 자라나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시회 개막 당일 전시회 입장을 기다리는 긴 줄을 볼 때가 가장 설레고 감사하고 뿌듯함을 많이 느끼는 순간입니다. 잠못 이루고 고민하던 피로를 그 순간만큼은 잊게 해 줍니다.
3. 일을 하며 가장 어렵고 힘든 때는 언제였나요?
- 전시회에서 참가사들이 부스위치에 많이 민감합니다. 각자가 참가 목적이 다르고 규모가 다르지만 가장 많이 노출된다고 여겨지는 곳의 위치를 강하게 고집하는 참가사가 있는 경우가 참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입구 배치를 원하는 기업이 많을 때 어떻게 그런 요구를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느냐가가 큰 숙제입니다. 때로는 같은 규모의 참가사들이 추첨을 통해서 자리배정을 하기도 하고, 참가신청, 규모, 참가비 납입 순에 따라서 위치 배정을 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배정 받은 위치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심하게 항의하거나 참가 취소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전시회에서는 참관객(관람객)의 동선을 강제하지 않기 때문에 계획하지 않았던 부스에서 우연히 새로운 제품이나 찾던 기업을 만나기도 하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뜻밖의 발견 )가 큰 장점이기도 한데 그런 부분을 나름의 논리로 설득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 흥미로운 것은 강력하게 원하던 자리에 배정 받아서 전시회를 치르고 난 뒤에 “꼭 자리 때문은 아니었나봐요. 이전 저희 자리에서 경쟁사가 흥행을 하고 있으니 말이죠” 라는 분들도 있다는 겁니다. 이처럼 똑같은 조건이어도 회사마다 다르고 그 해의 사업환경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발굴해서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여전히 녹록치 않습니다.
4. 본인의 직업에 관심 있는 분들께 해줄 말씀이 있을까요?
- 전시회를 기획하는 일은 신규전시회를 기획한다고 하면 품목 선정부터 시장환경, 국내외 기업현황 등의 산업 전반의 큰 흐름을 파악하는 일부터 기업이 원하는 바와 바이어가 원하는 바를 공간에 적절히 구현해 내는 일입니다. 전시회의 참가사(판매자)와 관람객(구매자)이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올 수 있을 만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내는 일이기에 책임감도 있고 트렌드를 잘 반영하기 위해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해서 변화해 가야합니다. 다양한 사람을 온오프라인에서 만나서 설득하고 조율하고, 그 결과물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내야 하기 때문에
-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전시회가 바로 그런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전시회를 기획, 운영하는 기본 프로세스는 동이하다 하더라도 기획자가 어떤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하느냐에 따라서 큰 차이를 만들수도 있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단순 반복되는 일보다는 변화와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더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고 할 수 있는 게 많은 일입니다.
5. 이번에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를 출간하게 되었는데, 집필하면서 느꼈던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 저에게 전시기획, 저에게 제가 23년을 다닌 회사란 어떤 의미일까를 다시 한번 반추에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전시회를 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도 떠오르고 나에게 회사란 뭘까?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희노애락” 이라는 답변을 했던 것도 떠올랐습니다. 나를 믿고 나의 전시회를 선택해 주신 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결국 저를 “워크홀릭”으로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일을 하면서 정말 소중한 인연들도 만났고 함께 전시회를 만들고 성장시켰던 동료들 생각도 많이 났습니다. 역시나 이번 책을 쓰면서도 혼자 였으면 빨리 마무리하긴 했겠지만 공저하시는 작가님들과 함께였어서 멀리 여기까지 왔습니다. 피상적으로만 알았던 직업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듣고 애환도 들으면서 한 사람, 한사람의 사람책을 읽은 듯한 느낌은 저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6.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를 추천하는 말씀을 해주신다면요? [어떤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왜 추천하고 싶나요?]
- 누군가에게 글로 제 직업을 알린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직접 글로 써보니 제가 이 직업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나도 조금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전시기획자들이 한번쯤은 고민했을 법한 문제, 느꼈을을 법한 감정 들에 더 집중해서 썼습니다. 변화와 도전이 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나의 생각을 현실화해보고 싶은 학생,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일을 진정 사랑해서 오래 하고 있는 분들도 한번쯤은 이런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에 더 공감하시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추천 드립니다.
* 2024. 11. 출간 -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클릭시 책정보 이동)
국회의원 보좌관, 변호사, 사회복지사, 보건교사, 책방지기, 말 수의사, 보드게임 개발자, 비디오게임 개발자, 메디컬라이터, 인공지능 리서치 엔지니어, 유튜브 크리에이터, 미술대학 입시 컨설턴트, 전시 기획자, 투자 상담가, 인사 담당자 등 이 책에 참여한 이들의 면면은 다채로우며 경력도, 일하는 현장이나 일의 성격도 모두 다르다. 다만 그 일이 무엇이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나름대로의 가치를 찾고 있다는 점만은 같다.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만이 느끼고 알 수 있는 일의 기쁨과 슬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그 일의 의미를 진솔하게 펼쳐 보인 글들을 통해 우리의 하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하는 마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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