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구독자!
오늘은 어떤 극에 대한 글을 쓸까 하다가, 내가 최근에 여러 번 보게 된 뮤지컬 <고스트 베이커리>가 떠올랐어. 사실 처음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여러 번 보다 보니 점차 극을 사랑하게 되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네. 이번 글에는 지독히 나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들어가 있으니 미리 양해 구할게.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유의해 줘!
그럼 시작해 볼까?
<고스트 베이커리>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와 <어쩌면 해피엔딩>을 만든 *윌&휴 연출진이 만든 신작이야. 넘버 맛집 연출진답게 뮤지컬이 개막하기 전에 넘버 부르는 모습을 선공개하기도 했는데, 처음 듣는 넘버인데도 뭔가 친숙한 느낌이 들더라고. 듣기 편안하면서 따뜻한 넘버로 가득한 <고스트 베이커리>의 시놉시스를 잠깐 설명해 줄게.
*윌&휴: 윌 애런슨 작곡가와 박천휴 작사가 콤비의 애칭
<고스트 베이커리>는 1969년 서울, 최고의 베이커를 꿈꾸는 ‘순희’가 오랫동안 비어있던 건물에 가게를 차리려는 모습으로 시작해. 하지만 가게 안에 살고 있는 지박령 ‘앙리’를 만나게 되면서 첫 번째 위기에 봉착하지. 앙리는 자신의 가게를 차지하려고 하는 순희를 쫓아내려고 하지만, 가게를 오픈하고 자신의 재능을 다시 세상에 뽐내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아.
그래서 결국 순희와 함께 협업하기로 결심해. 여기에 사회성이 부족해 손님 응대를 잘하지 못하는 순희를 대신해 동네 연하남 ‘영수’까지 합류하게 되면서 그들은 좋은 성과를 내기 시작하지. 하지만 성공도 잠시… 이들의 평화를 위협하는 위기들은 계속 찾아와. 이 위기들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극이 바로 <고스트 베이커리>야.
순희 역에는 박지연, 박진주, 이봄소리 배우, 유령(앙리) 역에는 송원근, 전성우, 이재환(VIXX 켄) 배우, 그리고 영수 역에는 정시현, 신은총, 윤철주 배우가 참여했어. 좋은 기회로 해당 극을 여러 번 볼 수 있었는데, 같은 캐스팅이더라도 모든 배우가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줘서 보는 재미가 있었어. 개인적으로는 특히 유령 역 배우들의 연기 방향성이 두드러지게 다르다고 생각했어.
‘송원근’ 배우는 좀 더 다정하고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아. 순희를 향한 애정과 사랑을 다른 유령들보다 훨씬 많이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어.
‘전성우’ 배우는 다른 유령들보다도 약간 좀 더 찌질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다른 유령들은 마음을 열기 전까진 그래도 지박령으로서의 위엄(?)과 권위적임을 보이는데, 전성우 배우는 순희가 위협하면 잘 쪼는 모습을 보이며 은은한 너드미를 보여줘.
마지막으로 ‘이재환’ 배우는 가장 에너지가 강한 유령인 것 같아. 액션도 크고 성량도 짱 큼… 유령이 멋지게 포즈를 취해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는 아이돌로서의 프로미를 보여주며 완벽하게 해내. 하지만 어린 시절 모습에서는 유독 더 이기적이고 오만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어.
하지만 내가 이 극에서 가장 사랑하는 배우는… 나상모 역의 ‘진상현’ 배우와 순희 언니 t순영 역의 ‘도율희’ 배우야🤣
일단 나상모 역은 말투가 굉장히 특이해. 독특한 발음으로 영어와 한글을 섞어 쓰는데, 꼴 보기 싫은 말투를 정확하게 구현해서 너무 웃기더라고. 난 그 말투에 스며들어서 많이 따라하고 있어. 악역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말투 때문에 귀엽게 느껴지는 매직~ 이 매력은 진상현 배우가 아니었다면 살리지 못했을 거 같아.
순영 역의 도율희 배우는 매 회차 안정적인 연기력과 가창력을 보여줘서 너무 사랑하게 됐어. 난 K-맏내로서 순희가 불안한데, 나와 똑같은 심정이지만 누구보다 순희를 응원해 주는 언니에게 더 마음이 갔던 거 같아.
처음부터 언급했다시피 윌&휴 콤비의 극은 넘버 맛집으로 유명해. 이번 극 역시 넘버가 되게 좋더라고! 사실 처음에는 그냥 그랬어(진짜 솔직하게 말해버리기). 그런데 계속 듣다 보니 중독성이 너무 심한 거야. 처음 들은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들으며 자연스럽게 흥얼거릴 수 있는 곡이라는 것부터가 좋은 넘버라는 생각이 들었어.
넘버가 다 좋아서 고민이 되지만,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바로 영수의 솔로 넘버 <나 같은 사람>과 유령이 퇴장 전 마지막으로 부르는 <유령의 독백>이야. 사실 신은총 배우의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정말 따뜻한 음색을 지닌 사람을 좋아하는구나’라고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 (융니의 남자배우 음색픽: 홍광호 배우, 조형균 배우, 기세중 배우 등)
하지만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극은 나에게 베스트 극이 되지 못했어. 이유는 스토리가 아쉬웠기 때문이야. 350페이지 정도의 책이어야 할 것 같은 내용이 180페이지로 줄어들어서 중간중간 생략된 이야기가 많은 느낌이랄까… 갑분 금사빠 캐릭터가 된 영수의 존재성이 아쉬웠고, 순희와 유령의 끈끈한 유대감이 사랑으로 이어지게 되는 개연성도 아쉬웠어. 이 때문에 캐릭터들 모두에게 별로 이입이 되지 않는 게 치명적이었던 거 같아.
그래도 누구나 가볍고 즐겁게 볼 수 있는 극이라고 생각하는 점은 변하지 않아! 특히 극F는 이 극을 보고 많이 울더라고~ 마지막 장면에서 유령이 아아아아~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부분이 있거든? 나도 그 부분을 들을 때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아😭 뮤지컬 <고스트 베이커리>는 2월 23일까지 하니까 구독자이 혹시 보고 오게 된다면 꼭 후기 공유해 주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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