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구독자! 요즘 날씨가 오락가락 하는데 잘 지내고 있지? 저번 주에는 날이 엄청나게 풀려서 얇은 외투도 벗고 다녔는데, 이번 주는 다시 추워지더니 갑자기 눈이 쏟아지더라고. 이런 날씨와 어울리는 극… 바로 <지킬 앤 하이드>를 다뤄 보고자 해.
뮤지컬에 ‘ㅁ’도 몰라도 무조건 알 ‘지금 이 순간’ 넘버가 나오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맞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학로 TOM에서 연극 <지킬 앤 하이드>도 개막했다는 사실! 알고 있니? 한 원작 소설을 가지고 다르게 풀어낸 두 극을 비슷한 시기에 보게 됐는데, 구독자과도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볼게.
일단 나는 늦게 연뮤덕이 된 사람이기에, 그 유명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올해에야 보게 되었어. 그런데 어쩌다 보니 순서가 꼬여서 뮤지컬보다도 올해 초연인 연극 <지킬 앤 하이드>를 먼저 보게 되었지😅 그래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극을 먼저 보았다는 점을 미리 밝힐게.
연극 <지킬 앤 하이드>는 지킬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가브리엘 존 어터슨’을 주요 화자로 삼아 진행되는 1인극이야.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1866년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1인극으로 재해석한 작품이지. 극은 어터슨이 친구 지킬의 유언장에 의문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시작해. 오랜 친구인 지킬은 갑자기 ‘하이드’라는 인물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준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하고, 어터슨은 갑자기 나타난 ‘하이드’의 정체를 알아내려 하지.
그런데 때마침 거리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아. 육중한 몸을 가진 사내가 어떤 한 소녀와 부딪혔는데, 소녀를 미친 듯이 짓밟아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는 거야.
어터슨은 그 소문의 주인공이 ‘하이드’라는 사실을 알아내. 하지만 지킬은 평온하게 하이드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하지. 그러나 그 뒤로 지킬과 어터슨의 친우들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져. 어터슨은 부정할 수 없는 몇 가지의 증거들을 통해 이들을 살해한 사람이 하이드라는 사실을 알게 돼. 그리고 그 하이드가 지킬 일지도 모른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되지. 지킬이 왜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다룬 뮤지컬과 달리, 연극은 하이드가 저지른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좀 더 초점을 뒀어.
이 극을 꼭 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퍼포머의 캐스팅이 젠더프리여서 ‘최정원’ 배우가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야. 작은 소극장에서 최정원 배우의 연기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프리뷰 기간에 바로 예매했지.
최정원 배우가 혼자서 남녀노소를 넘나들며 배역을 소화해 내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어. 래니언 역을 통해 극에 유머를 더하기도 했지. 그중에서도 마지막에 어터슨이 겁을 먹고 술을 들이켜던 모습과, 어터슨을 향해 ‘이게 나의 하이드야’ 라고 말하는 지킬의 모습이 아직도 내 눈앞에 생생해. 마지막 대사도 많은 생각을 들게 했지.
“전 선한 사람이 아니라고 했잖아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역시 어터슨의 회상으로 중간중간 극을 이어가긴 하지만, 어터슨의 시점에서 보여주진 않아. 명확히 지킬의 시점에서 보여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시놉시스를 잘 모를 수도 있으니 간략하게 설명하고 넘어갈게.
의사인 ‘헨리 지킬’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는 정신병원의 환자들을 위해 인간의 본성을 둘로 나눌 수 있는 약을 만들려고 했어. 하지만 병원 이사진들은 실험이 반인륜적이라며 반대했지. 지킬은 더 이상 지체시킬 수 없다며 자신에게 실험 중인 약을 투여했고, 지킬과 하이드로 인격이 나뉘게 돼. 지킬은 하이드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하이드의 영향력은 점점 더 감당하기 어려워져. 결국 지킬은 하이드와 긴 싸움을 시작해. 그 과정을 보여주는 극이 바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올해 20주년을 맞이하여 화려한 캐스팅으로 돌아왔어. 그중에서 나는 ‘신성록’ 배우와 ‘홍광호’ 배우로 두 번 관극했어. 둘 다 다른 매력의 지킬과 하이드를 보여줬지. 신성록 배우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키를 활용하여 하이드의 체격을 보여줬지만, 홍광호 배우는 이전에 비해 증량하신 것 같더라고. 그래서 단단하고 육중한 체격으로 분위기를 압도했어.
하지만 홍광호 배우가 <지킬 앤 하이드>로 유명하신 데에는 역시 다 이유가 있는 법… 내가 본 홍광호 배우의 모습 중 가장 목 상태가 안 좋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무대를 찢었어. 특히 지킬과 하이드의 간극을 표현하는 부분이 정말 기가 막혔어. 또 몸을 워낙 잘 써서 그런지 인격이 변할 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과해 보이지 않더라고. 그리고 홍광호의 하이드를 본 사람들은 너무 잘 알겠지만, 하이드일 때 목소리가 진짜 압도적이어서 넋 놓고 봤던 것 같아. 그 목소리를 조금이나마 엿들을 수 있는 영상을 하나 첨부해 둘게. 제발 들어줘.
루시 역으로는 두 번 모두 ‘윤공주’ 배우로 봤는데, 목이 많이 상하신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어. 개인적으로 나는 윤공주 배우의 중저음의 매력적인 보이스를 좋아하는데, 루시의 넘버가 그 매력을 살리기엔 음이 너무 높은 것 같아 아쉽기도 했어. 하지만 2막 중 ‘A New Life’가 진짜 윤공주 배우의 매력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넘버를 끝냈을 땐 박수를 안 칠 수가 없었지.
엠마 역은 ‘이지혜’ 배우와 ‘조정은’ 배우로 봤어. 둘만 봐도 엠마는 어떤 인물상을 원해서 캐스팅했는지 알 것 같은…😊 둘 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아서 내가 고백이라도 싶었달까? 엠마 자체도 무례함을 위트로 받아내며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여성이라는 것이 참 좋았던 거 같아. 하지만 개인적으로 조정은 배우가 지킬 역이었던 홍광호 배우와 나이대가 맞아 보여서 더 보기가 편안했고, 2막에서 지킬을 위해 눈물을 흘릴 때 감정의 깊이가 잘 느껴져서 더 와닿았어.
위 글을 읽고 알 수 있다시피 연극 <지킬 앤 하이드>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같은 원작 소설을 공유하고 있지만, 관점이 아예 달르기 때문에 전개되는 내용도 달라. 그래서 관통하는 메시지는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극에 대한 감상이 조금 다르게 다가왔어.
나는 연극 <지킬 앤 하이드>가 훨씬 더 잔인하게 느껴졌어. 하이드의 악함과 폭력성이 더 와닿았다고 해야겠지. 분명 무대 효과와 사운드 자체는 뮤지컬이 훨씬 더 빵빵했는데, 왜일까 생각해 봤어.
뮤지컬은 얻어맞는 피해자들이 눈앞에 보이지만, 실제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다 보니 진짜로 때리지 못해 합을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 보이긴 해. 하지만 연극에서는 어린 소녀를 짓밟는 하이드는 보이지만, 짓밟히는 소녀는 눈에 보이지 않아. 대신 퍼포머가 짓밟힌 소녀의 모습을 생생하게 말해주지. 그런데 오히려 음성으로 전달되는 그 모습이 머릿속에서 잔인하게 상상돼서 더 끔찍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또 연극에서 하이드가 죽인 인물은 지킬의 가까운 친우들과 죄 없는 어린 소녀이지만, 뮤지컬에서 하이드가 죽인 사람들은 소아성애를 지닌 주교, 지킬의 연구를 무시하고 평민들을 무시하던 고위 귀족 등이야. 뮤지컬에선 상대적으로 ‘죽을만한 놈들을 죽였다’라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연극 속 하이드가 더 무섭게 느껴진 것 같아. 심지어 연극 속 하이드는 왜 그들을 죽였는지 이유를 말해주지 않거든. 그리고 뮤지컬은 죽이는 하이드의 입장에서 보여주지만, 연극은 자신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살해되는 상황 속의 어터슨의 시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더 무섭게 느껴졌어.
이처럼 극의 시점이 다르다 보니, 중점이 되는 인물에게 몰입이 되는가에 따라 극에 대한 집중도가 다르게 느껴졌어. 사실 난 어터슨의 시점은 이해가 됐지만, 지킬의 시점은 처음부터 별로 이해가 안 됐어. (이 여성은 과도하게 솔직합니다)
난 지킬이 사람이 가지고 태어난 선함과 악함을 명확히 분리해 낼 수 있다고 말한 것부터 동의할 수 없었어. 뮤지컬이 시작하자마자 서기관인 사이먼 스트라이드가 하는 말이 있는데, 다 보고 나면 그 말에 공감이 돼. “넌 의사지 구원자가 아냐” 난 결국 지킬의 연구는 과도한 신념과 잘못된 환상이 합쳐진 결과라고 생각해. 애초에 사람이 어떻게 선과 악을 명확하게 나눌 수 있겠어?
그런 부분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부분이 루시와의 감정이라고 생각해. 지킬은 엠마라는 사랑하는 약혼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루시라는 여성에게 이끌려 결국 키스를 하고 말지. 하지만 그때는 이미 자신에게 약물을 투여해서 지킬과 하이드로 명확히 선함과 악함이 나뉜 상태였어. 그럼 루시와 정서적 바람을 피우는 것은 악함에 속하지 않는다는 건가?
같이 관극했던 엄마는 나의 의문에 대해 ‘그건 본능이라서 그런 거 아냐?’라고 얘기하시더라고🤣 하지만 난 본능과 이성과 감정, 그런 것들이 모두 결합 되어 하나의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 행동이 그 사람의 선함과 악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해. 그런데 선함과 악함이라는 것은 개인의 시선과 상황과 경험마다 다 다르게 판단될 수 있는 건데 어떻게 이걸 명확히 구분한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
그래서 나에겐 지킬이 그저 자신의 잘못된 신념 때문에 결국 자신과 주변 인물을 파멸로 몰고 간 사람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지. 하지만 그는 뮤지컬에서 보이는 부패한 고위 귀족들과 다르게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며 사랑했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연구했던 사람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기에 그의 말로가 안타깝긴 했어.
쓰다 보니 너무 길어진 것 같네. 짧은 식견을 가지고 극을 한 번 본 사람이 쓴 글이기에, 극에 대한 이해나 깊이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어. 고전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워낙 오랜 역사를 가진 극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 그래도 극을 갓 본 아기 연뮤덕이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가볍게 보고 이해해 주면 고마울 것 같아.
연극 <지킬 앤 하이드>는 마지막 티켓팅까지 끝났지만 아직 자리가 남아있더라고! TOM 2관의 경우 어떤 자리에서 봐도 시야가 나쁘지 않고, 자리에 따라 잘 보이는 장면이 달라 자리별로 보는 맛이 있으니 남은 좌석에서라도 한 번 가서 보는 걸 추천할게!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마지막 티켓이 3월 25일 화요일에 열린다고 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경우 워낙 인기가 많아서 티켓팅 후에 티켓을 구하려고 하면 힘들어. 그러니 OD COMPANY(오디컴퍼니) 인스타그램을 통해 티켓팅 소식 참고해서 부디 원하는 캐스팅을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길 바랄게.
이번 글은 여기까지야! 다음엔 또 다른 콘텐츠 추천으로 돌아올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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