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씨니야. 이제 진짜 봄이 왔나 봐. 날씨가 제법 푸근해졌더라고. 개나리, 벚꽃, 목련 등 봄꽃도 피기 시작했어. 아직 난 꽃구경은 못 했는데 주말에 한 번 나들이 가볼까 생각 중이야! 구독자도 봄바람 실컷 즐기길 바라. 그럼 긴말 없이 바로 시작할게~
오늘의 아무콘텐츠는 몽글몽글한 봄 날씨에 딱 어울리는 <박하경 여행기>야. 주인공 ‘박하경’은 고등학교 국어 교사야. 아무도 집중하지 않는 수업 도중, 하경은 하늘 높이 날아가는 비닐봉지에 시선을 뺏겨. 저 비닐봉지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훌쩍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지.
<박하경 여행기>는 토요일 딱 하루, 하경의 당일치기 국내 여행기를 다룬 8부작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야.
‘여행’이 메인 소재다 보니 스토리가 진행되는 보통의 드라마와 달리, 드라마 한 편 한 편이 각각 독립적인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돼. 그래서 스토리를 따라가야 한다는 부담 없이, 내가 원하는 파트만 골라서 봐도 이해하는 데 아무런 문제 없어.
*옴니버스 : 영화나 연극의 한 형식.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몇 개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를 늘어놓아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든다.
하경은 여행길 도중에 여러 인물과 가벼운 인연을 맺어.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운명처럼 만난 ‘창진’(구교환), 오랫동안 팬이었던 동화 작가 ‘영숙’(길해연), 터미널에서 언쟁을 벌인 ‘할아버지’(박인환) 등…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인 인물들을 마주하지. 매화 특출 라인업이 빵빵해서 새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놀라게 돼.
나는 회차 중에서 3화를 가장 좋아해. 다른 회차와는 다르게 로맨스가 몇 방울 떨어져 있거든!
스토리만 간단히 소개하자면, 3화는 하경이 부산 국제영화제를 위해 부산으로 여행을 가면서 시작해. 그런데 자꾸만 가는 곳마다 창진과 우연히 마주치는 거야! 반복되는 우연은 서로를 의식하게 만들었어. 낯선 곳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 로맨스의 필승조건…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상황에서 둘은 순식간에 대화에 빠져들지. 당일치기만 하던 하경은 내일도 우연히 마주치자는 창진의 말 때문에 자신만의 여행 철칙을 어기기도 해. 언젠가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라던 창진의 말처럼, 간질간질한 로맨스 영화 같은 회차였어.
구교환과 이나영의 조합이 상상이 잘 안 갔는데 실제로 보니까 케미가 엄청 좋더라고! 언제 다시 작품에서 만나길 소취…
<박하경 여행기>는 국내 여행을 소재로 한 만큼, 해남, 군산, 부산, 속초, 대전, 제주, 서울, 경주 8곳의 지역 여행기를 엿볼 수 있어. 국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참고하기 좋을 것 같아! 개인적으로 부산을 정말 좋아하는데, 하경처럼 부국제에 가서 영화를 실컷 보고 싶어졌어.
각 지역의 대표 음식과 맛집도 나와. 하경이 제주에서 돌았던 ‘빵지순례’가 인터넷에서 소소하게 인기를 끌기도 했어. 혹시 궁금한 사람이 있을까 봐 몇몇 가게만 아래 정리해둘게!
‘좋아한다’는 표현이 무거워서 ‘귀엽다’는 말로 가볍게 표현하는 것 같다던 하경의 대사가 드라마를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것 같았어. 하경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현실을 살아가는 전형적인 직장인 캐릭터야. 하경은 지루한 일상에서 영영 떠나고 싶어서, 당일치기 여행으로 가벼운 해방을 느끼고 싶어 해. 혼자 걷고, 먹고, 멍때릴 수 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하경은 지친 현대인으로서의 박하경과 그냥 나 자신일 뿐인 박하경을 분리하지. 하경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현대인들도 하경처럼 짧은 여행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이 작품을 보면서 ‘이나영’이 연기하는 모습은 사실 처음 봤는데, 과하지 않고 편안하게 연기하는 배우라고 느꼈어. 이나영이 연기한 ‘박하경’ 나의 학창 시절에도 왠지 교무실 어딘가에 있었을 법한 선생님 같았어. 자연스러운 연기와 마음 따뜻해지는 연출, 스토리 덕분에 힐링할 수 있었어.
지금 당장 힐링이 필요한 사람, 감정 소비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특히 이 작품을 추천하면서 오늘의 아무콘텐츠는 마무리하도록 할게. 안녕~
스물한 번째 뉴스레터는 여기서 마칠게!
매주 금요일 오전 8시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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