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구독자!
요즘 다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벚꽃이 피고 있는데, 벚꽃 나들이 계획은 세웠어? 꽃 보러 나가면 강아지와 산책하는 분들도 많이 볼 수 있겠지? 구독자에게 반려동물이 있다면 같이 나가도 좋겠다. 그런데 반려동물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하고, 또 그런 사람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뮤지컬이 있어. 바로 올해 초연으로 찾아온 뮤지컬 <라이카>야. 그럼 소개해 볼게!
뮤지컬 <라이카>는 1957년 소련에서 혁명 40주년을 기념하여 쏘아 올린 스푸트니크 2호에 탑승해 지구상 최초로 우주 궤도를 비행한 강아지, ‘라이카’의 이야기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가 합쳐져 만들어진 뮤지컬이야.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해 줄게. <라이카>는 라이카가 스푸트니크 2호에 탑승해 우주로 발사되는 장면으로 시작해. 라이카는 우주 궤도를 떠돌다 ‘왕자’와 ‘장미’, 그리고 바오밥들이 사는 B612 행성에 도착하지.
왕자는 그런 라이카를 기다리고 있었어. 인간에 의해 강제로 우주로 보내진 라이카가 분명히 자신처럼 인간을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하지만 왕자의 생각과 다르게 라이카는 인간을 좋아했어. 그리고 자신의 관리자였던 ‘캐롤라인’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지. 보다 못한 왕자는 진실을 알려주려고 하지만, 라이카를 통해 과거의 자기 모습을 본 장미가 라이카에겐 진실을 숨기자고 해.
왕자와 장미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라이카에게 최선을 다해. 왕자는 캐롤라인과 똑같은 얼굴을 한 ‘로케보트’라는, 로켓과 로봇이 합쳐진 존재를 만들어 선물해. 하지만 결국 로케보트로 인해 라이카는 어린 왕자로 불리던 왕자의 과거와, 라이카가 타고 온 로켓에는 귀환 장치가 없었다는 점을 알게 돼.
왕자는 자신이 가진 인간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이해하게 된 라이카에게 같이 지구를 부수자고 말해. 과연 라이카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인간의 멸종만이 해답이라 말하며 달려 나가는 과정에서 라이카, 왕자 그리고 로케보트가 고뇌하는 모습을 보며 인간인 우리는 많은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게 돼.
극을 보기 전에는 라이카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만나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 지 감이 안 잡혔어. 그런데 극을 보고 나니까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추측을 잘 활용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중 하나만 말해보자면, 생텍쥐페리가 실제 비행 조종사였다는 점, 그리고 과거 사막에 불시착한 경험이 있다는 걸 토대로 <어린 왕자>가 생텍쥐페리의 실제 경험담이라는 해석이 있어. 이를 활용해 극에서는 어린 왕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며, 생텍쥐페리가 실제로 그를 만나 쓴 이야기가 <어린 왕자>임을 설명해.
나는 네 번의 관극을 통해 모든 캐스트를 다 봤어.
먼저, 라이카 역에는 김환희, 나하나, 박진주 배우가 캐스팅됐어. 포스터만 봐도 강아지라는 이미지와 찰떡이지 않니? 난 세 배우의 포스터를 봤을 때 귀여움에 기절하는 줄 알았어. 무대에서 보면 강아지 그 자체임. 반박 시 내 말이 다 맞음.
김환희 배우는 눈썹이 아래로 축 내려가는 게 눈에 띄게 보여서 정말 강아지의 감정변화를 보듯 보게 돼. 나하나 배우는 생각보다 큰 강아지야. 얼굴은 작은데 키가 생각보다 많이 커서 큰 대형견을 보는 것 같기도 해. 그리고 박진주 배우는 다른 라이카 역에 비해 가장 의젓한 강아지 같다고 생각했어.
왕자 역에는 조형균, 윤나무, 김성식 배우가 캐스팅됐어. 조형균 배우는 좀 더 아이 같으면서도 능글맞고 위트있는 왕자인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가장 어린 왕자의 정석이라는 느낌이 들었어. 윤나무 배우는 인간 혐오가 가장 강한 왕자인 것 같아. 윤나무 배우가 평소에 보여줬던 깊은 연기가 보이면서도, 다른 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나게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더라고. 김성식 배우는 일단 얼굴이 왕자 그 자체야. 부정할 수 있는 사람 없음. ‘성식왕자’가 고유명사 아니었나요?
장미 역에는 진태화, 서동진 배우가 캐스팅됐어. 장미는 극 중에서 유머 포인트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배우의 센스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런데 둘 다 너무 센스가 좋아서 장미라는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어.
둘은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줘. 진태화 배우는 내면적으로 좀 더 어른스러운 장미이고, 서동진 배우는 외적으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미야. 나는 장미 역의 두 배우가 서로 다른 디테일의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서, 두 장미만큼은 꼭 다 보는 걸 정말 추천해.
캐롤라인&로케보트 역에는 백은혜, 한보라 배우가 캐스팅됐어.
이 둘도 서로 다른 매력을 발산해서 미치겠어. 백은혜 배우는 ‘원 지로’라는 말을 할 때마다 특유의 쪼가 있어서 중독성이 정말 강해. 그리고 로케보트로 얼굴에 반짝이를 붙이고 나올 때마다 너무 예뻐. 한보라 배우는 로봇인 로케보트의 모든 걸 깔끔하게 소화해 내시더라고. 로케보트의 넘버가 한보라 배우의 음색과 잘 어울려서 참 좋았어.
그리고 캐롤라인과 로케보트를 동시에 연기하는 두 배우에게 박수쳐 주고 싶단 생각이 들어. 등장하는 씬 대부분을 눈물과 함께하는 캐롤라인의 감정과,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로케보트로서의 연기를 모두 소화하는 게 대단한 것 같아.
<라이카>는 내가 아무콘텐츠에서 여러 번 언급했던 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 박소영 연출가, 이 트리오 연출진의 새로운 작품이야. 이들이 힘을 합쳐 만들었던 극은 뮤지컬 <레드북>, <여신님이 보고 계셔>, <쇼맨: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 배우>가 있어. 이번이 네 번째 작품이지.
난 이 연출진의 이전 세 작품을 모두 너무 사랑해서 이번에 새롭게 올라올 <라이카>를 정말 많이 기대했어. 그리고 <라이카>를 처음 봤을 땐, 기대만큼 좋았던 부분도 있었고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지.
먼저 기대만큼 좋았던 점을 먼저 말해볼게. 일단 좋았던 건 넘버야!
<라이카>는 개막하기 전에 선공개로 넘버를 3곡 정도 풀어줬는데, 그때도 모든 넘버가 다 좋아서 기대감이 최대치를 찍었어. 특히 이번에 곡을 쓰실 때, B612의 작고 황량한 느낌과 주로 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바오밥나무의 특성을 반영하여 아프리카 쪽의 느낌을 내려고 하셨대. 이 점이 가장 잘 반영된 넘버가 선공개된 넘버인 ‘아름다워’라고 생각해.
넘버 ‘기다려Ⅱ’도 정말 좋아해. 로케보트의 캐릭터성과 지구보다 과학적으로 더 앞서 있는 B612의 모습을 반영하여 신시사이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만든 넘버 중 하나야. 영상 속 넘버 ‘기다려’와 다르게, ‘기다려Ⅱ’는 어둡고 진지한 넘버가 계속 나오는 2막에서 분위기가 환기되며 등장하는 신나는 넘버야. 그래서 더 좋아하게 됐어.
오늘은 더 오래 걸렸으니까
나가면 더 길게 안아주겠지
조금만, 잠시만, 기다려, 라이카- ‘기다려’ 넘버 中
(안녕) 기억할게 (안녕) 너의 마음을
(안녕) 기다릴게 (안녕) 여기 이곳에
너의 자릴 비워둔 채 기다리고 있을게- ‘기다릴게’ 넘버 中
또 “기다려”와 “안녕”이라는 가사를 반복하며 상황에 따라 변주되는 넘버들이 극 내내 나와. 계속 기다리기만 했던 라이카가 마지막엔 ‘기다릴게’라는 넘버를 듣게 된다는 게 정말 눈물났어.
나는 장미와 라이카의 관계성이 참 좋았어. 극 중에서 장미는 라이카에게 자신의 과거를 바탕으로 방향을 제시해 주는 조언자 역할처럼 나와. 결국 라이카는 장미의 조언을 통해 가장 나다운 선택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었어. 하지만 나는 장미 역시 불완전한 존재라 생각해.
장미는 갓 피어난 시절 어린 왕자로 인해 겪었던 상처를 다시 겪고 싶지 않아서 “나를 위해~”라는 말을 방패 삼아 행동하는 것처럼 느껴졌어. 누군가에게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며 독립적으로 된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방어기제가 된 것 같달까. 그런 장미가 라이카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 특히 지구로 떠나기 전 자신에 대해 책임지는 거라며, 사랑하기 위해 애썼던 시간을 후회로 남기기 싫다고 말하는 라이카를 통해 장미 역시 성장하게 됐을 거라고 생각해.
*지금부터 스포주의!
지금부터는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이야기해 볼게.
처음 봤을 때는 왕자의 서사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 인간을 저렇게까지 혐오할 정돈가 싶었지. 그런데 창작진의 말을 통해 어린 왕자가 청소년 시절에 인간에 대한 혐오가 생겼다는 걸 알고 나니 이해가 됐어. 청소년 시기에 큰 사건을 겪게 되면 거기에 몰두하게 되는 것은 물론, 사회에 대한 경험이 많이 없어 좀 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여 행동하게 되잖아. 그런데 그런 그의 마음에 공감하며 이야기해 줄 존재 하나 없었다면, 더더욱 그 감정에 깊이 파고들게 되면서 점차 극단적인 생각으로 치닫게 됐을 것 같아.
이렇게 왕자의 인간 혐오가 이해됐음에도 왕자가 라이카에게 지구로 가자고 하는 장면은 다소 급작스럽게 느껴졌어. 왜 그렇게 느껴지는지를 많이 생각 해봤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2막에서 고뇌하는 왕자의 마음이 담긴 넘버가 없어서인 것 같았어. 2막 동안 라이카는 몇 번의 넘버를 거치며 치열하게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줘. 하지만 왕자의 고뇌는 로케보트의 넘버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될 뿐이지. 그래서 왕자가 자신을 되돌아보고, 라이카를 위하기로 결정한 것이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것 같아.
누군가를 마음속 깊이 증오해 본 경험이 있기에 왕자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어. 하지만 오히려 이 경험 때문에 왕자의 감정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가 어려웠지. 라이카보다 인간을 더 길고 깊게 혐오해 온 왕자야말로 제 생각을 바꾸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거든. 그래서 왕자의 마지막 결정이 너무 동화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기도 해.
또 장미와 왕자의 관계가 극 내내 혐관을 보여주던 것에 비해 마무리가 잘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웠어. 아무래도 라이카와 왕자의 이야기로도 내용이 복잡해서 장미의 이야기까지 추가되면 내용이 넘쳤을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나는 <라이카>를 보면서 스스로 이 모든 일의 가해자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어. 그리고 극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됐지. 그동안 나는 마음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내가 편하고 싶다는 이유로 모르는 척하며 눈감았던 사실이 정말 많았다는 것을. 비록 너무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보니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인간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마주하고 개선해야 할 지점들을 던져주는 것에 있어 큰 의미가 있는 극이라고 생각해.
마치기 전에 분위기 환기 겸 프리뷰 기간 때만 있었던 장면을 알려 줄게. 다들 알다시피 프리뷰 기간에는 왕자의 머리에 브릿지 염색이 되어 있었어~ 되게 예쁘고 귀여웠는데 사라져서 아쉬워. 다른 캐릭터들의 색감이 다양해서 왕자는 오히려 차분한 머리색인 게 더 좋을 것 같아 빼게 됐대.
그리고 왕자와 라이카가 지구로 떠나고, 지구에 도착하기 전에 둘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었어. 왕자는 라이카에게 가서 있고 싶은 만큼 있다가 돌아와도 된다고 말하고 라이카는 그게 어느 정도쯤이냐고 되묻지. 그에 왕자는 우리가 널 기억할 수 있을 때까지라고 말하며 둘은 지구에 도착해. 아무래도 이전 넘버의 가사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삭제된 게 아닐까 싶어.
<라이카>는 아직 두산아트센터에서 진행 중인 극이야. 최근 <라이카>의 제작사인 라이브러리컴퍼니에서 재치 있는 할인권종명으로 할인을 진행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어. 이처럼 할인을 자주 진행하고 있으니 저렴한 가격으로 멋진 배우들의 공연을 보러 가보는 건 어때~?
그럼 나는 이만 글을 마칠게. 다음 주의 추천도 기대해 줘.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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