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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U] 가톨릭 남학교의 학생 4명이 보여주는 로미오와 줄리엣

ep.22 오늘의 콘텐츠: 연극 <알앤제이>

2024.04.12 | 조회 1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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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구독자! 서울은 이번 주에 벚꽃이 만개하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날씨도 좋았던 거 같은데 다들 나들이 잘 다녀왔니?

나는 사실 사람 많은 곳을 별로 안 좋아해서 벚꽃 명소를 막 찾아가진 않았어. 근데 의도치 않은 곳에서 예쁜 스팟을 발견하면 갑자기 기분이 엄청나게 좋아지는 거 알지ㅎㅎ 이번에 우연히 벚꽃이 참 예쁘게 핀 곳에서 관극을 했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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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스팟은 동대입구역에서 이해랑예술극장으로 올라가기 전에 보이는 길이야~ 극장으로 가는 길 바로 앞에 아주 예쁜 벚꽃길이 쫙 펼쳐져 있더라고! 이렇게 예쁜 벚꽃길을 볼 수 있으면서도, 극이랑 참 잘 어울리는 극장이기도 한 이해랑예술극장! 여기서 지금 하는 <알앤제이>에 대해서 소개해줄게~ 소개에 앞서 이번 글은 연극 <알앤제이>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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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알앤제이>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변주한 작품으로 *극중극 형식으로 진행되는 극이야. 시놉시스를 잠깐 설명해주자면 이러해. 엄격한 규율이 있는 가톨릭 남학교에 재학 중인 네 명의 소년들은 늦은 밤 기숙사를 몰래 빠져나와. 그들은 금지된 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기 시작하고, 작품 속 금지된 욕망의 이야기에 점차 빠져들어. 역할극을 이어가던 소년들은 점차 극 중 인물을 넘어서 그들을 자신에게로 이입하기 시작하지. 하지만 학교의 수업 종이 울릴 때마다 그들은 냉정한 현실로 돌아가기를 반복해. 과연 네 명의 학생은 자신들을 둘러싼 금기와 억압, 편견을 이겨낼 수 있을까?

 

*극중극 : 등장인물에 의하여 극중에서 이루어지는 연극. 여러 가지 형태로 극의 본체 속에 끼워 넣어서 2중구조에 의한 하나의 희곡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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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장난기 넘치는 학생들의 모습이라 마냥 귀여웠어. 그런데 점점 그들이 극에 몰입하는 걸 보면서 마음이아프더라구. 내가 무대로 내려가 같이 손을 잡아주고 싶었어. 이렇게 관객에게서 감정적 공감을 끌어낸다는 점 때문에 관객이 알앤제이 속 학생5의 역할로 존재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아…

특히 이 극은 ‘무대석’이라는 좌석이 따로 있어. 무대 앞쪽으로만 좌석이 있는 게 아니라, 무대 뒤쪽으로도 좌석이 있어. 그래서 무대를 빙 둘러서 관객석이 있는 형태야. 좌석 사이에도 무대로 활용되는 공간들이 많아서, 좌석마다 볼 수 있는 장면이 다를 거 같아. 관객 사이를 배우들이 지나다니니까 마치 내가 그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방관하고 있는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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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앤제이>에서는 붉은 천이 굉장히 중요한 소품으로 활용돼. 극 소개에서는 이 붉은 천이 다섯 번째 배우로 존재한다고 설명하기도 해. 이 천은 의상이 되기도 하고 소품이 되기도 하며,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죽음을 표현하기도 해. 극을 보면서 이 천이 배우들을 관통할 때마다 표현이 대단하다고 느꼈어. 그리고 붉은 천이 무대를 휘날릴 때도 모습 자체는 아름다운데, 마치 그 모습이 학생들을 둘러싼 억압인 것만 같아 숨이 막히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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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학생1 박정원, 학생2 홍승안, 학생3 한동훈, 학생4 배훈 배우로 관극했어. 내가 바랐던 캐스팅으로 본 건데.. 후회는 하나도 없었어. 다들 연기를 얼마나 잘하던지😂 일단 홍승안 배우의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좋아서 이날 깜짝 놀랐지 뭐야. 또 박정원 배우가 마지막엔 너무 울어서 눈가가 잔뜩 붉어진 채로 연기 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어. 그리고 한동훈 배우와 배훈 배우가 현실과 극세계의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는 모습을 주로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 그 혼란스러움이 맨 뒷좌석에 앉아 있는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어서 몰입이 확 되었어.  

 

친구 H와 관극 이후 나눈 대화
친구 H와 관극 이후 나눈 대화

나는 <알앤제이>의 결말이 비극적이라는 생각했었어. 마지막에 4명의 학생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걸어 나갈 때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고 생각했거든. 결국 냉소적인 현실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을 세게 받았어. 하지만 같이 본 친구는 이들의 희생, 이들의 이야기로 결국 억압에서 벗어났을 것 같아 희극으로 봤다는 거야! 그래서 친구랑 얘기 나누면서 같은 극을 봐도 해석하는 바가 다를 수 있구나 싶었어. 그리고 알앤제이라는 극 자체가 서로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많은 극이기도 하고! 

알앤제이를 여러 번 회전 돈 친구에게 들어보니까 배우의 연기 노선에 따라 마지막에 보이는 결말의 느낌도 다르다고 하더라고! 희망의 느낌이 좀 더 센 마무리일 때도 있고, 투쟁의 느낌이 강할 때도, 혹은 비극의 느낌이 강한 마무리일 때도 있다고 해서 나도 다시 한번 꼭 보러 가고 싶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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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은 워낙 유명한 희곡이라 이를 바탕으로 했거나 이를 연상하게 하는 뮤지컬은 되게 많은 걸로 알고 있어. 하지만 난 그중에서도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아이다>가 바로 떠올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재작년에 왔던 극인데 아쉽게 못 봤어. 이 극은 미국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두 갱단에 속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야. 시놉시스만 봤을 때는 배경적인 요소가 달라지고 전체적인 내용은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 그 속에서 앙상블들의 군무가 정말 대단하고 이를 보는 재미가 상당했던 걸로 들었어! 이 때문에 한번 보고 싶었는데 못 본 게 아쉬워.

<아이다>는 나를 뮤지컬 세계로 이끌어준 작품 중 하나야😆 이 극은 누비아의 공주 '아이'와 누비아와 한창 전쟁 중인 이집트의 사령관 '라다메스'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연상시키게 되는 것 같아. 이 극 역시 앙상블이 주는 에너지가 정말 좋은 극이기 때문에 돌아온다면 꼭 한 번 보길 추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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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난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연인관계로서의 '사랑' 이야기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 이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은 크게 내 마음을 울리진 못했어. 하지만 <알앤제이>는 이들의 연인관계로서의 ‘사랑'보다는, 이를 둘러싼 '억압과 절망'에 더 크게 집중하였다고 생각해. 난 이렇게 재해석한 부분이 마음에 크게 와닿았어.

그런 것처럼 좀 더 다른 방식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재해석하여 담아낸 극이 바로 <인사이드 윌리엄>이야. 아, 일단 <알앤제이>와는 정말 다른 결의 뮤지컬임을 먼저 강조할게. (큰 웃음)

<인사이드 윌리엄>은 유머 요소가 많은 극이라 <알앤제이>처럼 무겁고 여운이 진한 극은 아니야. 오히려 세상에 대한 풍자를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어서 가볍게 볼 수 있는 극이지.

간단히 줄거리를 얘기하자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열심히 집필 중이던 셰익스피어는 갑자기 분 바람 때문에 종이들이 다 섞여버리고 말아. 이야기 속에서 살아숨쉬던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햄릿이 뒤섞인 내용 속에서 만나게 되지. 자신들을 억압하던 세계에서 벗어나 갑작스러운 자유를 얻게 된 이들은 어떤 선택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게 될까? 에 대한 내용을 담은 뮤지컬이야.

난 이처럼 '로미오와 줄리엣'을 다른 관점으로 재해석한 극이 좀 더 내 취향인 것 같아. 가볍게 볼 극을 찾는다면 인사이드 윌리엄도 추천해!

 

마지막엔 로미오와 줄리엣에 관련한 다른 극들도 추천했지만, 난 그중에서도 연극 <알앤제이>를 좀 더 추천해…❤️ 알앤제이는 4월 28일까지 하는 공연이니까 다들 보러 가고 싶다면 지금 당장! 예매하러 가기! 그리고 예매해서 보러 갔다면 나중에 구독자의 후기도 들려줘~ 그럼 다음에 또 다른 콘텐츠 추천으로 돌아올게. 안녕👋

 

융니의 별점 ⭐⭐⭐⭐⭐/2 (4.5) “마지막 장면을 다시 보고 싶어요"

 

 


 

스물한 번째 뉴스레터는 여기서 마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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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니🫠 : 로미오와 줄리엣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내용인데 가톨릭 남학교의 네 명이 역할극을 한다는 점이 되게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 무대석의 개념이 콘서트의 돌출무대 같은 느낌이라 그것도 새로웠고, 붉은 천을 통해 여러 상황을 연출하는 게 화려한 무대효과보다 더 와닿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 특히 결말에 대한 해석이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어서 보러 가고 싶어지는걸😋 로미오와 줄리엣 하면 난 클래지콰이 프로젝트의 'Romeo N Juliet'이 생각나. 소설 속 주인공들의 상황을 감미롭고 로맨틱한 멜로디와는 상반되게 가사는 비극적인 사랑을 말하고 있어서 제목과 찰떡인 곡이라 가사를 천천히 곱씹어 보면서 듣는 걸 추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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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니🐋 : 어떤 이야기를 해석하는 방법에 따라 이렇게 많은 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시대를 막론하고 대중에게 먹힐 수 있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써낸 셰익스피어의 저력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어. 이번 융니의 아무콘텐츠를 읽으면서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인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가 떠오르더라구ㅋㅋ 부지런함이 미덕인 나라에서 근무 태만이라는 죄로 일 년에 딱 한 번만 만날 수 있는 형벌을 받게 된 견우와 직녀... 사소한 부분에서 문화 차이가 드러나는 점이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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