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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제78회 토니상에서 6관왕을 기록한 <어쩌면 해피엔딩>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해! 작년에 오연을 보고 오열했는데, 올해 빠르게 다시 돌아와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그래서 총첫공인 10월 30일, 전미도 회차로 바로 보고 왔지. 그럼 <어쩌면 해피엔딩> 육연을 보고 느낀 점에 대해 풀어보도록 할게.

<어쩌면 해피엔딩>(a.k.a 어햎)은 <번지점프를 하다>, <일 테노레>, <고스트 베이커리> 등을 제작한 작사가 ‘박천휴’와 작곡가 ‘윌 애런슨’이 힘을 합쳐 제작한 두 번째 뮤지컬이야. 이 뮤지컬의 시놉시스와 처음 본 감상은 이미 아무콘텐츠를 통해 공유한 적이 있기 때문에 가볍게 링크만 남길게. 이전 글을 읽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짧은 글이니 한번 읽고 오는 걸 추천해⭐ (하단 링크의 가장 아래에 담겨 있어!)

이번 어햎 육연은 초연 배우들이 오랜만에 돌아와서 큰 시선을 끌었어. ‘올리버’ 역에는 초연부터 재연까지 함께 한 김재범 배우, 사연에 함께 한 신성민 배우, 재연부터 삼연까지 함께 한 전성우 배우,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정휘 배우가 캐스팅됐어.

‘클레어’ 역에는 *트라이아웃부터 함께 한 전미도 배우, 초연과 재연을 함께 했던 최수진 배우, 재연에 참여했던 박지연 배우, 작년 오연에 합류하여 큰 인기를 끌었던 박진주 배우,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방민아 배우가 캐스팅됐어.
*트라이아웃: 장기공연을 앞두고 일정 기간 동안 평단과 관객의 반응을 살피면서 작품을 다듬어가는 단계 중의 하나로 활용되는 공연 형식

‘제임스’ 역에는 작년 오연에도 했던 이시안 배우, 트라이아웃부터 함께 한 고훈정 배우, 그리고 마찬가지로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박세훈 배우가 캐스팅됐지.

브로드웨이 진출 성공과 토니상 수상까지 이뤄내며 인정받은 이 시기에 극 초연·재연 등을 함께 했던 배우들이 돌아온 것은 뮤덕 입장에서 매우 의미 깊은 일이야. 특히 전미도 배우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클레어 역으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 그래서 티켓팅이 정말 치열하더라고😭 하지만 어떻게든 보러 간 나…. 정말 운이 좋았어.

나는 신성민, 전미도, 고훈정 배우로 관극했어. 어햎을 오연으로 처음 본 사람이라 전미도 배우와 고훈정 배우가 연기하는 어햎을 꼭 보고 싶었거든. 이렇게 소원을 성취할 수 있을 줄 몰랐어. 나는 보고 싶은 페어를 고를 때 배우들의 나이대를 어느 정도 맞춰서 보는 걸 좋아해. 이번에 딱 조화롭게 전미도, 고훈정 배우랑 나이대가 비슷한 신성민 배우로 볼 수 있어서 더 좋았어.

세 배우가 <어쩌면 해피엔딩>의 시작을 멋지게 끊어줬다고 생각해. 총첫공이라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베테랑 배우들답게 감정을 잘 끌어 올려 연기해줬어. 보통 공연이 개막하고 시간이 좀 지나야 배우들이 여유가 생기면서 애드립을 많이 치거든. 이 세 배우는 첫공부터 능숙하게 애드립을 해서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했어. 그 점에서 감탄했어. 이들의 연기력이 잠깐 일어난 연출의 실수나, 불안정해 보였던 배우의 목 상태 등을 잊게 했던 거 같기도 해.

(참고로 중앙의 문이 열리면 제임스가 연주하는 피아노가 나왔음)

<어쩌면 해피엔딩> 육연은 소극장에서 공연했던 이전과 달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이라는 중극장에서 하고 있어. 그래서인지 극장의 규모에 맞게 무대 세트와 여러 연출이 많이 변경됐지. (*나는 오연만 봤기 때문에 오연의 무대와만 비교하는 것임을 먼저 밝힐게!)

원래는 오케스트라가 있는 2층과 올리버의 집 안으로 제임스가 많이 등장했었어. 이제는 무대의 왼쪽(제임스의 방)과 오른쪽(피아노)에 제임스를 위한 공간을 따로 빼서 그쪽으로 등장하게 하더라고. 처음엔 그렇게 나눠진 세트의 형태가 보기에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시선이 너무 분산돼서 조금 아쉬웠어. 클레어 집에 있던 냉장고도 없어졌어. 냉장고 자체가 엄청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클레어와 올리버가 그 냉장고로 장난치는 씬이 귀여웠는데 그게 없어져서 아쉽더라😂
가장 크게 바뀐 건 영상 연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야. 확실한 건 아니지만, 브로드웨이 버전에서 사용한 연출 방식을 이번에 한국 버전에도 도입해 본 게 아닐까 싶어. 그로 인해 커진 무대가 비어보이지 않고 무대의 볼거리가 더 많아서 화려해졌어. 하지만 이 영상 연출에 관해서는 호불호가 좀 있더라고. 아무래도 소극장에서 했던 <어쩌면 해피엔딩>의 맛이 좀 없어진 것은 사실이라 그런 것 같아.
또 개인적으로 내 최애 장면, <반딧불에게> 넘버의 몰입감이 깨지게 되어 너무 아쉬웠어. 원래는 실제 반딧불이들 사이에 배우들이 들어가 있고,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바라보다가 잡는 장면이 현실감 있었어. 그런데 무대가 넓어짐에 따라 뒤에 날아다니는 반딧불이의 수가 엄청 많이 늘어났고, 배우들의 모습은 너무 멀어졌어. 그래서 내가 전율을 느꼈던 현실감이 확 없어져 아쉬웠던 거 같아. 하지만 올리버와 클레어가 썸타는 장면을 광대 올리고 재밌게 봤으니까 된 걸지도…😗 (영상 타임코드 1:05, 1:54 꼭 봐주길.)
넘버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덧붙여보자면, 어햎 넘버는 재즈와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그래서 편안하면서 따뜻한 느낌이 많이 드는 거 같아. 또 작품에서 현악기를 많이 사용하는데, 현악기가 유연성이 있는 악기로서 표현의 범위가 넓고 모든 시대를 다 아우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래. 위에서 먼저 언급한 <반딧불에게> 역시 반딧불이의 움직임을 현악기로 표현했어. 그래서 인상깊었던 것 같기도 해. 하지만 역시 어햎 넘버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넘버는 <사랑이란> 아닐까. 뮤지컬을 잘 몰라도 한 번쯤 봤을 수도?
하지만 내가 극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First Time in Love>야! 재연(2018년)을 할 때 찍었던 영상이라 화질이 조금 안 좋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 들어보길 바랄게. 해당 영상에서 클레어의 냉장고가 나온다는 점~
마지막에 아쉬웠던 점을 쓰긴 했지만, 제목처럼 아무리 그래도 어햎은 어햎이야. <어쩌면 해피엔딩>의 이야기가 주는 감동은 여전해. 옛날부터 함께 했던, 혹은 이번에 처음 참여한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도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거야. 융니가 아무콘텐츠에서 2번이나 언급하며 추천했다는 사실도 잊지 말기! 그러니 구독자도 기회를 놓치지 말고 티켓팅 잘해서 꼭 한번 보러 가길 바랄게. 우리 티켓팅 성공해서 연강홀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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