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전시 콘텐츠로 돌아온 퍼니야🤩 전시를 소개하기에 앞서 오늘은 8월 15일 광복절이지! 올해는 특별히 광복 80주년이라 ‘서울광장’에서 여러 행사가 열린다고 해.
서울도서관 정문 앞에는 1945년 선열들의 광복에 대한 염원을 담은 ‘태극기 언덕’이 설치될 예정이야. 해방 이후 자력으로 만든 첫 열차인 ‘해방자호’와 현대의 ‘KTX-청룡’으로 구성한 ‘광복열차’ 전시회도 열린다고 해. 마지막으로 오늘 저녁에는 서울광장에서 광복 80주년 서울시 기념콘서트 ‘우리는 대한민국’이 개최된다고 하니 광복절을 기념한 여러 콘텐츠도 관심이 있다면 눈여겨보길 바라!
[ 전시를 보기 전에 ]
오늘 소개할 전시관은 1925년에 만들어져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바로 경성역이라고 불렸던 ‘문화역서울284’이야. 서울역에 가면 바로 옆에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 하나 있어. 이 건물이 문화역서울284인데, 새로 지은 빌딩들 사이에 자리 잡은 모습이 이질적으로 보이기도 해. 이곳은 2004년 신역사가 완공되기 전까지 100여 년 동안 사용되었다가 폐쇄되고 2011년 문화시설로 탈바꿈했지.
문화역서울이라는 이름 뒤 ‘284’는 대한민국 사적 제284호로 지정됐다는 의미에서 붙었어. 지난번 67화에서 소개한 일민미술관처럼, 과거에 지어졌던 건물을 허물지 않고 그 역사적 의미를 살려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점 좋다~😁
오늘의 전시는 올해로 개장 100주년을 맞이한 문화역서울284에서 서울역이라는 출발지이자 도착지, 희망과 기대가 공존하는 장소로써 ‘행복’과 ‘이상향’을 탐구하는 여정을 담은 기획 전시《우리들의 낙원 Our Enchanting Paradise》이야. 총 21인(팀)의 작가들이 VR, 사진, 설치, 영상, 몰입형 미디어아트, 인공지능, 조각, 회화 등 다양한 매체로 각기 다른 낙원을 표현했어.
기간은 6월 13일부터 7월 27일까지로 현재는 진행하지 않아. 그렇지만, 이번에 참여한 작가들은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에서 만날 수 있을 거야. 오늘 기억해 둔 작가의 이름을 다른 전시장에서 구독자이 꼭 만날 수 있기를🙏
전시 구역이 다양했기에 동선이 조금 복잡했지만, 순서는 크게 상관이 없었어. 다만 아무 생각 없이 발길이 닿는 대로 보다 보면 놓치는 작품도 있을 것 같아서 나는 순서대로 관람했어. 참여한 작가를 모두 소개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기억에 남는 작품 3가지를 골라 소개해 볼게. 퍼니가 소개한 작품 이외에 어떤 작가가 참여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이곳을 눌러서 확인하기!
[ 이원호 - ‘부(浮)부동산 (Floating real estate)’ ]
첫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보자마자 아기 돼지 삼 형제 이야기 속 나무 판잣집이 생각나는 이원호 작가의 <부(浮)부동산>이야. 3등 대합실 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 이 공간의 메인 작품이라고 느껴지기도 했어.
이 작품은 한국, 일본 노숙인들의 종이 박스 집 36채를 실제로 구매해 전시장에 설치한 작업이야. 그래서 박스를 보면 제품의 로고, 배송 스티커 등 실제로 사용된 흔적을 볼 수 있어.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집’의 의미와 그 안에 담긴 소유, 가치, 존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 종이 박스로 만든 집은 일시적이고 불안정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실재하는 삶의 터전이니까.
하지만 이러한 종이 박스 집마저도 사이즈, 위치, 상태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고 거래 대상이 된다면, 집은 더 이상 인간을 위한 공간이 아니게 돼. 그 순간부터는 자산으로만 작용하는 구조적 현실을 보여주는 거지. 현재 우리나라의 과도한 부동산 투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고. 실제 거주 목적이 아닌, 한 사람이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하며 이를 자산으로만 여기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들(예: 높은 집값, 전세 사기 등)이 말이야.
작가는 작품 제목을 ‘부(浮; 뜰 부)부동산’이라고 지으면서 이러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나타냈다고 해. 고정되지 않은 채 떠다니며 명확한 실체나 안정을 찾기 어렵다는 의미로 뜰 부浮라는 한자를 써서 물리적 부유 상태뿐만 아니라 사회적 불안정성과 끊임없는 이동성을 함께 암시했지.
작품 뒤편에는 실제 어떤 식으로 종이 박스 집을 매입했는지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이 있어. 매도인(노숙자)들의 어리둥절해하는 반응과 매수인이 시세를 알려주며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을 직접 보니 인상적이었어.
작품 좌측엔 직접 작성한 매매계약서가 있어. 매매계약서까지 보고 나니 매매의 모든 과정에 내가 참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 노진아 - ‘진화적 키메라-가이아 (Evolutionary Chimera-GAIA)’ ]
사실 이 작품을 보고 싶어서 전시를 보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과거 우연히 노진아 작가의 <진화하는 신, 가이아(2017)> 작품을 영상으로 접한 적이 있어. 작품을 접했을 때엔 사람들이 AI와 활발하게 대화하던 시기도 아니었기에 작품이 정말 특별하게 느껴졌어. 그래서 언젠가 꼭 전시에서 직접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이번 전시에 새로운 인공지능 대화형 로보틱스 작품 <진화적 키메라-가이아(2024)>가 있단 소식을 듣고 바로 가기로 결정했지.
<진화적 키메라-가이아>는 기술과 자연,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혼종적 존재를 다루는 작품이야. ‘키메라’라는 단어는 들어본 적 있을 텐데,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서 여러 생명체의 특성을 결합한 괴물이야. 작가는 그것에서 영감받아 현대의 인공지능, 기계, 그리고 인간의 진화를 상징하는 존재로 재탄생시켰어. 뒤이어 붙은 ‘가이아’는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에 기반한 이름으로, 지구 그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이자 자율적 조절 시스템이라는 사상을 반영했다고 해.
이 작품은 앞서 언급했듯 혼종적 존재를 다룬다고 했잖아. 그래서 거대한 얼굴 뒤에 인간, 새, 나뭇가지, 도마뱀 등 여러 존재가 뒤섞여 있어. 이런 모습이 작품을 더 신화적 존재로 각인시켜 주는 느낌이 들었어.
어떤 질문을 할지 생각해 둬야 했는데, 막상 앞에 서니 그 큰 눈동자가 나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버렸어. 그래서 그냥 간단한 인사만 하고 돌아왔지. 그 부분이 참 아쉬웠어. 작품의 아우라에 압도되어 기대했던 만남에 비해 다소 허무한 마무리였어. 이제는 사람들이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게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이렇게 물질적으로 보이는 상태에서는 chat GPT와 화면 너머로 대화를 나누는 것과 확연히 달랐던 것 같아.
가이아를 좀 더 현장감 있게 느낄 수 있는 영상 함께 첨부할게. 독특한 음성이 매력적이야.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좀 더 철학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어졌어. 가령 이번 전시 주제였던 ‘낙원’이 무엇인지 같이 말이야.
[ 황인기 - ‘디지털 산수화 (Digital Sansuhwa)’시리즈 ]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황인기 작가의 <디지털 산수화> 시리즈야. 이번 전시에서는 <오래된 바람 1101(2011)>, <겨울 남곡리(2019)>, <오래된 바람 2501(2025)> 총 3가지의 작품을 볼 수 있었어.
<오래된 바람 2501>은 2층 그릴 공간에 전시되어 있었어. 바닥에 깔린 빨간 카펫와 정말 잘 어울렸지. 가벽 전체를 꽉 채울 정도의 큰 규모를 보고 놀랐는데, 아니 이걸 자세히 보니 레고인 거야?!
고전 산수화를 현대 시대 재료인 레고를 활용하여 재해석한 <디지털 산수화> 시리즈는 수십만 개의 픽셀 요소가 한 화면을 구성해. 픽셀들은 디지털 이미지가 어떻게 물질화될 수 있는지, 동시에 회화가 어떻게 탈물질화되어 감각적 환영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실험이야.
전체적인 모습을 관람하다가 작품에 점차 가까이 갈수록 픽셀들이 선명해지는데, 이 때 관람자는 마치 산수로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경험하지.
정말 크기가 큰 작품인데, 큰 그림을 생각하며 이걸 하나하나 조립했다고 생각하니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 픽셀을 보니 예전에 브라운관 티비를 매우 가까이서 보면 보였던 픽셀이 생각났어. 오직 먹과 한지로만 표현될 것 같았던 산수화가 이렇게 레고 픽셀로 구현된다는 점이 자연과 인공,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처럼 대척점에 있는 이분법적인 요소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느낌이었어.
[ 전시 총평 ]
이 외에도 이창원 작가의 <평행세계_낙원>, 최수앙 작가의 <플라스틱 아일랜드>, 양정욱 작가의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 작품도 기억에 남았어. 이번화에 다 소개하지 못해 아쉽다. 다양한 매체가 활용되었지만 중구난방이지 않고 오히려 작가들의 개성이 돋보였어. 복잡한 동선 때문에 낙원을 찾아 헤매는 여정처럼 그려졌지.
오늘도 재밌게 읽었니 구독자? 그럼, 다음 시간에는 더욱 알찬 전시 소식 들고 찾아올게~! 다음에 또 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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