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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뮤지컬들의 캐스팅이 대거 공개되고 있는데 다들 봤어? 나는 캐스팅을 보고 회전을 결심하게 되는 극들이 많이 생겼어😊 그런데 여기서 ‘회전돈다’라는 말의 의미를 다들 알고 있니? 연뮤덕 세계에서 ‘회전돈다’는 말은 한 극을 여러 번 본다는 의미로, 회전문으로 다시 돌아오는 행위에 빗대어 표현한 말이야.
나도 원래는 여러 극을 한 번씩 보는 찍먹러였어. 그런데 좋은 극을 한 번 본다는 게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그래서 최근엔 무조건 여러 번 보려고 하는 편이야. 그러다 보면 주변 머글들에게 “여러 번 보면 뭐가 좋아?”, “여러 번 보면 안 질려?”라는 질문을 많이 듣게 돼.
당연히 전혀 그렇지 않지. 그렇다면 연뮤덕들은 왜 회전을 돌까? 이번 특집호에선 이 주제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봤어.
1) 매일 하는 야구 다르듯 매일 하는 극도 다르다
연극·뮤지컬은 회차마다 내용이 똑같지만, 캐스팅이 매번 달라. 그래서 똑같은 인물을 연기하더라도 배우마다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배우로 보느냐에 따라 극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져. 하나의 역에 여러 배우가 캐스팅되는데, 그 배우들의 조합을 다 보는 건 꽤 많은 회차를 보아야 가능하지.
보통 극 자체를 좋아하면 시간 될 때마다 극을 보러 가서 모든 캐스트를 다 보게 되기도 해. 하지만 특정 한 배우를 좋아하면 그 배우를 고정으로 두고 다른 역할의 캐스트를 바꿔가며 보거든. 그래서 특정 배우와 같은 역할의 다른 캐스트들은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 이건 극이 좋아서 계속 보느냐, 혹은 한 배우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좋아서 계속 보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
같은 캐스트더라도 날마다 디테일이 달라져. 드라마나 영화 촬영할 때도 애드립을 친다고 하잖아. 연뮤도 똑같아. 다른 건 드라마와 영화는 애드립 친 걸 촬영해서 보여준다는 점이고, 연뮤는 현장에서 애드립을 친다는 점이지. 그래서 연뮤에서는 매일 다른 애드립을 칠 수가 있어.
보통 이런 애드립을 통해 그날만의 웃긴 장면이 많이 생겨. 특히 소극장 연뮤일수록 애드립이 좀 더 자유로운 편이야. 객석과 거리도 훨씬 가깝다 보니 관객과의 호흡으로 인해 달라지는 애드립도 있어. SNS를 통해 나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애드립 후기를 듣게 되면 나만 빼고 잼얘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큰 아쉬움이 남지😄
웃긴 장면뿐만 아니라 특정 대사를 변형해서 말하거나 호흡을 다르게 가짐으로써 조금 다른 감정 흐름을 보여주기도 해. 분명 난 이전과 같은 극을 보고 있는데, 작은 디테일로 인해 내가 더 깊은 감정을 느끼게 될 때마다 미치겠어.
2) 극뿐만 아니라 인물을 이해하게 된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배우들의 해석이 바뀌거나 디테일이나 애드립 등이 수정되기도 해. 그리고 극에 대한 몰입도와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더 깊은 감정선을 연기하지. 나는 이걸 알게 되는 게 바로 회전의 맛이라고 생각해.
배우들도 사람인지라 매일 오차 없이 같은 연기를 할 순 없어. 그래서 자신들이 해석한 인물의 큰 틀은 그대로 두되, 배우 간의 합과 감정 컨디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연기해. 이에 따라 같은 극을 보더라도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이 달라지는 거겠지.
또 회전을 돌다 보면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전체적인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어. 점점 달라지는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배우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연기를 계속 수정해 나가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돼. 그 과정에서 나 또한 더욱 깊이 그 인물에 대해 탐색하고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
배우가 자신이 연기하고 있는 인물에게 가지고 있는 애정을 알게 되어 그 배우가 더 좋아지기도 하지.
3) 회전을 돌아야만 좋아하는 극인가?
글을 읽다보면 ‘좋아하는 극은 회전을 무조건 돌게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 거 같아. 하지만 내 대답은 NO야.

나는 이번에 <쇼맨: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가 돌아왔을 때 회전을 돌았어. 저번 시즌엔 막공 주간에 봐서 회전을 돌지 못했거든. 그래서 이번엔 그 한을 풀고자 최대한 많이 보리라 다짐했지. 그런데 많이 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더라고.
시간의 텀 없이 보니까 극을 보면서 느꼈던 감동은 사라지고, 극을 보는 내내 이건 좋고 이건 별로라는 식으로 평가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어. 나는 극에서 인물이 말해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 듣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됐던 거 같아.
이때 처음으로 개인의 성향과 감정 상황에 따라 회전을 도는 게 오히려 더 피로하게 다가올 때도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
4) 극으로 인해 나도 변화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회전을 돈만큼 극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진다는 거야. 사실 한 번에 극의 모든 디테일을 알아채는 건 불가능해. 회전을 돌 때마다, 때로는 극장에서 앉은 위치에 따라 발견되는 디테일들이 달라져. 그래서 회전을 돌면 극에 대한 이해도는 한 번 봤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깊어져.
당연히 극에 대한 생각도 바뀌게 되는데, 예전엔 그런 나를 보며 ‘도대체 내가 이 극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도대체 뭘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 내가 너무 줏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달까?😅
극을 볼 때마다 달라지는 감정들이 결국 극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거지. 결과적으론 극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확실히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극을 보게 되기 전의 나보다 더 성장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해. 극의 메시지가 다소 철학적이거나 교훈적이지 않더라도, 한 인물을 이렇게까지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경험이 평범한 일상에서 얼마나 되겠어? 이런 경험으로 인해 나는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더 깊게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내가 아무콘텐츠에서 여러 번 언급했지만, 나는 연뮤를 처음 보기 시작했던 때의 극들이 이제야 다시 돌아오고 있는 아기 연뮤덕이야. (*보통 극은 2~3년 주기로 되돌아온다) 또 나는 찍먹을 많이 하는 다작러이기 때문에 더더욱 회전을 도는 것에 대한 고찰이 조금은 아쉬울 수 있어. 하지만 처음 연뮤덕 세계에 들어오게 됐을 땐 보통 다 나처럼 다작하다가, 점점 좋아하는 극이 좁아지게 되고 그 극 안에서 회전을 돌게 돼.
앞으로 연뮤 세계에 들어온다면 누구나 겪게 될(혹은 이미 겪고 있는) 일이니 구독자도 부디 재밌게 글을 읽었다면 좋겠다~ 다음엔 또 다른 고찰로 찾아와 볼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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