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앤소장입니다. 이번호는 '자기주도학습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뉴캐슬 대학교(Newcastle University) 수가타 미트라(Sugata Mitra) 교수의 인터뷰를 준비하였습니다.
수가타 미트라는 이론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1999년부터 25년간 전 세계에서 진행한 '벽 속의 구멍(Hole in the Wall)' 실험으로 교육계에 혁명을 일으킨 인물입니다. 그는 인도의 슬럼가에서 시작된 단순한 호기심 실험을 통해 "아이들이 성인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이 연구로 2013년 백만 달러 규모의 TED Prize를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어요.
76세의 인도 태생 교육학자인 그는 25년간 거의 모든 교육자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의 완전 자기주도학습'을 연구해온 인물입니다. 그의 연구 덕분에 지금 전 세계 수많은 학교에서 자기조직화 학습환경(SOLE, Self-Organized Learning Environment)이 도입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자기주도학습의 창시자가 지금 ChatGPT 시대를 맞아 "전통적인 교육은 끝났다"며 더욱 혁신적인 교육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AI 시대에는 답을 아는 것보다 아무도 모르는 질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는 점입니다.
본 뉴스레터는 2025년 4월 29일 TEDx에서 발표된 'The End of Knowing | Sugata Mitra'를 바탕으로, 학부모 관점에서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Q: 교수님이 25년 전 시작한 '벽 속의 구멍' 실험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1999년에 정말 단순한 실험을 했어요. 벽에 구멍을 뚫고 컴퓨터 모니터를 넣어서 유리판으로 보호한 다음, 그 앞에 그냥 두고 갔습니다. 높이는 땅에서 약 1미터 정도였고요.
사실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냥 호기심이었죠. 컴퓨터나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갑자기 이런 기회를 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했거든요.
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어요. 아이들이 스스로 컴퓨터 사용법을 익히기 시작한 거예요.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이때 깨달았어요. '누가 아이들을 가르쳤는가?'가 중요한 질문이 아니라, '무엇이 아이들을 가르쳤는가?'가 진짜 질문이라는 걸요.
Q: 실험 결과가 예상과 달랐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아이들이 어떤 것들을 스스로 학습했나요?
정말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어요. 아이들이 그룹을 이루고, 모두가 볼 수 있는 안전한 공공장소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면, 스스로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반드시 그룹이어야 하고 안전한 공공 장소여야 해요. 그렇게 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무엇이든 배울 수 있어요.
5~6년간의 실험을 통해 아이들이 못 배우는 것을 찾지 못했어요. 생명공학도 스스로 배웠고, 양자역학의 기본 개념도 터득했어요. 어디서 멈춰야 할지 모를 정도였죠.
인도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어려움이 하나 있었어요. 영어 읽기 문제였죠. 하지만 놀랍게도 아이들은 웹을 탐색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 언어를 가르치고 있었어요. 필요에 의해서 말이에요.
이 결과를 정리해보면, 그룹으로 활동하는 아이들이 안전한 공공장소에서 인터넷과 상호작용할 때, 아이들은 스스로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물론 '무엇이든'이라는 표현은 굉장히 큰 말이에요. 하지만 5~6년간의 실험을 통해 아이들이 못 배우는 것을 찾지 못했거든요.
Q: 이 실험을 영국에서도 진행하셨다고 들었는데, 문화적 차이나 환경 차이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나요?
2006년에 뉴캐슬 대학교로 갔을 때, 같은 실험을 영국에서 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어요. 근데 날씨 때문에 실험 방식을 바꿔야 했어요. 영국 날씨가 너무 춥고 비가 자주 와서 실외에 컴퓨터를 둘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교실 안으로 가져왔죠.
교실에 20명의 아이들이 있는데 컴퓨터는 4~5대만 둔 거예요. 아이들이 "다른 컴퓨터들은 어디 있어요?"라고 물으면, "이게 전부야"라고 답했어요. 그리고 흥미로운 질문을 하나 던졌죠. 정말 어린 아이들에게는 "지팡이 손잡이 위쪽이 왜 저렇게 구부러져 있을까?"같은 질문을요.
"아, 잡기 편하라고요"라고 답하면, "추측하지 말고 인터넷에서 찾아봐"라고 했어요. 그러면 아이들이 "인터넷은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라고 하죠. 그때 "교장선생님과 얘기해서 이 시간만은 허락받았어"라고 하면, 정말 마법 같은 일이 벌어져요.
영국에서도 결과는 똑같았어요. 오히려 더 잘 작동했죠. 영어가 모국어라 읽기 문제가 없었거든요. 중요한 건 문화나 환경이 다르더라도 핵심 조건만 맞으면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점이었어요.
Q: 실험 결과를 물리학 관점에서 해석하셨다고 하는데, 이 부분이 교육에 대한 기존 생각을 어떻게 바꾸나요?
2010년경 이 현상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결론을 내렸어요. 그런데 그 결론이 교육학에서 나온 게 아니라 물리학에서 나왔어요.
물리학자들은 무질서를 질서로 바꾸는 자연현상을 “자기조직화”라고 불러요.
천둥을 예로 들어볼게요. 누가 천둥을 만들었나요? 아무도 만들지 않았어요. 천둥이 스스로 만들어진 거죠. 새들의 무리 비행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특정한 새가 무리를 만든 게 아니라, 무리 자체가 스스로 형성되는 거예요.
그렇다면 교육 환경도 혼란스럽게 만들어 놓으면, 학습이 자기조직적으로 생겨나는 건 아닐까요?
Q: 그렇다면 AI 시대에 교사나 부모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시나요?
물론 교사들은 이 말을 불편해했어요. "우리가 필요 없다는 건가요?"
아니요. 혼란을 유도하고, 좋은 질문을 던지는 역할은 교사가 해야 해요. 혼돈 시스템이 먼저 만들어져야 하고, 우리가 '어트랙터(attractor)'라고 부르는 올바른 요소들, 즉 올바른 질문들이 그 안에 있어야 해요. 교사들이 바로 그 일을 해야 하는 거죠.
여기서 교육에 대해 매우 명확한 걸 깨달았어요. 여러분도 즉시 이해하실 거예요. 교사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어요. 교사는 가르치는 내용을 통제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지는 통제할 수 없어요.
이게 바로 자기조직화 학습환경의 핵심이에요.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부모도 마찬가지예요. 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거죠.
Q: ChatGPT 같은 생성형 AI가 등장한 지금, 교육 환경은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사실 저에게 생성형 AI에 대해 묻는 전화가 많이 와요. 그런데 제가 항상 반대로 질문해요. "생성형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세요?"
놀랍게도 거의 아무도 모르더라고요. 사람들은 그냥 "답을 해줘요, 지식으로 가득해요"라고 말해요. 그래서 "그게 뭐예요? 그 지식이 어디 있어요?"라고 물으면, "음, 인터넷의 모든 것이 입력됐어요"라고 답하죠.
"입력됐다"는 말이 뭔지 궁금해서 문헌을 찾아봤어요. 정말 놀라운 이야기더라고요.
생성형 AI는 행렬(matrix)을 사용해요. 단어들의 행렬을 만드는 거죠. 예를 들어 "the"라는 단어 다음에 어떤 단어가 올 수 있는지, 어떤 단어는 올 수 없는지를 숫자로 표현해요. 이것을 지구상의 모든 언어, 수백만 개의 단어에 적용하면 엄청나게 큰 행렬이 만들어져요.
그 결과 AI는 문법을 절대 틀리지 않게 됐어요. 어떤 단어 다음에 어떤 단어가 올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거든요.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AI가 문법 책을 외운 게 아니라, 수많은 텍스트를 분석해서 스스로 문법 규칙을 찾아낸 거니까요.
Q: 하지만 문법적으로 맞다고 해서 의미가 통하는 건 아니잖아요. AI가 어떻게 의미를 이해하게 됐나요?
그래서 구글의 젊은 엔지니어들이 결정을 내렸어요. "우리는 의미가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추정해보자"고요. 그들은 각 단어의 의미를 512개의 숫자로 표현한다고 가정했어요.
'날아가다', '고양이', '새', '비행기' 모든 단어를 말이에요. 그 숫자들의 값은 임의의 숫자들이지만, 어딘가에서 뭔가를 의미한다고 가정한 거죠. 이제 문장을 입력하면 행렬이 답을 만들어내요.
"고양이가 날아가고 있었다"라고 하면, 엔지니어가 "그건 틀렸어"라고 해요. 그러면 행렬이 숫자들을 조정해요. 놀라운 건 엔지니어도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에요. 그런데 AI는 더 이상 "고양이가 날아가고 있었다"라고 하지 않고 "새가 날아가고 있었다"라고 답해요.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512차원의 수십억 개 단어로 이루어진 거대한 의미 행렬이 만들어져요. 핵발전소가 필요할 정도로 큰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결과적으로 AI는 대부분의 경우 인간보다 정확한 답을 내놓아요.
그럼 우리 인간은 이제 뭘 해야 할까요?" "AI가 우리 일을 다 뺏는 건가요?" 아니에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질문하는 것이에요. 아직 아무도 답을 모르는 질문을 하는 거요.
만약 제가 아이들 "날아가는 고양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진화 과정에서 목성의 위성에서는 고양이가 날 수도 있겠네요"라고 답할 수 있어요. 핵발전소 없이도 말이죠. 아이들에게는 비스킷 한 조각이면 충분하거든요.
Q: 그렇다면 부모나 교사들이 AI 시대에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알려주세요.
교실에서든 어디서든 자기조직화 학습환경을 만드세요. 아이들이 그룹을 이뤄 인터넷을 원하는 만큼 사용하도록 격려하세요. 답을 찾기 위해서 말이에요. 그리고 이것이 여러분의 교육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세요.
교육과정은 오직 질문들로만 구성되게 될 거예요. 이건 정말 중요한 변화예요. 기존 교육과정은 "이것을 가르치고, 저것을 가르치고"였다면, 이제는 "이것을 질문하고, 저것을 질문하고"가 되는 거죠.
그런데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이 있어요. 교사는 아직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어야 해요.
아무도 답을 모르면 인터넷도 모를 거예요. 인터넷이 모르면 ChatGPT도 몰라요. 아무도 모르는 답이니까요. 9살짜리 아이들은 이런 질문을 너무 좋아해요. "아무도 답을 모른다"고 하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며 "네, 우리가 해낼게요!"라고 해요.
이게 바로 핵심이에요.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답을 줄 수 없어요. 그런 영역에서 아이들의 창의성과 탐구 정신이 빛을 발하는 거죠.
예를 들어 제가 AI에게 이 전체 발표 내용을 입력하고 "마지막 슬라이드가 뭐여야 할까?"라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나왔어요.
"생성형 AI를 자기조직화 학습환경에서 사용하면, 우리 어른들이 허락한다면, 아이들을 원하는 어디든 데려다 줄 수 있을 거예요."
여기서 핵심은 '우리 어른들이 허락한다면'이라는 부분이에요. 기술은 준비됐어요. 아이들도 준비됐어요. 이제 어른들이 이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가 관건이에요.
집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말씀드리면, 아이에게 답을 알려주려 하지 마세요. 대신 함께 찾아보자고 하세요. "엄마도 모르겠네. 우리 같이 알아볼까?"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아이가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를 설명해달라고 하세요.
이 과정에서 아이는 정보를 찾는 방법을 배우고, 찾은 정보를 이해하고 정리하는 능력을 키우게 돼요.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면서 자신의 이해를 더욱 깊게 만들어가는 거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들끼리 함께 탐구하게 하는 거예요.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부모가 볼 수 있는 곳에서 말이에요. 이렇게 하면 아이들은 서로에게서 배우고, 협력하는 방법도 익힐 수 있어요.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과정을 중시하라는 거예요. 결과적으로 옳은 답을 찾았는지보다는, 어떻게 그 답을 찾아갔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에 더 관심을 가져주세요. 때로는 틀린 답을 찾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더 가치 있을 수 있어요.
배운 점을 요약합니다
1. 자기주도학습의 핵심 조건
안전한 공공장소에서 그룹으로 활동할 때 아이들은 정말 무엇이든 스스로 배울 수 있다는 것이 25년간의 실험으로 증명됐어요.
2. 교육자 역할의 변화
답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도 답을 모르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3. AI 시대 학습법
ChatGPT 같은 AI도 모르는 질문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탐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학습이에요.
4. 부모의 실천법
"엄마도 모르겠네, 우리 같이 알아볼까?"라는 말로 시작해서 아이가 직접 찾고 설명하게 하세요.
의견을 남겨주세요
Alliallioh
질문보다 답을 말해주기 급급했던 제 모습이 떠올라 반성하게 되네요. 십대가 된 아이.. 지금 너무 늦었을까요?
앤소장의 AI 교육 뉴스레터
너무 늦었다보다는 앞으로는 아이의 말에 더 기울여주고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도록 격려해주는시면 어떨까 합니다. 저도 사춘기 아이에게 좋다는 거 채워주고 지만 본인이 받아주지 않더라구요. 도움 요청할 때가지 곁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공부하며 아이가 손내밀때까지 준비하시지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