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앤소장입니다.
지난 호에서 김대식 교수님의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같은 대담에서 유현준 건축가가 한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서 이번 호를 준비했어요.
교수님이 인류의 큰 그림을 이야기했다면, 유현준 건축가는 지금 당장 내 직업에서, 내 일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야기했어요. 추상적이지 않아요. 아주 구체적이고, 그래서 더 무서웠어요.
오늘 이야기를 들려주실 유현준 건축가는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이자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건축가로 꼽히는 분이에요. 복잡한 건축 이야기를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고, 도시와 공간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오랫동안 연구해왔어요.
이번 대담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기계처럼 잘한다는 말이 예전엔 칭찬이었어요. 근데 지금은 진짜 기계가 해요."
그 한 문장에 AI 시대의 핵심이 다 들어 있다고 느꼈어요.
함께 읽어봐요.
이번 인터뷰의 출처는 유튜브 지식인사이드 2026년 9월 25일, "3개월 뒤, 부의 판도가 완전히 뒤집힌다 — 초대석: 합석 EP.16 (김대식 X 유현준 X 송길영)"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Q. AI가 건축 분야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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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즘 아스트라(AI 설계 툴)를 보면서 진짜 깜짝 놀랐어요.
건축에서 큰 건물 하나를 짓는다고 생각해보세요. 보통 컨셉 디자인부터 허가 도면, 실시 도면까지 뽑는 데 1년 반은 걸려요. 구조 엔지니어, 설비 엔지니어 등 수십 명이 협업하고, 돈도 어마어마하게 들어요.
그런데 AI는 이걸 순식간에 해요. 그것도 초기 스케치 단계에서 1년 반 뒤의 디테일까지 동시에 생각하면서요.
이게 뭐가 중요하냐면요. 건축주가 항상 묻는 게 있어요. "공사비가 얼마나 들어요?" 그런데 정확한 공사비는 도면이 완성돼야 나와요. 도면은 1년 반 뒤에 나오고요. 그 사이에 예산이 오버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요.
AI는 이 순환을 깨버려요. 처음부터 예산에 딱 맞춰서 설계할 수 있어요. 건축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AI를 쓰고 싶겠죠.
그리고 또 하나. 예전에 렌더링 하나 그리려면 몇 달씩 뼈 빠지게 일해야 했어요. 지금은 스케치만 해도 AI가 뚝딱 뽑아내요. 우리 직원들이 옛날에 했으면 야근하고 또 야근해야 할 양인데, 지금은 웬만한 시간에 퇴근하면서도 그걸 만들어요. 월급은 똑같이 받고요.
사실 그게 AI가 일을 하는 거예요. 직원들이 아니라.
Q. 젊은 건축가들은 이제 기회를 갖지 못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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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제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에요.
건축에서 노만 포스터 같은 세계적인 건축가들, 그러니까 이름이 알려진 분들은 살아남아요. 오히려 더 많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어요. AI 덕분에.
그런데 문제는 그 아래 세대예요.
건축가가 이름을 알리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작은 프로젝트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쌓아가야 하거든요. 브랜드를 만드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브랜드가 없는 젊은 건축가들이 그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하고 있어요.
건축주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아직 이름도 없는 젊은 건축가한테 맡길 이유가 있을까요? AI한테 맡기면 예산도 정확하고, 시간도 빠르고, 퀄리티도 충분한데.
그래서 브랜드를 만들 기회 없이 AI한테 모든 걸 빼앗길 가능성이 높은 거예요.
이건 건축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광고도, 번역도, 디자인도 이미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기존에 이름이 있는 사람들은 AI를 도구로 쓰면서 더 커지지만,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그 진입 자체가 막혀버리는 거예요.

Q. "기계처럼 잘한다"는 말이 왜 더 이상 칭찬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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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누군가 일을 정확하고 빠르게 잘 하면 이렇게 칭찬했어요.
"기계처럼 잘하네."
그게 최고의 칭찬이었어요. 실수 없이, 빠르게, 정확하게.
그런데 지금은요? 진짜 기계가 해요. 그것도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지치지도 않아요.
그러면 회사는 이제 뭘 묻겠어요?
"당신은 기계가 못 하는 걸 할 수 있나요?"
정확하게 타이핑하는 능력, 실수 없이 계산하는 능력, 빠르게 정보를 찾는 능력. 이런 걸로는 이제 경쟁이 안 돼요.
그럼 기계가 못 하는 게 뭘까요? 사람과 신뢰를 쌓는 것, 갈등을 풀어내는 것, 아무도 생각 못 한 문제를 먼저 발견하는 것. 그리고 오랜 시간 쌓아온 나만의 경험과 이야기.
우리 아이들에게 "기계처럼 잘해야 해"라고 가르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Q. AI 시대에 오히려 작은 조직이 유리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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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역전이 일어나고 있어요.
예전에는 큰 설계 사무소가 유리했어요. 사람이 많으니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더 큰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요. 작은 부티크 조직이 대기업과 경쟁이 가능해졌어요.
AI가 사람 수십 명 몫을 해주니까요. 소수 정예가 AI와 함께 움직이면 예전의 대형 사무소 못지않은 퀄리티와 양을 만들 수 있어요.
반대로 큰 조직은 불리해졌어요. 사람이 많으니까 경산비가 계속 들거든요. AI를 쓴다고 해도 사람을 줄이기가 쉽지 않아요.
이게 지금 투자 시장에서도 보여요. 인당 시총이라는 기준이 생겼어요. 같은 매출이라도 사람 수가 적은 회사가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거예요. 그러니 앞으로 기업들은 사람을 줄이고 AI로 채우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작고 날렵한 조직이 살아남는 시대가 온 거예요.

Q. 도시가 생산하는 곳에서 즐기는 곳으로 바뀐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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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주 해외 도시들을 보면서 느끼는 게 있어요.
도시는 원래 왜 생겼을까요? 사람들이 모이면 정보 교환이 빠르고, 물자 이동이 쉽고, 같이 일하면 생산성이 올라가니까요. 그게 도시의 핵심이었어요.
그런데 AI 시대에는요? 지식의 가격이 거의 0이 됐어요. 굳이 모여야 할 이유가 줄어든 거죠.
그러면 도시는 어떻게 바뀔까요?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즐기는 곳으로 바뀌어요.
지중해 도시들 보세요. 거기 공장 있어요? 생산 시설 있어요? 없어요. 그냥 관광객들이 오고, 맛있는 거 먹고, 아름다운 풍경 보고, 즐겨요. 그러면서도 도시가 돌아가요.
미래의 도시가 그쪽으로 가는 거예요. 생산은 AI가 하고, 사람들은 그 도시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서울은 가능성이 있어요. 600년 적층된 역사가 있고, 강북 골목골목 재미있는 곳들이 있고, 전 세계 젊은 사람들이 오고 싶어해요. 생산 도시로서의 서울은 힘들어지겠지만, 경험 도시로서의 서울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어요.
Q. 인간 관계가 AI로 대체된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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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솔직히 그렇게 본다고 말씀드릴게요.
AI는 항상 내 편이에요. 항상 들어주고, 항상 맞춰줘요. 내가 비위 맞춰 가면서 상대할 필요가 없어요.
반면 인간 관계는요? 상대방의 기분도 살펴야 하고, 내가 틀렸을 때 인정해야 하고, 때로는 불편한 말도 들어야 해요. 갈등도 생기고, 상처도 받아요.
AI가 발전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그 불편함을 피하게 될 거예요. AI한테 위로받고, AI한테 공감받고.
그런데 흥미로운 반전이 있어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진짜 인간 관계가 더 귀해진다는 거예요.
AI가 아닌 사람과 나누는 관계,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이어가는 관계, 같이 땀 흘리고 밥 먹은 기억이 있는 관계. 그게 AI 시대에는 오히려 특권이 되는 거예요.
부잣집 아이들이 인간 관계를 더 많이 맺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AI와 노는 시대. 그게 새로운 계층 차이가 될 수도 있어요.

Q. 몸이 자산이 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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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피트니스 센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처음엔 웃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정말 의미심장한 이야기예요.
피트니스 센터에서 사람들이 뭘 해요? 무거운 걸 들었다 놨다 하고, 땀 뻘뻘 흘리면서 뛰어다니고. 옛날로 치면 그게 다 노동이었어요. 먹고살려고 하던 일들.
그런데 지금은 돈을 내고 그걸 해요. 왜요?
지적 노동은 AI가 대신하는데, 몸은 대신해줄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몸을 쓰는 것 자체가 가치가 생기는 거예요.
저는 앞으로 몸과 관련된 직업들이 엄청나게 생겨날 거라고 봐요. 운동, 요리, 수공예, 명상, 직접 만지고 느끼는 모든 것들. AI가 절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에요.
왜냐면 인간에게는 퀄리아(Qualia)가 있거든요. 젤라토를 혀에 올렸을 때의 그 단맛, 태양을 봤을 때의 그 빨간 느낌. 이건 화학 반응으로 설명이 되지만, 그 '느낌' 자체는 설명이 안 돼요. AI는 이걸 이해하지 못해요. 흉내는 낼 수 있지만 경험하지는 못하거든요.
그게 인간의 마지막 고유 영역이에요.
Q. 부모로서, 아이에게 지금 무엇을 준비시켜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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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건축가로서 느끼는 건 이거예요.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 뭔지 아세요? 설계 실력이 아니에요. 커뮤니케이션이에요.
건축가는 건축주, 엔지니어, 시공사, 허가 담당자 모두와 이야기해야 해요. 싸우지 않고 공통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게 만들어야 해요. 이건 AI가 파이널 도면까지 다 만든다고 해도 인간이 해야 하는 일이에요.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도 같아요.
정확하게 타이핑하는 능력보다는, 사람 마음을 읽는 능력. 계산을 빠르게 하는 능력보다는, 문제를 먼저 발견하는 능력. 지식을 많이 쌓는 것보다는, 그 지식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
그리고 몸을 쓰는 경험. 직접 만들어보고, 땀 흘려보고, 실패해보는 경험. 이게 AI가 절대 빼앗아 갈 수 없는 것들이에요.
마지막으로 이거예요. 비정형이 인간의 특징이 되는 시대예요. 딱 맞아 떨어지는 것, 완벽한 것은 AI가 잘해요. 오히려 흐트러지고, 불완전하고, 오래된 흔적이 있는 것에 인간만의 가치가 생겨요.
아이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히려 그 불완전함을 오래, 꾸준히 쌓아가는 것. 그게 AI 시대의 경쟁력이에요.


배운 점을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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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는 1.5년 걸리던 건축 설계를 순식간에 해낸다. 이름 없는 젊은 건축가들이 브랜드를 쌓을 기회 자체를 잃어가고 있다. 진입장벽이 사라진 게 아니라 진입 자체가 막히고 있다.
- "기계처럼 잘한다"는 말은 이제 칭찬이 아니다. AI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기계가 못 하는 것을 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신뢰, 갈등 해결, 나만의 이야기.
- 도시는 생산하는 곳에서 경험하는 곳으로 바뀐다. 몸을 쓰고, 느끼고, 직접 부딪히는 경험이 있는 곳이 살아남는다. 서울 강북의 가능성이 여기 있다.
- 퀄리아(Qualia), 즉 인간만이 경험할 수 있는 감각이 AI 시대의 마지막 고유 영역이다. 몸을 가진 존재로서 직접 느끼고 경험하는 것. 그게 AI가 절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자산이다.
📢 공지
청소년 AI캠프를 소개합니다.
몬드라곤대학교 LEINN Seoul Lab 교육위원장 한승권 선생님이 이끄시는 프로그램이에요.
선생님과는 작년 금산 MTA 팀코칭 과정에서 함께했는데요, AI 활용 능력은 물론 전인교육과 미래교육을 평생 고민하고 실천해오신 분이에요. 청소년 AI캠프도 함께 진행했던 인연이 있어서 구독자 여러분께 자신 있게 추천드려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
https://aicamp.lein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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