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에서의 인공지능(AI)을 이야기 하면, AI가 만들어낸 가짜 판례를 인용한 미국 변호사에게 1년 동안 정직 처분을 내린 사건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챗GPT가 가짜 판례 창작…AI 의지하려던 美변호사 '뒤통수' | 연합뉴스). AI를 통해 법률 리서치를 했더라도, 변호사에게는 여전히 사실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인데, 이 사건이 지난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한국에서도 법률 AI를 활용하는 변호사를 위한 구체적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단독] 사법에 AI 활용… 판사가 만든 가이드라인 첫선). 법원 인공지능연구회가 사법절차에서 AI를 활용할 때 필요한 법적·윤리적 기준을 제정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법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에 관한 가이드라인(2025.2)”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에서는 AI가 법원의 재판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되, 법관의 독립성과 기본권 보장을 침해하지 않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기본권 및 헌법적 가치 보장 : AI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활용되어야 하며, 특히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와 평등원칙(헌법 제11조)을 고려해야 한다.
- 신뢰성 확보 : AI가 조력하는 부분이 사법작용의 본질에 가까워질수록 그 결과물의 정확성과 검증 가능성을 높여야 하며, 훈련 데이터의 편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 합법성과 책임성 원칙 : AI 시스템은 대한민국 법질서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법관이 AI 결과물을 신뢰할 수 있도록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 투명성과 미래지향성 : AI의 훈련 데이터, 알고리즘 등의 세부 사항을 문서화하고, 필요시 일부 내용을 공개하여 사법 시스템의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
- 소송당사자의 AI 활용에 대한 법원의 대응 : AI를 활용한 법적 서류 및 증거가 법정에서 제출될 경우, 법원은 해당 자료가 AI를 이용해 생성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검토해야 한다.
이처럼 AI 기술의 발전은 법률 영역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법조계에서도 AI 활용 방안과 윤리적 기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특히 작년부터로 기억된다) 변호사 지인들을 만나면 챗GPT 활용 썰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도 현실이다.
기록관리 분야에서의 AI 연구 동향
물론 이미 기록관리 영역에서도 AI를 활용한 연구와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김인택, 안대진, 이해영(2017)은 다양한 영역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사례 분석을 통해 지능형 기록정보서비스 모듈 구성 및 인터페이스 등 앞으로 기록관리 영역에서 활용 가능한 방안을 제시했으며, 이와 함께 기록관리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발전을 위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김태영, 강주연, 김건, 오효정(2018)은 지능화 선진 기술을 적용한 국내외 기록관, 도서관, 박물관의 서비스 현황을 분석하여 그 차이를 규명한 다음, 분석 결과를 토대로 지능형 기록정보서비스 적용 방안을 제안하였으며, 김민지(2024)는 기록관리 업무에서 메타데이터 요소들을 아키비스트가 직접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챗GPT를 활용한 기록관리 메타데이터 요소를 추출 방안을 제시했다.
국가기록원도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고자,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 발전을 기록 관리에 적용하기 위해 기록관리 법과 제도의 개선, 지능형 서비스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2024. 6. 20. <기록과사회>에서도 Sanddune님이 '바야흐로 AI시대'라는 기고를 통해 NARA와 TNA 등 국제사회가 AI를 맞이하고 있는 현황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https://maily.so/archivenews/posts/a8496bb1?from=email&mid=Unlr5ud8m9d)
앞으로 방대한 디지털 기록의 분류 및 보존, 정보 검색의 효율성 증대, 기록물의 가치 평가 등에서 AI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때문에 기록의 신뢰성을 유지하면서도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AI 적용을 위한 데이터 표준화와 전문가 교육 및 협업 체계 구축도 중요하지만, 기록물의 신뢰성과 활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AI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준비할 때가 아닌지 싶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공지능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글을 여기까지 작성하고 나서 문득 궁금해졌다. 이상의 내용값과 ‘사법에서 인공지능 활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업로드 한 후, “기록영역에서 AI 활용을 위한 가이드 라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줘”라고 챗GPT에 질문하면 어떤 결과를 내올까?
그 답변을 아래에 그대로 옮겨본다.
<기록관리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방대한 전자기록을 관리하고 신뢰성을 유지하면서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기록관리의 본질을 고려한 AI 활용 원칙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안한다.
1. 기본 원칙: 기록관리의 공공성과 신뢰성 유지
기록물은 행정, 법률,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공성을 가진 중요한 정보 자산이다. 따라서 AI를 기록관리 업무에 도입할 때는 기록의 공공성과 신뢰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AI는 단순히 업무를 자동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기록물의 생성·관리·활용의 과정에서 신뢰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2. 데이터 표준화 및 신뢰성 확보
- AI 기반 기록관리는 구조화된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기록물의 표준화된 메타데이터 체계를 정립하고, AI가 이를 정확하게 분석·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의 품질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 기록물의 진본성과 정확성을 검증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 기록의 변조 및 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AI 기반 검증 기술을 개발하여, 기록물의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3. 기록관리에서 AI 활용의 윤리적 원칙
- AI가 기록물 분류 및 관리에 사용될 때, 특정 문서나 정보를 편향되거나 왜곡된 방식으로 해석하지 않도록 알고리즘의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 개인정보 및 민감정보를 포함하는 기록물은 AI 분석 과정에서 철저한 보안 및 비식별화 조치를 거쳐야 한다.
- AI가 기록물을 요약·분석할 때,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나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가 검증 시스템과 보완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4. 기록물 분류 및 검색의 효율성 증대
- AI를 활용한 자동 분류 시스템을 도입하여, 방대한 기록물을 주제별·연도별·기능별로 효과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한다.
-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활용하여 검색의 정확성을 높이고, 연구자 및 행정 담당자가 보다 쉽게 기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 AI 기반 챗봇 및 추천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 맞춤형 기록 정보 제공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5. 기록물 보존 및 장기 접근성 확보
- AI를 활용하여 디지털 기록물의 장기 보존 전략을 수립하고, 지속적인 포맷 변환 및 접근성 유지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 기록물이 시간에 따라 손상되거나 정보 접근이 어려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AI 기반의 디지털 복원 및 보존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6. 책임성 및 투명성 원칙
- AI가 기록물을 분류·요약·검색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의 근거를 명확히 남기고, 사용자에게 해당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설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AI가 제시한 결과물에 대한 검증 절차를 마련하고, 기록관리 전문가가 이를 최종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기록관리 시스템의 AI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여, 기록의 신뢰성과 접근성을 유지해야 한다.
7. 기록관리 전문 인력의 AI 활용 역량 강화
- 기록관리 전문가들이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교육과 워크숍을 운영해야 한다.
- AI 기술 도입 시 기록관리자의 역할을 단순히 운영자로 한정하지 않고, 기록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핵심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 기록관리와 AI 기술이 결합된 융합형 연구를 장려하고, 학계·연구기관·공공기관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마무리
위 가이드라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겠지만, 챗GPT가 제시한 내용은 기대보다 구체적이었다. 이 정도면 AI와의 협업이 기록관리 영역에서도 현실이 되는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다만, 결국 AI의 활용 여부를 판단하고, 그 결과물을 검증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기록의 신뢰성과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와 토론이 이어졌으면 한다.
참고문헌
김민지. (2024). 기록 관리 메타데이터 추출을 위한 챗GPT 활용 방안. 석사학위논문.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기록관리전공.
김인택, 안대진, 이해영. (2017). 인공지능을 활용한 지능형 기록관리 방안. 한국기록관리학회지, 17(4), 225-250.
김태영, 강주연, 김건 and 오효정. (2018). 지능형 기록정보서비스를 위한 선진 기술 현황 분석 및 적용 방안. 한국기록관리학회지, 18(4), 149-182.
법원 인공지능연구회. (2025). 사법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에 관한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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