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내가 그 동안 생각했던 나의 능력과 실제 조직에서 일하는 나의 능력이 일치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든다.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조직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 전문성을 가지고 조직에서 일하고 있고 하고 있는 일이 의미있다고 생각하지만, 매일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심과 함께 잘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하게 된다. 이런 생각이 지속되면서 나는 괴리감을 내가 생각해 왔던 나의 능력이 과연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기록전문가 역량과 관련한 지표나 기준이 무엇인지 있는지 찾아보고 나는 과연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 진단해 보고 싶었다. 아마도 조직에서 업무를 하며 그간의 지친 마음을 조금은 위로를 받고 싶다는 얄팍한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과연 역량 기준을 통해 전문가로서의 나의 위치를 확인해 보려는 게 왜 위로가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검색을 할 당시에는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다.
먼저 역량이 무엇인지 정의하고자 Chatgpt의 도움을 받았다. 무료 버전 Chatgpt에서 정의하는 역량은 ‘어떤 일을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개인의 능력과 자질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특정한 역할이나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지식, 기술, 태도, 경험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것’이다. 이때, 지식은 특정 분야나 직무에 대해 이해하고 알고 있는 정보이며, 기술은 실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나 능력으로 문제해결 능력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이에 해당한다. 태도는 특정 행동이나 업무를 수행할 때의 사고방식이나 마음가짐을, 경험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경험이나 실무에서 배운 것들로 지식과 기술을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게 하며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나는 Chatgpt에게 아키비스트에게 필요한 주요 역량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Chatgpt는 그것을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지,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얼마나 일치하는지 궁금했다. Chatgpt는 아키비스트의 주요 역량으로 기록관리 원칙, 표준에 관한 기록관리 지식 및 종이문서나 사진과 같은 기록물의 물리적 보존 및 디지털 기록물의 보존 방법, 기록물 분류 및 검색, 법적 요구사항 및 시스템 및 데이터 관리 관련 IT 지식, 기록물 활용 및 공개, 커뮤니케이션 및 협력 능력, 비판적 사고 및 분석 능력이라고 정리했다. 결론적으로 아키비스트의 역량을 기록물의 보존과 관리뿐만 아니라, 그것이 사회와 연구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종합적인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나는 아키비스트 역량을 좀 더 상세하게 알아보고 싶어 북미의 두 나라 미국과 캐나다의 아키비스트 역량 지표를 검색하고, 미국 NARA 역량 모델에서 정의하고 있는 아키비스트 요건과 캐나다 아키비스트 협회(ACA로 약칭)에서 2021년도에 만든 아키비스트 역량 프레임워크를 살펴보았다. ACA는 아키비스트 역량 프레임워크를 사용하여 개인의 역량 수준을 평가하고 직업 개발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NARA 역량 모델은 핵심 역량을 크게 4개 레벨로 구분(GS-1/2/3/4, GS-5/6/7/8, GS-9/11/12, GS-13/14/15)하고 있으며, 핵심역량은 문제 해결(창의적으로 생각하기), 대인 관계 기술(관계 구축), 실행 및 결과(성과 달성), 고객 서비스(고객 만족 증진), 커뮤니케이션(커뮤니케이션 목표) 5개로 제시하고 있다. 5개 요소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문제해결: 문제를 식별함. 정보의 정확성과 관련성을 결정함. 건전한 판단을 통하여 대안을 생성 및 평가하고 권장함
대인 관계 기술 :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 친절, 예의, 재치, 공감, 관심 및 공손함을 보여줌. 다른 사람들과 효과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고 유지함. 어렵거나 적대적이거나 고통받는 개인을 효과적으로 대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음. 다양한 배경과 상황의 사람들과 잘 어울림. 문화적 다양성, 인종, 성별, 장애 및 기타 개인차에 민감함
실행 및 결과 : 업무를 조직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자원 요구사항을 결정함.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단기 또는 장기 목표와 전략을 결정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조직 또는 조직의 일부와 조정함.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결과를 평가함
고객 서비스 : 고객 및 이용자(즉, 일반대중, 기관에서 일하는 개인, 기타 기관 또는 정부 외부 조직을 포함하여 업무에서 만들어지는 서비스 또는 결과물을 사용하거나 받는 모든 개인)과 협력함. 그들의 필요를 평가하고, 정보나 지원을 제공하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함. 문제를 해결하거나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킴. 사용가능한 결과물 및 서비스에 대해 알고 있음. 양질의 결과물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함
커뮤니케이션 : 정보의 이용자와 특성(예: 기술, 민감, 논란)을 고려하여 정보(예: 아이디어 또는 사실)를 개인 또는 그룹에 효과적으로 표현함.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함.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비언어적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며, 적절하게 반응함. 정확한 영어 문법, 구두점 및 철자를 인식하거나 사용함. 정보(예: 사실, 아이디어 또는 메시지)를 간결하고 조직적인 방법으로 전달함. 의도된 이용자에게 적합한 기술자료를 포함할 수 있는 서명정보를 생성함)
캐나다 ACA는 핵심 역량을 아카이브 직업 내 모든 책임이나 기능 수준에서 적용할 수 있는 지식, 기술, 적성의 일반적인 집합으로, 주제별로 그룹화되지만, 많은 역량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역량 프레임워크에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 있는 구체적인 기술이나 표준은 포함되지 않는다. ACA 의 핵심 역량은 기초 및 원칙, 기술, 법률, 컬렉션 개발, 컬렉션 관리 및 보존, 접근 및 발견, 홍보 및 옹호, 행정, 전문 개발로 구분된다. 각 역량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기초 및 원칙 : 아카이브 및 기록관리 업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이론적 기초, 방법론, 원칙, 표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져야 함
기술 : 아카이브 이론과 실무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기술을 인식해야 함
법률 : 관련된 캐나다, 주, 지역, 지방 법률을 준수할 책임이 있으며, 아카이브 전문가는 이러한 법률과 그것들이 아카이브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잘 이해해야 함
컬렉션 개발 : 지속적인 가치가 있는 기록유산의 기록이 수집되고 관리되며 보존되도록 할 책임이 있음
컬렉션 관리 및 보존 : 기록을 돌보고 관리할 책임이 있으며, 기록이 필요한 동안 계속해서 접근 가능하고 의미 있는 상태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함
접근 및 발견 : 자신이 관리하는 기록에 가능한 한 폭넓은 접근을 제공하려고 노력하며, 적절한 접근을 보장함
홍보와 옹호 : 기록관리와 아카이브를 다양한 이해 관계자(예: 정부, 정책 입안자, 조직, 사용자 그룹)에게 홍보하고, 또한 아카이브 자료와 방법, 자원, 가시성 및 지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용을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함
행정 : 아카이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유지할 책임이 있음
전문 개발 : 자신의 전문적인 환경에 맞춰 기술을 유지하고 업데이트할 책임이 있음
ACA는 간단하게 역량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기준을 이용하여 개인의 핵심 역량별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평가 수준은 자신의 현재 지식, 이해, 경험을 평가하고, 강점과 개발이 필요한 영역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 기술 수준 | 설명 |
| 레벨 1 - 초급 | • 기본적인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있음 • 지시를 따르며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 밀접한 감독이 필요함 • 판단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음 |
| 레벨 2– 초보자 | • 일반적인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있음 • 최소한의 감독으로 작업을 수행함 • 일부 판단을 사용하여 폐쇄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 |
| 레벨 3 – 능숙 | • 포괄적인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있음 • 상황을 분석하여 복잡한 작업을 완료함 • 열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판단을 사용함 |
| 레벨 4 – 숙련 | • 전문적인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있음 • 작업을 시작하고, 개발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며, 관리함 • 판단, 지식 및 경험을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 |
| 레벨 5 – 전문가 | • 권위 있는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있음 • 작업을 생성하고 계획하며, 이를 이끌고 영향력을 미침 • 광범위한 지식, 경험 및 직관을 사용하여 결정을 내림 |
ARA와 ACA의 핵심 역량을 살펴보며 아키비스트에게 요구되는 전문적인 영역으로 그나마 나에게 익숙하고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공부하고 계속 해 온 것과 관련한 것이라 부족한 것은 개발되기 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나에게 어려운 부분은 일반역량 부분(NARA 역량 모델 참조)이었다. 조직 내에서 아이디어와 제안을 설득력 있게 홍보하는 것, 어떤 일을 기획해서 실현해 나가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형성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을 통해 지원을 얻는 것이 내가 지금 조직에서 일하면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어쩌면 지금 내가 힘들어 하는 것은 나의 전문적인 지식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나의 목표를 상사를 비롯한 타인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협력 상황을 모색해서 상호 만족스러운 합의를 이루는 것과 관계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지만, 이런 일반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을 때 전문성 또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 것은 과연 어떻게 개발할 수 있는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말이다.
참고 사이트
NARA 역량 모델
https://www.archives.gov/careers/competencies/n-competencies.html
https://www.archives.gov/files/careers/competencies/n/NHPRC%20-%20Archives%20Specialist%20GS-12.pdf
캐나다 아키비스트 협회(ACA) 역량 프레임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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