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기관은 기록관리 측면에서의 업무적 자립도와 위상, 외형적 관점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을 구축했다. 법정 시설과 장비를 갖추었으며, 관련 예산과 사업도 별도로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으니 제반 여건은 양호한 축에 속한다.
물론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직면한 숙명이기도 하겠지만, 지역의 다양한 사업과 공약, 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예산 및 시설 등을 두고 치열한 협의와 힘겨루기, 그리고 숙의를 거쳐야 하는 환경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특히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단체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은 전 조직이 분주하다. 세부 공약을 점검하고 그동안의 현안을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해야 하며, 새로운 의사결정 체계에 맞추어 재정립해야 할 영역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본격적인 현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조직개편이 단행되면 그에 맞게 단위과제를 정비해야 하고, 관계 기록물의 이관까지 진행해야 하니 앞으로의 일정은 더욱 바빠질 것이다.
이처럼 관련 문서들을 확인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기록관리 담당자로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영역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바로 ‘기관장 기록관리’다. 그 주체가 전임이든 이제 막 취임한 현임이든, 담당자가 마주하는 막막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 ‘기관장’ 개인인가, ‘지방행정’의 역사인가
사실 자치단체장의 임기는 민선 정착 이후 일정 기간으로 제한되지만, 이 시기는 개인의 활동 기간이라기보다 해당 지자체의 발전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이를 개인의 관점으로 볼 것인지, 기관의 관점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질 뿐이다. 대통령이라는 국가수반의 위상에 따른 ‘대통령기록관’의 사례와 비교하기에는 영역과 성격이 다르다. 관점에 따라 대상 기록물의 범위와 유형이 달라지고, 업무 수행의 난이도와 유연성에서도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 일선 기록관이 마주하는 ‘부담감’
지방선거 이후의 자치단체 환경은 다각도로 복잡하다. ‘교체’와 ‘연임’이라는 선택지 중 단체장이 교체된 상황은 담당자의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선거 전 수집으로 접근하든 선거 후 수집으로 접근하든, 조직 내부의 방침과 의사를 사전에 확인받아야 하는 일선 기록관의 환경은 녹록지 않다. 공공기록물법 시행령에 명시된 ‘공식 문서 외 중요 기록물’의 등록·관리 조항이 있음에도, 자체 규칙으로 기록관을 운영하는 대체적인 환경에서는 이를 근거로 조직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쉽게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부담감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
◆ 남겨진 기록이 ‘없다’
이러한 악조건을 극복하고 막상 ‘기관장 기록’에 접근했을 때 마주하는 가장 큰 본질적인 문제는 외부 환경이 아닌 기록 자체의 ‘부존재’다. 가령 기관장의 공식 사진은 이미 식별 가능한 영역에서 서비스가 진행되거나 되고 있는 영역일 뿐더러, 문제는 공공기관에서 기관장의 기록을 결재문서 이외의 영역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 박물(임기 중 받은 선물 등) 관점으로 접근하더라도, 이를 ‘개인 물품’으로 치부하는 보편적인 인식과 충돌하곤 한다. 심지어 수행 부서에서 사용한 일정관리 등의 핵심 기록조차 ‘부존재’로 통보받기 일쑤여서, 결국 ‘행정적 결과만 남는’ 기록이 전부가 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결과적으로 부서의 체급에 따라 기록의 수집과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촌극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 지역성과 역사, 거시적 관점의 설계와 시도가 필요하다
자치단체의 기록은 지역의 성장과 활력을 대변한다. 기관장 기록을 단순히 공공문서의 관점에서만 접근하여 ‘결과’만 남긴다면, 그 과정에서 수없이 진행된 협치와 협의, 건강한 논의의 과정은 배제된 채 일방적인 성과만 기록될 뿐이다. 이는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 과정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국가기록관리체계 개편에서 제안되는 ‘거버넌스 체계로의 전환’은 매우 시의적절한 방안이다. 선거는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치러질 국가적 이벤트이며, 기관장 중심의 협소한 접근을 고수한다면 이 고민은 매번 반복될 것이다. 이제는 지역과 사회의 기억을 관리하는 ‘공공정책’으로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주요 시정·구정·군정 등 다양한 영역으로 기록의 관점을 확대하여, 지역의 사회적 기억을 함께 생산하고 소비하는 거시적 방식의 구상을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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