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 공지사항

C.

Z세대 셋이 모이면 기록한다

그 많던 기록은 누가 다 먹었을까

2026.06.19 | 조회 504 |
1
|
from.
앵무
  사진: Unsplash의 Ahmed Nishaath, 일부 가공 
  사진: Unsplash의 Ahmed Nishaath, 일부 가공 

 

'셋로그' 열풍이 Z세대를 한 차례 품었다 지나갔습니다. 양대 앱스토어에서 무료 앱 다운로드 1위를 거머쥐고, 홍콩의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하던 성장 추세가 지금은 어느 정도 사그라든 모양새입니다. '일상의 기록'을 표방한 앱이었던 탓에 2026년의 여러 유행 중 하나가 되어 가는 것이 기록인으로서는 다소 아쉽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용자들이 매 시간 남긴 기록들은, 이용자가 앱을 잊어버리고 나면 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셋로그, 넌 누구니

 

대뜸 낯선 이야기를 한다고 여기시는 분이 계실 수도 있습니다.

 

셋로그는 셋(3)과 로그(log)를 합친 이름의 기록형 앱으로, 명칭으로 설명을 버무리자면 친구 셋이서 매 시간마다 공유하는 영상 일기장입니다. 2025년 12월 출시되어 올해 3월 X(舊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서 입소문을 타며 Z세대(97년생~11년생)를 중심으로 확산되었고, 5월의 관련 기사를 보면 이용층이 직장인, 기혼자로 확장되고 있다고 합니다(중앙일보, 2026.05.28.).[1]

 

절차는 간단합니다.

1) 오전 7시입니다. 알림이 옵니다. '07:00 로그 남길 시간'

2) 눈앞에 있는 물컵을 찍습니다. 2초 동안 녹화됩니다. 업로드합니다.

3) 친구들과 같이 있는 그룹에 각자의 영상이 올라와 있습니다. 분할 화면으로 제공되므로, 한 스크린에서 모두의 7시 일상을 볼 수 있습니다. 누구는 아침 식사를 하고 있고(코멘트: "밥먹고합시다"), 누구는 방금 일어난 듯 천장을 찍었습니다(코멘트: "둥근해또떴네.."). 친구 영상에 하트를 누르거나 답장을 보낼 수 있습니다.

4) 오전 8시입니다. 또 알림이 옵니다. '08:00 로그 남길 시간'. 출근길 풍경을 2초 동안 찍습니다. 업로드합니다.

5) 이후 매 시간마다 반복. 바쁘면 건너뛸 수도 있지만 하루를 마칠 때쯤이면 나의 시간별 브이로그('하루로그') 한 편이 손쉽게 완성됩니다. 내 것만 다운로드하거나, 친구들 것까지 한 화면에 담긴 영상을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주 쓰는 기능은 아닐 것입니다)

첨부 이미지

대강 이렇게 생겼습니다. 갑자기 모르는 사람 일상이 나오면 우리 그렇게 안 친한데... 하고 당황스러우실 것 같아서 적절한 프롬프트를 토대로 제미나이에게 이미지 생성을 요청했습니다. 각 프레임 좌측 상단에 사람을 식별할 수 있는 닉네임과 프로필 사진이 위치하고, 우측 하단에 하트와 메시지 아이콘이 추가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동시간대 친구들의 일상을 하나의 화면에서 나란히 볼 수 있는 점이 핵심입니다. 앱의 시작은 세 친구의 동시 영상 교환일기였을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열두 명까지 그룹 구성이 가능하고 카카오톡 채팅방처럼 한 사람이 여러 그룹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셋로그 개념에 대한 뉴스 기사 문장을 인용하며 설명을 갈무리해 보겠습니다.

 

하루를 시간대별로 2초씩 촬영한 영상을 분할 화면으로 보여주는 기록형 앱(경기일보, 2026.04.17.)[2]

매 시간 2초씩 영상을 촬영해 쌓아두면 하루치 영상이 자동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브이로그로 완성되는 기록형 앱(서울경제, 2026.04.18.)[3]

 

실제 움직이는 예시가 궁금하신 경우 참고하실 만한 KBS 뉴스 보도 영상을 링크로 걸어 둡니다: https://youtu.be/OSxfJgud_B0?si=yq0f-VupvDOiRklE

 

라이징스타 셋로그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셋로그는 제법 인기가 많았습니다. 4월 초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부문에서 인기 차트 1위에 등극하고, 구글 트렌드 분석, 네이버 데이터랩 분석 결과 관련 검색량이 최대치에 도달했었다고 합니다(뉴시스, 2026.04.07.).[4]​ 4월 중순에는 무료 앱 인기 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이는 5월까지 줄곧 이어졌습니다(경기일보, 2026.04.17.; 중앙일보, 2026.05.03.)[2].[5]​ 홍콩에서도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부문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조선일보, 2026.05.03.).[6]

 

개발자는 한국 스타트업 기업 '뉴챗'입니다. 여러 매체에서 운영진을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앱의 기획 의도는 "친한 친구 사이의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드는 것이었으며, "검증된 영상 포맷을 지인 간 실시간 소통에 접목"하는 방식으로 개발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기획 의도와 인기가 Z세대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은 실은 Z세대의 특성과도 연관이 깊습니다.

 

그 Z세대가 셋로그에 빠진 이유

태어났더니 세상이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

 

Z세대는 소위 말하는 '요즘 젊은 것들'입니다. 인터넷 없는 삶을 경험한 적 없는 세대로서(Poláková, Klímová, 2019)[7]​ 1997년생부터 2011년생(혹은 90년대 후반부터 10년대 초반생)을 의미하니 '요즘 어린 것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Z세대의 성장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사는 내내 전 지구에 걸친 "정치적 양극화, 정교한 디지털 생태계, 팬데믹으로 인한 생활 양식 변화"나 금융 위기와 함께 자랐습니다(Parker, Igielnik, 2020).[8]​ 사는 내내 세상이 분열되어 있고 불안하고 복잡한 와중에 사람과 온기를 직접적으로 나누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뜻입니다.

 

특히 디지털 생태계의 관점에서,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혹은 디지털 통합자(Digital Integrator)라고 불립니다(McCrindle, Wolfiner, 2014; 이창현, 2023).[9][10]​ 모든 생활 공간이 통신으로 연결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아날로그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구분하지 않으며, 네트워크를 통해 타인과 실시간으로,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데 익숙하고 텍스트보다는 사진과 영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 능숙한 경향이 있습니다(Stahl, Literat, 2023).[11]​ 이런 경향은 고스란히 소셜 미디어에 나타납니다. 인스타그램을 예시로 들어 보겠습니다.

 

1) 인스타그램에 접속합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정리하고 선별해서 올린 사진들, 그리고 광고들이 피드를 채웠네요. 가장 상단에는 24시간 뒤면 사라지는 사진인 스토리들이 프로필 사진마다 동글동글 존재합니다. 원하는 때에 내가 아는 사람들과 바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2) 내 프로필에 포함된 피드도 같습니다. 나의 피드에는 정리하고 선별된 사진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Z세대는 피드를 활용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합니다) 지금 방문하여 앉아 있는 카페의 분위기가 예뻐서 사진을 찍고, 24시간 뒤에 사라지는 스토리에 업로드합니다. 사라진 스토리는 나의 보관함(인스타그램에서는 'Archive'라는 단어를 씁니다)에서 따로 열람하고 저장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인스타그램과 같은 기존의 소셜 미디어는 지속적인 비대면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이미지와 짧은 길이의 영상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근황을 나누게 합니다. 그렇게 쌓인 소셜 미디어 속 기록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보여 줍니다. 다만 고려할 점은, 이러한 소셜 미디어에 축적된 기록은 '보여 주기식'인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나의 프로필과 피드는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므로 우선은 잘 나온 모습, 멋진 하루를 선별하여 보여 주게 됩니다. 나의 편집된 정체성을 집약해서 볼 수 있듯 다른 사람의 정체성도 마찬가지이고, 이는 자기 감시와 타인과의 비교를 가중시키는 현상을 낳았습니다.

 

실제로 Z세대 가운데 인스타그램 계정을 2~3개 운영하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공개 계정(팔로워 287) - 비공개 계정(팔로워 33) - 진짜 비공개 계정(팔로워 10)을 두고, 각 계정을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공개 계정에는 가장 선별된 사진 피드만, 비공개 계정은 잘 나온 일상을 공유하는 스토리 기능 위주로, 진짜 비공개 계정에서는 날것의 콘텐츠를 공유하는 방식으로요. 셋로그는 이 가운데 '진짜 비공개 계정'과 연관이 깊습니다. 각종 매체에서 다룬 이용자 대상 인터뷰를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20대 여성) 인스타그램 스토리보다 셋로그를 더 잘 이용하고 있다. 셋로그에서는 원하는 친구들의 기록만 모아서 볼 수 있고, 정돈된 모습이 아니라 지금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을 볼 수 있어 재미있다(이투데이, 2026.04.10.).[12]

(29세 직장인) 사용법이 쉽고 재미있어서 계속 찍게 된다. 육아휴직 중인 직장 동기랑 시작한 후로는 카톡 대신 영상과 댓글로 연락하고 있다(중부매일, 2026.04.27.).[13]

(27세 대학생) 인스타는 수백 명이 본다는 생각에 부담인데 셋로그는 친한 친구끼리만 소통해서 잘 나오지 않았더라도 편하게 올린다(국민일보, 2026.05.06.).[14]

 

보여 주기 이제는 그만할래요

 

다양한 뉴스 기사들과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기존 소셜 미디어와 셋로그 간의 차이 및 흥행 사유 역시 이용자들이 이야기하는 내용과 유사합니다. 요지는 "기존 소셜 미디어들은 보여 주기식이고, 보는 사람도 너무 많고, 편집도 해야 해서 사실 너무 피로했다. 셋로그는 사소한 일상도 그냥 막 올리면 되고, 친한 친구들만 보고, 따로 편집 안 해도 된다"입니다. 여기서 기존 소셜 미디어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떠올릴 수 있는 대부분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의미합니다.

 

<표 1> 기존 SNS와 셋로그의 차이

기존 소셜 미디어셋로그
공유 대상불특정 다수친밀한 소수
목적자기전시가벼운 소통
업로드 내용연출된 결과날것의 일상
포맷매체별 상이 (사진, 영상, 글 등)숏폼 영상

카카오톡이 지난해 9월 친구 탭에 격자형 피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업데이트되며 많은 원성과 비난을 받았었습니다. 비판의 주 내용은 바뀐 인터페이스가 낯설고 불편한 것도 있지만, "남의 안 궁금한 일상을 보게 되고, 안 친한 사람한테는 안 보여 주고 싶은 내 일상도 보여 줘야 된다"였습니다. 셋로그의 흥행 사유도 비슷한 데서 기인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알리기 싫은 자신의 소식도 소셜 미디어로 인해 억지로 노출해야 하는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이 '친한친구' 기능을 만들고, Z세대가 인스타그램에서 계정 3개를 각각 다르게 운영하고, 카카오톡이 멀티 프로필을 도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 모릅니다.

 

이렇게 보면 셋로그의 인기는 결국 '문턱이 낮다'는 데서 옵니다. 쉽고, 따로 편집할 필요도 없고, 부담스러운 시선도 없으니 누구나 쉽고 편하게 기록을 남기게 됩니다. 셋로그를 하나의 기록문화로 볼 수 있다면, 그 대중화의 조건 이면에는 바로 낮은 문턱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기와 가계부를 꾸준히 써서 연도별로 정리하고, 받았던 편지들을 습윤하지 않은 환경에 차곡차곡 쌓아 이사 다닐 때도 가지고 다니며, 나의 기록들이 세월에 열화되진 않았는지 종종 확인하면서 위치를 기억하려면 작심하는 과정이 좀 필요합니다. 반면 매 시간 2초를 찍어서 '그냥' 올리는 일에는 그런 작심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기록인가

 

책과 기록을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로 '의도성'이 언급되곤 합니다. "사실, 지식, 의견, 생각을 배포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개발된 정보 산출물"과 기록은 다르므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Yeo, 2007).[15]​ 물론 개인기록에 이러한 증거 관점의 개념을 그대로 들이대는 것은 맞지 않겠으나, "SNS 속의 내가 진짜 나인가?"라는 논의는 이 시대에 여러 논쟁의 여지를 남깁니다. 셋로그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날것'과 '자연스러움'을 부각하기 위해 나타났고, 이는 Z세대가 선호하는 콘텐츠와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저는 Z세대가 태생적 레코딩(recording) 세대라고 감히 단어를 만들어서 주장해 봅니다. 아카이빙 세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의식적으로 그것을 정리하고 보존해서 제때 원하는 기록을 빠르게 찾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다만 많은 디지털 흔적을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늘상 생산하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고, 흔적이 남는 대화를 하고, 캘린더에 자신의 일정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언제든 마음먹으면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의 디지털 흔적에도 언제든 마음먹으면 닿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Z세대에게 기록이 "하나의 놀이이자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는 기사도 있습니다(이투데이, 2026.04.10.).[12] 유튜브 브이로그와 공부하는 모습을 따로 올리는 '공스타그램' 계정, 1030 세대의 참여율이 전체의 80%를 차지한 2025년 네이버 블로그 챌린지(플래텀, 2025.12.22.)[16]​가 기억 한편을 스칩니다. 이러한 디지털 흔적들은 기록이자, 그 사람의 정체성을 보여 주는 창구이자, 친구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입니다.

 

사실 '내가 여기 있었다'를 어떻게든 남기고 싶어 하는 인간의 마음은 꽤 오래된 본능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그러한 본능을 일기가 충족시켜 줬다면 지금은 2초 분량의 영상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이 오래된 본능을 설명한 기록학 논문이 있어 잠깐 그 목소리를 들어 보겠습니다.

 

인간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17]

 

호주의 기록학자 Sue McKemmish는 1996년 발표한 개인기록 관련 논문 <나의 증거(Evidence of Me)>[18]​에서, 인간에게는 증명 본능(instinct to witness)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 본능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증명 갈망, urge to witness)과 스스로를 설명하려는 마음(자기설명 본능, instinct to account for ourselves)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인간을 스토리텔링 동물(story-telling animal)로 정의합니다.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자신이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존재하고 존재했었는지를 이야기를 통해 증명하고자 하며, 그 과정에 기록관리가 이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인이 세계와 공명하는 사건들 가운데 '무엇을 나의 이야기로 구성할 것인가'를 선별하기 위해, 일기를 쓰거나 편지를 작성하고 정리하고 보존하면서 그 자기서사에 대한 일관성을 갖추는 것입니다.

 

'어떤 업무를 기록으로 남길 것인가'의 과정이 '조직이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와 연결되듯, '개인이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개인의 경우에는 그 도구로 '이야기'가 쓰이고, 생산의 과정이 조금 더 의식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다를 것 같습니다. 즉 Z세대가 태어나기도 전인 96년에도 이야기되었던, 기록이 개인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수행하던 기능에 소통의 기능이 더해진 것입니다. 소통이 담긴 기록은 '나'와 '너'의 관계가 이 세계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곧 우리의 기억이 됩니다. 관계에 얽힌 사람의 규모가 커지면 조금 더 넓은 범위의 우리가 될 것이고, 세상과 소통한 내용이 수록되면 그건 결국 가장 넓은 범위의 '우리'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연구에서는 Z세대를 포함한 현대인이 기록을 의도적으로 파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관리하지도, 보존하지도 않고 그저 내버려 두는 '선의의 방치(Benign neglect)' 상태에 있다고 표현합니다(Marshall, 2011).[19]​ '선의'인 이유는 내가 인식할 겨를도 없이 매일같이 생산되는 사진, 영상, 대화를 일일이 챙겨 두기가 번거롭고, 마땅한 방법도 이유도 딱히 없기 때문입니다. 셋로그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셋로그를 보도한 많은 매체에서 '기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이 글에서 셋로그를 처음 소개할 때도 셋로그가 '기록형 앱'이라고 언급했지만 사실 셋로그 이용자들은 대체로 생산과 소통 기능에 주목할 뿐 이것을 의식적으로 저장하고 모으지는 않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것 같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유지시키고 소중하게 여기도록 만들어 주는 '기록'이자 '소통'이지만 그뿐입니다.

 

여기에 묘한 역설이 숨어 있습니다. 현대인은 소통하기 위해 기록하지만 정작 그 소통이 끝나고 나면, 즉 관심이 식고 더 이상 앱을 열지 않게 되면 그 흔적도 함께 손에서 놓습니다. 이 시대에 자기표현에 더하여 소통이라는 새로운 옷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개인기록은 목적과 욕구가 달성되고 나니 보존될 이유를 함께 잃었습니다.

 

그 많던 기록은 누가 다 먹었을까[20]

 

96년의 일기와 편지는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형태로 옮겨 왔습니다. 소셜 미디어에 쌓이는 개인의 흔적은 우리의 기억을 공고하게 해 주고,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며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볼 수 있게 만듭니다. 인스타그램 피드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처럼 선별된 좋은 모습만을 컬렉션으로 구성한 경우도 있고, 셋로그처럼 의도성이 희석된 상태로 일상의 흔적이 축적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되는 잘 깎인 스토리와 피드도 개인기록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선별되고 편집되어 '바람직한 나'를 보여 주기 위해 업로드되었다 하더라도, 그 사진과 짧은 영상은 10년이 지난 후 다시 열람했을 때 그 당시의 기억을 회고시켜 줍니다. 매 시간 알림에 맞춰 찍어 올린 셋로그의 2초 영상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다만 그 회고는 10년 뒤에도 앱과 서버가 그대로 남아 있을 때에야 가능합니다. 셋로그의 하루로그도,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페이스북의 게시글도 결국 어느 기업의 서버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기록을 생산하는 문턱은 다양한 방식으로 낮아졌으나 관리와 보존의 문턱은 여전히 높습니다. 셋로그가 라이징스타가 된 비결이 '쉬워서'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 간극은 기록관리를 둘러싸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품'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바쁘게 하루를 살아 내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대에 기록의 생산은 2초로 끝나지만 관리와 보존은 여전히 작심을 요구합니다. 셋로그 역시 유행이 끝나고 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히고,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의 스마트폰에서 결국 삭제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회로를 돌려 보자면, 곧 디지털 네이티브를 넘어 AI 네이티브 세대가 나타나겠지요. 생산의 문턱을 가뿐하게 낮춰 준 도구들이 나타나듯 관리의 문턱을 낮춰 줄 무언가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셋로그는 시간순으로 기록을 정리하고 캘린더 형태의 UI를 제공하니 아주 약간의 조직화 개념이 첨가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매 시간 2초를 찍는 일만큼이나 손쉽게 우리가 여기저기에 쌓아 둔 흔적을 우리 손에 남겨 두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친구 셋이 모이면 기록하는 시대입니다. 서두에 던졌던 질문으로 돌아가 봅니다. 매 시간 '나의 일상'으로 촬영했던 그 2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그건 정말로 나의 기록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10년 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요? 10년 뒤에도 우리는 여전히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쓰고 있을까요?

각주

  1. [1] 이지영. (2026.05.28.). 카리나가 올린 셋로그 2초…AI 시대, 다시 ‘날 것’에 끌리다 [비크닉].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1908
  2. [2] 김정현. (2026.04.17.). [영상] “찍기만 하면 끝?”···‘셋로그’, Z세대 새 소통법으로 급부상 [유행보고서 EP.3]. 경기일보,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416580575
  3. [3] 이유진. (2026.04.18.). “지금은 지옥철 출근중”…Z세대 실시간 소통 ‘셋로그’ 인기. 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article/20034049?ref=kpf
  4. [4] 서영은. (2026.04.07.). "오전 6시, 친구와 눈떴다"… Z세대 새 소통법 '셋로그' 인기[출동!인턴]. 뉴시스,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406_0003580150
  5. [5] 한찬우. (2026.05.03.). “카톡 단톡방보다 낫다”…Z세대 1시간마다 ‘2초 일상’ 찍는 이유.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5318
  6. [6] 최아리. (2026.05.03.). 1시간마다 딱 2초, 친구는 최대 12명… 2030 홀린 앱.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6/05/03/FUCWBVCPXBGEFOOMKPNKEUEW5Y/?utm_source=bigkinds&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7. [7] Poláková, P., Klímová, B. (2019). Mobile technology and Generation Z in the English language classroom—A preliminary study. Education Sciences, 9(3), 203.
  8. [8] Parker, K., Igielnik, R. (2020). What we know about Gen Z so far. Pew Research Center, 14.
  9. [9] McCrindle, M., Wolfinger, E. (2014). The ABC of XYZ: Understanding the Global Generations (3rd ed.). McCrindle Research Pty Ltd.
  10. [10] 이창현. (2023). Z세대의 핸드폰 및 폰 카메라 인식과 사진 문해력에 대한 연구. 한국디지털콘텐츠학회논문지, 24(5), 1091-1097
  11. [11] Stahl, C. C., Literat, I. (2023). # GenZ on TikTok: the collective online self-portrait of the social media generation. Journal of youth studies, 26(7), 925-946.
  12. [12] 장유진. (2026.04.10.). "둥근 해 또 떴네"···'셋로그', 인스타그램보다 재밌다고?! [솔드아웃]. 이투데이, https://www.etoday.co.kr/news/view/2574761
  13. [13] 손수민. (2026.04.27). 같은 시간 2초 영상으로 일상 공유… Z세대 사로잡은 '셋로그'. 중부매일, https://www.j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03110
  14. [14] 김다연. (2026.05.06.). “단톡방서 영상 보고 만나요”… ‘알고 시작하는’ Z세대 소개팅법. 국민일보,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77972785
  15. [15] Yeo, G. (2007). Concepts of record (1): evidence, information, and persistent representations. The American Archivist, 70(2), 315-343.
  16. [16] 최원희. (2025.12.22.). 네이버 블로그, 올해 게시글 3억 3천만 건… 챌린지 참여 80%가 1030세대. 플래텀, https://platum.kr/archives/277758.
  17. [17] 자미라 엘 우아실, 프리데만 카릭. (2023).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김현정, 역). 서울: 원더박스
  18. [18] McKemmish, S. (1996). Evidence of me. Archives & Manuscripts, 24(1), 28-45.
  19. [19] Marshall C, C. (2011). Challenges and opportunities for personal digital archiving. In: Lee C. A. (ed.) I, digital: personal collections in the digital Era. Chigago: Society of American Archivists, pp. 90–114
  20. [20] 박완서. (1992).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서울: 웅진닷컴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기록과 사회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1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줍줍의 프로필 이미지

    줍줍

    0
    2일 전

    스크롤을 내려도 끝이 안나는 분량에 1차 놀랐고, mz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z세대에는 한참 벗어나는구나 또 놀랐습니다 ㅎㅎ.. 글을 읽으면서 한참 전 유행한 클럽하우스가 떠올랐습니다. 당시에 친구들이랑 음성으로 잘 놀았었는데 그 기록들을 다 어디로 갔을까 등등.. 디지털은 계속해서 새로운 일상기록을 생산해낼텐데 생산 이후의 과정은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고민이 깊어지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ㄴ 답글

다른 뉴스레터

© 2026 기록과 사회

기록에 대한 모든 이야기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