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기록전문가협회 시민기록분과입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활동가이자 기록자, 미술가인 한톨 작가가 《구상하는 아카이브: 생성적 아카이빙을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습니다. 표준화된 정리·보존의 문법을 벗어난 기록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작가는 오랜 현장 작업으로 답했습니다. 그 자리를 아래와 같이 전합니다.
✴ Hantol Site 🔗 https://industrious-okapi-32a.notion.site/Hantol-Site-3888b4a6324d8090a961cb01fdbf288d

개요 — '활동하는 박물관'에서
포럼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열렸습니다.
"활동하는 박물관"이라는 관의 지향에 맞추어, 강의실이 아닌 박물관 공간에서 진행했습니다. 아카이빙을 이야기하기에 뜻깊은 장소였습니다.
📅 일시 ┃ 2026. 7. 24.(금) 19-21시
📍 장소 ┃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1층 상설전시실(마포구 월드컵북로11길 20)
💡 주최 ┃ (사)한국기록전문가협회 시민기록분과
🦄 주관 ┃ (사)한국기록전문가협회 시민기록분과 ·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발표 요지 — "기록은 편지다"
발표의 핵심 명제는 분명했습니다. "기록의 주체는 기록자가 아니라 현장이다."
현장이 발신인이고, 기록자는 현장이 부친 편지 그 자체이며, 수신자는 타자이자 세계라는 구도입니다. 편지의 가치가 당사자의 숨결에 있듯 기록도 그러하다는 생각에서, 작가는 표준 서식 대신 예술의 언어, 드로잉·사운드·자수·음악을 택했습니다.
소개된 작업들은 그 방법론의 폭을 보여줍니다.

한톨이 생각하는 아카이빙: Arch + ive + ing = 난파된 배의 조난자 활동
✱ Arc(h): 방주
✱ I've: I have, 내가 가진 것
✱ 접미사 -ive: 어떤 행동이나 상태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 가능성
✱ ing: 진행되고 있음, 즉 활동
이론적 배경으로는 두 가지가 제시됐습니다.
하나는 장소를 '집'이나 '주소'가 아니라 '서식지'로 보는 관점으로, 사람 또한 서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메를로퐁티를 빌린 "아카이브는 사후가 아니라 지각의 현재에서 생성된다"는 명제입니다. 창신동 봉제골목을 별자리 카드와 보드게임으로 옮긴 작업, 우기에도 젖지 않는 돌 종이 노트도 같은 맥락에서 소개됐습니다.
- 〈다른 세계〉인도네시아에서 한국까지 자전거로 이동하는 동안 현장에서 작성한 시적 문장으로 제작한 엽서이다.
- 〈로힝야에서 만난 편지〉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캠프에서 주운 낡고 해어진 종이. 수많은 로힝야 난민의 발걸음이 담겨 있다.
- 〈그리운 집〉로힝야 난민 여성의 증언을 자수로 기록했다.
- 〈클래식 작곡 2곡〉화성악을 1년 반 공부한 뒤, 아잔의 조성을 분석해 작곡했다. 또한 녹음한 현장 사운드스케이프가 백색소음이 아닌, 조성 체계에 맞물려 곡 안에서 기능하도록 했다.
- 〈선의 풍경〉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기록. 폭력이 발생한 GPS 좌표와 공동체를 잇는 활동의 GPS 좌표를 색으로 구분했다.
발표의 마지막은 2026~2029년 구상 중인〈원옥의 로어 프로젝트〉였습니다. 부제는 "원옥의 씨앗을 찾으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입니다. 길원옥 할머니를 '투쟁하는 할머니'가 아니라 소녀 시절의 한 사람으로 되돌려 보려는 시도로, 목표는 추모에 머무르지 않고 운동의 형식을 바꾸는 데 있습니다. 세계관의 이름은 '시접'이며, 기록물은 카드가 되어 TRPG(테이블탑 롤플레잉)로 플레이됩니다. 아카이브를 놀이의 규칙으로 바꾸어, 기록을 박제가 아니라 함께 겪는 경험으로 열려는 설계입니다.

질의응답 중 '작가'의 말
- 최근에는 "사라져도 괜찮은 작업"을 지향한다며, 사멸 또한 순환의 한 역할이라면 그것은 소멸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 기록의 악용에 대한 우려에 "가장 먼저 경계할 사람은 자기 자신"이라 했습니다. 필요한 것은 통제가 아니라 돌봄이며, 돌봄이 투쟁보다 어렵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 예술과 운동은 끝내 무엇을 위한 것인가에 관해 "내 앞의 너가 그냥 너이기를, 내가 나일 수 있기를"이라 답했습니다. 동료가 아니라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말로 발표를 맺었습니다.


시민기록분과의 활동은 계속됩니다
이번 발표회는 표준을 벗어난 아카이빙이 관념이 아니라 실물, 자수, 사운드, 카드게임 등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습니다. 자리를 함께 채워 주시고 물음을 건네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쌀 한 톨이 모여 밥 한 공기가 되듯, 포럼도 한 회씩 쌓여 갑니다. 시민기록분과의 활동은 계속됩니다. 다음 발신인의 편지는 다음 포럼에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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