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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비스트가 만난 예술가② 권민호

도면과 드로잉을 통한 재구성: 산업화와 근현대사의 풍경

2025.08.05 | 조회 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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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설리반
기록과 사회의 프로필 이미지

기록과 사회

기록에 대한 모든 이야기

*미술을 전공한 설리반과 도시를 전공한 이대로가 함께 권민호 작가와 대화를 나누었다. 아키비스트의 관점에서 관심을 갖게 된 예술가와 종종 이야기를 나누고 글로 구성하고자 한다.
(이 글은 작가와 대화를 나눈 후, 녹음파일을 open AI로 요약한 것을 토대로 편집하였다.)

 

작가 소개

권민호는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와 왕립예술대학원에서 비주얼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PaTI(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에서 여러 가지 역할로 활동하고 있다. 저우드 드로잉 프라이즈(2007, 2013), V&A 일러스트레이션 어워즈(2013) 등에서 수상했다. 그의 작업은 드로잉과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일러스트레이션과 순수회화, 영상, 뉴미디어의 경계를 넘나든다.

〈회색 숨〉, 2020, 아연도금 철판에 유성 잉크 실크스크린 인쇄, 240×500cm. ⓒ권민호 제공
〈회색 숨〉, 2020, 아연도금 철판에 유성 잉크 실크스크린 인쇄, 240×500cm. ⓒ권민호 제공

기록을 이미지로, 이미지에서 기록으로

권민호의 작품은 예술을 넘어 기록과 아카이브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장으로 읽힌다. 작가는 스스로를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이미지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업자라 규정하며, 전통적인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경계에 두지 않는다. 이처럼 권민호는 디자인이라는 표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분야에서 자료와 이미지를 재조직하는 방식으로 예술이 곧 아카이브적 실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필과 목탄으로 기름종이 위에 그리고, 도면의 형식을 빌린 드로잉 작업을 한다. 동영상을 이용해서 그림에 움직임을 주고 색을 입히기도 한다. 특정한 장소를 시간과 사회적 사건의 연속된 흐름 위에서 보려고 노력한다. 그 장소가 가지는 사회 정치적 맥락(context)을 먼저 보고 그것을 개인적인 눈으로 재해석한다. 그 장소를 둘러싼 역사적 사실을, 내 직관과 상상력을 동원해 만든 이야기들과 엮어 시각화한다. 내 머릿속에 흥미롭게 조합된 상상의 풍경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할 때, 내가 납득할 만큼 잘 사용할 수 있는 통로가 시각 작업이다.             

- 권민호 작가 노트 중 -

 

권민호는 청주 연초제조창’, ‘성신양회 시멘트공장’, ‘당인리 화력발전소’, ‘인천국제공항’, ‘등대’, ‘덕수궁’, ‘김중업의 건축물’, ‘용산지역 건축물과 조형물’, ‘포항제철’ 등 기계, 건물, 공장 등의 시설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의 작업 방식은 완전한 대상이 되는 현장을 기반으로 도면, 사진, 문헌 등 여러 기록과 작가의 직관과 경험을 혼합하는 과정이다.

 

작업할 때  '자(Ruler)'를 사용하면서 건물이나 기계의 소재적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이때 사용된  ‘직선’과 ‘경직된 라인’은 전통적 회화적 감각을 거부하고, 불완전한 기록 속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법이었다.

권민호

작가가 참고한 원래 도면에 있었던 치수, 재료, 방향, 설비, 범례 기호 등의 설계 기호를 작품 이미지의 곳곳에 배치하여 미적 요소로 사용한다. 실제 기호의 기능과는 상관없지만 도면이 주는 고유한 느낌을 작품에 투영하고 있다.

이대로

 

산업화와 도시 기억의 재조립

권민호는 한국의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등장한 풍경들을 예술적 기록으로 전환한다. 그는 당시의 상가 건물과 간판 풍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90년대 상가 건물들은 외형적으로 큰 특징 없이, 모두 간판으로 채워져 있다. 그 간판 자체가 건물의 형태가 돼버린 것이다. 그걸 테이트 모던(Tate Modern) 한가운데에 놓는다고 상상하면,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설치물이 될 거라 생각한다.

권민호
〈현대 포니+암탉〉, 2019, 트레이싱지에 연필, 목탄 드로잉, 사진 콜라주, 디지털 애니메이션, 프로젝션 매핑, 150×240cm (드로잉), 1024×768px (영상), 220×300cm (스크린). ⓒ권민호 제공
〈현대 포니+암탉〉, 2019, 트레이싱지에 연필, 목탄 드로잉, 사진 콜라주, 디지털 애니메이션, 프로젝션 매핑, 150×240cm (드로잉), 1024×768px (영상), 220×300cm (스크린). ⓒ권민호 제공
첨부 이미지

 

이처럼 권민호의 관심은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친 도시의 흔적을 예술의 맥락으로 수용하며 사라져가는 풍경을 아카이브적 시선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축원의 가루 Powder of Blessing≫ 전시 포스터
≪축원의 가루 Powder of Blessing≫ 전시 포스터

한양대학교 박물관에서 열린 시멘트: 모멘트_CEMENT: MOMENT(2024.5.2810.12)전의 일환으로 열린 권민호 작가의 개인전 시멘트 미학 II 축원의 가루 Powder of Blessing’(2024.8.12.-10.12)에서 작가는 시멘트 공장을 소재로 다루었다. 작가는 독일 기술자들이 남긴 도면을 참고하여 성신양회 공장의 구조를 재구성했다. 산업화 세대의 상징과 현대의 환경적 부담이 교차하는 장면이다. 이 과정에서 공장은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라 시대적 기억으로 변모한다.

 

공장의 모든 설비는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열’을 높이고 이를 유지하는 기능에 집중돼 있다. 1400도까지 온도를 올려야 한다. 이 구조물들이 너무 거대하고 복잡해, 일상과 동떨어져 있으면서도 숭고한 느낌을 받았다. 과거에는 이런 공장들이 국가의 부강함을 상징했겠지만, 지금은 환경 오염의 이미지로 바뀌었다.

권민호

 

'아카이브 아트'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최근 많이 언급되는 아카이브 아트는 예술이 기록을 다루는 방식의 변화를 시사한다. 현대미술의 아카이브 담론에서 기록의 생산·수집·분류·정리 등의 개념과 방법론을 활용한 작품, 작가가 직접 기록을 생산하거나 수집하며 전개하는 활동, 혹은 특정 대상이나 사건에 대한 아카이빙을 작품 방법론으로 채택하는 행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럼 점에서 권민호의 작품 중 용산역사박물관에서 의뢰를 받아 작업한 일면 '용산 프로젝트'는 관련 지역에 관한 이야기들이 여럿 들어가 있다. 이는 용산을 매개로 한 다층적 기억의 집합체인 것이다.

 

〈천(千)의 얼굴 용산〉, 2022, 아연도금 철판에 유성 잉크 실크스크린 인쇄, 300×240cm. ⓒ권민호 제공
〈천(千)의 얼굴 용산〉, 2022, 아연도금 철판에 유성 잉크 실크스크린 인쇄, 300×240cm. ⓒ권민호 제공
〈천(千)의 얼굴 용산〉, 2022, 애니메이션 콜라주, 컬러 HD, 1920×1200px. ⓒ권민호 제공
〈천(千)의 얼굴 용산〉, 2022, 애니메이션 콜라주, 컬러 HD, 1920×1200px. ⓒ권민호 제공

용산에 설탕 공장이 있었다. 미군 방송국 AFKN도 이 지역에 처음 생겼다.  현재 미군 기지, 드래곤 힐 스파, 모스크, 전쟁기념관의 동상 등 다양한 국기들과 사람들이 함께 존재한다. 다문화적 요소와 군사적 상징들이 함께하는 장소인 것이다.

권민호

 

작가는 지역이나 건물을 작품의 소재로 삼으면, 해당 지역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고, 그 속에서 흥미로운 지점을 찾고 파고든다.

 

작품을 큰 화면으로 살펴보면서, 관람객의 부분을 확대하거나 클릭해, 원자료와 연결하는 방식이 구현되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것이 곧 예술 작품이자 동시에 기록의 결과물인 것이다.

설리반

작품을 구성하는 작은 이미지 하나하나가 모두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 용산 지역에 주요 제과 공장이 있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왜 이 작업에 이런이미지가 들어갔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혹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한 작업으로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대로

 

〈천(千)의 얼굴 용산〉, 2022, 아연도금 철판에 유성 잉크 실크스크린 인쇄, 300×300cm. ⓒ권민호 제공
〈천(千)의 얼굴 용산〉, 2022, 아연도금 철판에 유성 잉크 실크스크린 인쇄, 300×300cm. ⓒ권민호 제공

 

이러한 대화는 용산 프로젝트가 단순한 미적 콜라주를 넘어, 작가와 작품, 관람객, 나아가 지역을 잇는 참여형 아카이브의 형태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흑백에서 오는 장엄함이 인상적이다. 미적 울림이 있다. 설치 작품을 넘어 기록과 교차로 보여주거나 원자료로 연결되면 예술 작품이자 동시에 기록의 결과물이 될 것 같다. 과거이자 동시대의 기록이니까 훨씬 재밌는 기록적 층위를 확장할 수 있다.

설리반

(흑백 도면 위주의 정적인 작업도 좋지만) 일부 컬러를 더해 모션그래픽이 추가된 작업도 좋다. 공장 같은 산업시설은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한 프로세스가 중요한데, '기계의 움직임', '재료의 흐름'이 그것을 나타낸다. 컬러 모션그래픽이 이런 느낌을 더 증폭시키는 것 같다.

이대로

 

다만, 작가는 기록을 활용한 작업을 하고 있으면서도,“학자나 연구자의 역할은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지만, 예술가는 그것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여주는 것이다.”라며 작품의 여러 지점을 예술적 상상력을 채운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이번 대화는 권민호의 작업이 단순한 예술적 실험이 아니라, 지역과 사회의 기억을 시각적으로 재조립하는 아카이브 실천임을 보여주었다. 불완전한 자료와 흔적을 직관과 상상력으로 재구성하면서, 그는 예술과 기록 사이의 새로운 접점을 열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산업화의 풍경, 건축, 지역의 다층적 기억을 시각적으로 엮어내며, 그의 예술은 기록과 상상력이 만나는 새로운 아카이브의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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