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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비스트라운지 인사이트 아웃 #2

2026.08.10 | 조회 4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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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

 

아키비스트라운지 두 명의 에디터가 매일 나누던 카톡, 그 속에는 기록전문가로서의 고민과 솔직한 속마음도 날 것으로 담겨 있었습니다. 그렇게 쌓인 대화 중 밖으로 꺼내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건져내 보았습니다. 

 

열정적인 껍데기에게. 

 

우리 이름이 참 다양하네요. 여전히 놀라운건 이 이름들이 여전하다는거에요.

최근 명칭변경에 대한 국가기록원의 설문이 2차례, 기록전문직의 양성 제도에 대한 논의[1]​도 여러 차례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모든 이슈는 명칭변경으로 쏠리는 것 같아요. 이름은 직업을 대표하는 얼굴이니 중요한 것은 맞지만, 명칭 하나로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헛된 희망일텐데요.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인가를 정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오래 하게 돼요. 사실 이것을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 우리가 아키비스트라운지를 시작한 것도 있잖아요. 네이버카페의 취업정보만으로 우리의 직업이 설명되는게 싫어서. 라운지에 종종 오는 이메일 문의에도 여러 생각이 들어요. 기록관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런 직업을 가져도 될까를 고민하고, 미래 비전이 있는지를 묻고, 어떤 교육과정을 밟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 주로 질문 하죠. 답변이 우리의 개인적 의견이라는 점을 꼭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답변이 쉽지 않아요.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우리에게도 없기 때문에. 우리는 비전 있는 직업일까? 오랜 시간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만한 직업일까?에 대해 매일 카톡에서 떠들고 있지만 답이 없잖아요.

 

최근 네이버에 기록관리를 검색하니 학점은행제를 통해 ‘기록물관리사’(국가데이터처 표준직업분류)가 될 수 있다는 광고가 많더라구요. 학점은행제, 문헌정보학과 졸업, 기록물관리 교육과정 이수 등의 과정을 써두긴 했지만 이 모든 것이 한 방에 될 수 있는 양 아주 쉽게 적어둔 글들이 다수더라구요. 기록물관리사라는 명확하지 않은 이름을 쓰는 것도 문제이고 너무 쉽게 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 게 슬프더라구요. 전문성이라는 게 대학원을 다니고 학력이 높다고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쉽게 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건 그만큼 우리 직업이 전문성 있는 직업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 아닐까요.  

 

제가 처음에 기록관리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곽건홍 선생님의 ‘한국 국가기록 관리의 이론과 실제’ 책을 읽고나서에요. 당시에는 기록관리를 다루는 가벼운 책들이 없었기 때문에, 입문자가 참고할 수 있는 책들이 없었어요. 이 빡빡한 내용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냥 막연히 느껴지는 감정은 이 직업을 가진다면 내 전문성을 기반으로 사회에 기여하며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이 될 거라는 기대였어요. 사실 직업이라는 것이 늘 자부심만으로는 이어질 수 없고, 연봉이나 근무환경 등 현실적인 조건들이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젠 너무 알아버렸잖아요. 그렇지만 적어도 직업을 꿈꾸면서 가지는 자부심마저도 사라지게 만드는 이런 행태들은 화가날 수 밖에 없어요. 

 

우리가 하는 일은 전문성 있는 업무일까? 라는 이야기를 자주 해왔는데, 사실 업무와 전문성은 다르게 보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업무가 생산에 대한 통제와 정리, 기술, 평가, 서비스, 시스템 관리 등이라 한다면, 이 업무를 어떻게 할 수 있는가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어요. 근데 전문성은 그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거든요. 이 업무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윤리적 문제는 없는지 나의 전문성은 근간으로 판단하고 이를 제대로 수행하는 능력이요. 그래서 이 업무를 단순히 배울 수는 있지만, 전문성으로 이어나가는 것은 더 많은 시간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작년 3월, 기록물관리전문요원 제도에 대한 연구[2]​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생각은 여러 가지였지만, 그 중 중요하다고 생각한 건 우리 교육과정의 퀄리티를 올리고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전문요원 자격을 취득한 다음에도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연구 내에 명칭 변경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이는 작은 제안에 불과했어요. 

 

우리가 이 분야를 잘 키워내기 위한 근간은 결국 교육일 텐데, 그 교육이 너무 일차원적이지 않았으면 해요. 기록관리를 하려면 이 정도는 알아야지! 하면서 학부에서의 한 학기 개론 강의도, 대학원의 강의도, 기록물관리전문요원 자격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재교육도, 비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민 아카데미도 모두 같은 내용을 교육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교육의 대상도 목적도 다른데, 우리는 전문성을 위한 더 구체적인 교육 내용을 아직 제대로 연구하지 못한 것 같아요.

 

얼마 전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를 다시 읽게 되었는데요. 바둑계에서 AI를 마주하며 겪은 혼란과 당혹스러움, 좌절감, 변화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바뀌는 모습들을 다시 읽어보는데,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르게 훅 겁이 나더라고요. 모든 분야가 AI 시대에 맞게 변모하겠지만 기록관리를 점점 더 기능적으로만 대하는 우리 모습을 떠올리니, 우리는 하고 있는 일이 대체될 뿐만 아니라 기록관리에 대한 의미와 철학마저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요. 제가 처음 기록관리계에 왔을 때의 문제가 지금도 반복되고 있고, 대부분의 이슈들은 아직도 아웃데이트되지 않았으니까요. 새로운 미래가 우리를 덮치는 게 아니라, 미래에도 여전히 우리의 과거가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게 더 걱정이랄까요.

 

결국 얘기, 우리가 10 아키비스트라운지를 시작하면서 나눴던 이야기랑 같아요. 그때도 우리는 ' 직업이 뭐하는 사람들인지', '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지' 물으면서 시작했잖아요. 인터뷰 시리즈를 만들고, 서로의 일을 기록하고, 일에 자부심을 가질 있는 근거를 스스로 찾아보려고 했던 거였는데 시간이 지나서도 정작 질문 자체는 하나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은 같아요.

 

아키비스트라운지의 인터뷰가 몇 년 후 쯤이 되면, 뒤떨어진 내용이 될까요? 몇 후에도 우리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질문을 하고 있으려나요? 미래가 과거로 반복되지 않길 바랄 뿐이에요. 

 

 

 

각주

  1. [1] 2025 한국기록학회 추계학술대회(제16회 전국기록인대회), 기록관리 전문가의 전문성 유지, 어떻게 할 것인가? / 제14회 대한민국 기록전문가 포럼 Keynote talk - AI 대전환 시대, 기록물관리전문요원 자격제도를 다시 생각하다 등
  2. [2] 김장환, 황진현 (2025). 기록물관리 전문요원 제도에 대한 법·제도 개선 방안 고찰, 기록학연구 84, 89-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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