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구조활동 대통령지정기록물 목록은 보호기간을 지정하여 보호해야 할만한 사유가 없다.
(서울고등법원 제10-3 행정부, 2025누4625,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등)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이다. 12년이 지났다. 세월호 참사를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해 기념한지도 10년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 4월 1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세월호 참사일 승객을 구조하기 위한 공무 수행을 위하여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의 목록에 대한 정보공개처분 취소 소송의 파기환송심 판결이 있었다.
12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우리에겐 아픔의 날이고 의문의 날이다. 왜 구조하지 못했는가. 의문이 풀리지 않으니 아픔이 계속되고, 다시 이 아픔은 의문을 증폭시킨다. 정부의 ‘업무’라 할 수 있는 구조활동에 관한 이 의문에 대해 대통령기록관은 해당 “대통령 지정기록물의 목록도 대통령 지정기록물과 마찬가지로 보호되어야한다”는 이유로 비공개처분을 하였고, 2017년 5월부터 2026년 4월 10일 판결이 날 때까지 9년 동안 소송을 진행하며 끌어왔다.
그 사이 어떤 지정기록물은 보호기간이 해제되어 목록이 공개되었고 2032년이면 10년 보호 기록물이 지정해제가 된다.
대통령기록물법상 보호기간은 15년까지이므로 30년까지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사생활과 관련한 정보가 아닌 이상 2032년이면 대다수의 기록물이 보호 해제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 대통령실은 유가족과 시민의 “왜 구조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대답을 회피해왔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후 황교안 권한대행이 탄핵 당한 대통령이 임기 중 생산한 기록물들에 대해 보호기간을 지정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했다. 대통령기록관도 예의 “목록도 지정”이라는 관행으로 “왜 구조하지 못했는가”라는 의문에 대해 회피해왔다.
“과연 9년이나 소송에 시간을 낭비할 일이었는가”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은 “과연 9년을 끌어올만 했는가”에 대해 확실히 대답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서울고등법원은 1심을 인용해 세월호 관련 지정기록물 목록은 법에서 정한 지정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정보 비공개 처분을 취소하라, 즉 정보공개를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법원은 비공개 열람‧심사를 통해 이 사건 정보에 대해 열람하였고 그 결과,
세월호 구조활동 목록은 단순한 ‘목록’에 불과해 문서 내지 활동의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 제1항 제5호 전단 “대통령과 대통령의 보좌기관 및 자문기관 사이, 대통령의 보좌기관과 자문기관 사이, 대통령의 보좌기기관 사이 또는 대통령의 자문기관 사이에 생산된 의사소통 기록물”로 볼 수 있으나 후단 “공개가 부적절한 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내용을 유추할 수도 없는 단순한 목록이 국민의 알권리를 제약하면서까지 “지정기록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즉 지정기록물 목록이 적법하게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고 보호기간이 설정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 제1항 각호는 보호기간을 따로 정하여 열람‧사본이나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되는 정보들을 나열하고 있는바, 그 구조는 다음과 같다.

위 조항들을 자세히 보면 3호를 제외하고는 공통점이 있다. “~~~로서, ~~~한 기록물”이라고 서술하고 있는 점이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전단과 후단을 뭉뚱그려 해석하거나 후단을 더 강조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이라거나 “우려가 있는 기록물”에 더 방점을 두어 해석했다면, 이번 판결로 확실해진 것은 이 ‘and’ 조항이다. 그리고 ‘and’의 적절성을 사법부가 판단할 수 있다. 더해서 목록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다면 각호를 달고 보호 중인 지정기록물에 대해서도 후단의 적법성을 사법부가 판단할 수 있다.
라는 것이다. 물론 세 번째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실로 미루어 짐작한 것이긴 하지만, 판결문에서 보는 것처럼 각호에 해당하는 기록물이라 하더라도 각호 후단에 그러한 우려들이 있는 것이 맞는지 비공개 열람‧심사를 통해 얼마든지 사법부가 판단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시대가 변했다”
이번 판결문에서도 인정하듯이 대통령기록물법이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는 입법취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지정기록물보호제도가 갖는 “임기 내 민감한 사안에 대해 기록 생산 회피 가능성에 대해 보호제도를 통해 대통령의 원활한 기록 생산을 도모”하고자 하는 그 기능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더 이상 지정기록물보호제도가 기록물의 생산 여부까지 감춰주는 편법에 사용되지 말아야한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 제2항에 근거,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은 제1항 각호의 기록물별로 세부기준을 수립하여 기록물의 보호기간을 지정하는 절차와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단순한 목록 자체로는 어떤 기록물이 지정되었는지 그 정보를 유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의 기록물 생산 현황을 공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업무에 대한 신뢰성과 설명책임성을 확보하는 실익에 비해 현저히 크지 않으므로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은 생산 목록을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종종 청와대 정보공개 목록을 찾아보는데(여러분도 한번쯤 보시길) 월별로 공개 목록을 보면 올해 2월의 경우 101건이 공개되어 있는데 13개 부서이고 공통업무 위주로 공개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초과근무내역, 정보공개 결정 통지, 공공요금 납부 보고 등이다. 1월 목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솔직히 실망스럽다.
대통령의 업무방침은 공개인데 청와대는 왜 기록물 목록을 공개하지 않을까? 추측이지만 해당 건이 지정기록물로 보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 것도 실무자들이 목록 공개를 꺼리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그 기록물들은 '지정기록물'이 아니다.
시대가 변했다. 단순한 목록을 지정으로 보호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과 대통령기록관은 지정기록물의 목록을 정보공개법에 따라 비실명화 처리 등을 거친 후 공개해야 한다. 적어도 어떤 기록물들이 생산되었고 보호되고 있는지는 공개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은 지정기록물 보호 지정 세부기준을 수립하고 이를 고시해야 한다.
이제 지정기록물도 사법적인 판단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굳이 위축될 필요없다. 21대 정부 역시 이 판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생산되는 기록물을 적극 공개하고 이관 준비 기간(대통령 임기 만료 1년 전부터) 동안 지정기록물 세부기준을 수립해 공표하고 적법한 과정을 거쳐 지정하면 된다.
대통령기록관은 이 판결에 대해 재상고하지 않겠다(4.16. 뉴시스) 밝혔다. 해당 지정기록물 목록의 공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한다. 세월호 구조활동에 대한 지정기록물 목록의 비공개가 부적절하다고 판결이 난 만큼 대통령기록관은 구체적인 검토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제21대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 역시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세부기준을 수립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등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취지에 맞게 지정하고 이관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건 그렇고 2023년에 해제된 16대 대통령(노무현) 지정기록물은 대통령기록관 디지털 아카이브에 언제 올라오나. 지정해제가 되었고, 공개재분류도 했을 것이고(그동안 안했다면 심각한 직무유기다), 대통령기록관리 전문위원회의 판단도 받았을텐데 대국민 서비스는 언제 시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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