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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를 위한 AI 놀이터, 협업 모델의 필요성

2026.04.08 | 조회 5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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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dune
©https://www.ai.cam.ac.uk/projects/ai-for-cultural-heritage-hub-arch/
©https://www.ai.cam.ac.uk/projects/ai-for-cultural-heritage-hub-arch/

최근 GLAM(Galleries, Libraries, Archives, Museums) 기관에서는 AI를 활용한 연구와 서비스 개발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으나, 여전히 각 기관별로 상이한 메타데이터와 기록의 형태, 그리고 보관 상태 등으로 실무적으로는 큰 진전을 보이기 어렵습니다. 국내 아카이브에서 AI의 활용 탐색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성급한 결과를 내기보다 다양한 데이터를 대상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충분한 실험과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축적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이런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로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추진하는 “AI for Cultural Heritage Hub(ArCH)”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은 문화유산 기관에서 AI 기술 협업을 위한 연구 허브인 “AI for Cultural Heritage Hub(ArCH)를 구축하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케임브리지 대학 AI 연구 프로그램 ai@cam과 Accelerate Programme for Scientific Discovery의 지원하에 운영되며 대학도서관, 박물관, 아카이브 등이 참여하는 연구플랫폼을 지향합니다. 프로젝트는 단순히 AI 도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연구 플랫폼을 통해 큐레이터와 연구자, 기술 개발자 간의 협업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ArCH 프로젝트의 핵심은 협업 플랫폼(collaborative platform)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온라인 통합 서비스 제공에 목적을 두지 않고, AI 연구자와 문화유산 기관의 전문가가 모여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인 hub를 제공합니다. 기관이 보유한 기록과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도록 보안이 확보된 워크스페이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은 이 워크스페이스에서 다양한 자료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유산 기관이 보유한 기록정보 자원의 보안과 저작권 문제를 고려하면서, 연구자들이 AI 분석을 시도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 플랫폼이 갖는 의미를 짚어본다면, 단순한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넘어서 전문가 네트워킹을 조직하는 역할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프로젝트에는 사서, 아키비스트, 큐레이터, 데이터 연구자, AI 연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community of practice”를 형성합니다. 문화유산 분야의 기록정보자원 분석과 활용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맥락과 전문적 지식이 함께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ArCH 프로젝트는 이러한 협업 모델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손글씨로 작성된 기록을 AI 기반 필기체 인식 기술로 분석하여 데이터화하고, 디지털화된 문화유산 이미지에서 자동 개체 탐지나 이미지 라벨을 생성하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분산된 문화유산 자료를 연결하거나 파편화된 기록을 재구성하는 등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탐색하는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이 플랫폼을 설명하며 ArCH를  “A Playground for Subject Experts”로 소개하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GLAM의 다양한 참여자들은 로그인하여 다양한 데이터와 AI 도구들을 테스트해 볼 수 있습니다.  ArCH 프로젝트는 AI에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한  워크스페이스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

a place to try things without breaking anything, 

a place where your data isn't feeding someone else's training pipeline, and

a place where the questions come from subject experts, not from the technology.

 

즉, ArCH는 단순히 AI기술을 적용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모여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데이터를 실험해 볼 수 있는 안전한 연구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직은 초기 테스트 단계이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AI도구의 안전한 실험 환경을 만들고, 직접 자료를 다루어 봄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의 해결 방법을 고민하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습니다. 

 

기록학 전공자들에게, 그리고 기록관리 업무 담당자들에게 AI가 가져올 미래는 불투명하고 불안합니다.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것일지 모릅니다. 외부의 학습데이터 모델에 아카이브의 자료가 함부로 사용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하며, 다양한 기록을 대상으로 여러 시도들을 마음껏 실험해 보는 안전한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것. 아카이브에서는 AI 기술을 사용하고 싶어하지만 내부에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데이터 보안이 필요한 데이터나 저작권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외부의 AI 연구자들이 양질의 아카이브 자원에 접근하기는 어렵습니다. 보안이 확보된 워크스페이스에서 협업하는 ArCH 모델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달에는 ArCH 케이스 스터디를 소개하며 AI 허브 설계 과정과 연구 과제, 케임브리지 네트워크를 넘어서는 확장된 GLAM 전문가 지원 방안 등을 다루는 컨퍼런스를 진행하였습니다. 컨퍼런스의 후속 행사로 세션 참가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AI Hub를 사용해보는 “Hands-on” 세션을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ArCH 프로젝트는 대학이 주도하고 있는데, 대학이 가진 인적 구성과 운영방식의 장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에는 도서관과 아카이브의 실무자뿐 아니라, AI 연구자, 컴퓨터과학 연구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이 함께 참여하며, 문화유산 데이터 연구자들이 협력하는 학제간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단일 아카이브 기관이 확보하기 어려운 전문 연구인력을 모으고, 서로의 이해와 기술의 간극을 좁히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ArCH가 밝히고 있는 “subject experts” 접근은 학제간 협력의 중요성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연구 문제는 기술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로부터 시작된다”라고 프로젝트는 설명합니다. AI는 범용 도구이지만 이를 아카이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록의 맥락 이해와 해석이 핵심적인 요소이며, 그래서 기술이 연구 문제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아키비스트와 큐레이터가 문제를 설정하고 AI는 이를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카이브 분야의 AI 기술 활용은 기술 자체뿐 아니라, 이것을 함께 탐색하고 실험할 수 있는 협업 구조와 연구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ArCH 같은 협업 모델은 대학이 갖고 있는 자원과 구조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전공 분야의 연구자와 인프라가 집적되어 있고, 비교적 유연한 연구 환경 속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개별 아카이브 단일 기관 중심의 기술 도입을 넘어, 아카이브가 보유한 자원을 안전하게 이용하면서도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산업계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은 AI 기술의 실제 적용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 수행되는 AI PoC나 파일럿 프로젝트는 다양한 데이터와 도메인 전문성이 결합될 때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이러한 협업 구조는 실험과 검증을 반복하는 과정에서도 유리할 것입니다. 

국내의 아카이브 분야의 AI 연구는 발걸음을 떼는 단계일지 모릅니다. 최근 국회기록원이 개원하고 “AI native archive”를 표방하는 시도들이 시작되고 있지만, 실제 구현을 위해서는 현실적 과제들을 넘어서야 합니다. 기관마다 상이한 기록관리 체계와 수준의 차이, 기록정보자원의 보안과 저작권 문제 해결 등은 중요한 과제들입니다. 또한 AI 기술을 이해하고 기록관리 실무에 적용하기 위한 전문 인력 확보나 협업 구조 역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늘날 아키비스트에게는 누구와 손을 잡고 어떤 기반 구조 속에서  AI의 풍랑을 넘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각주

  1. [1] https://cambridge-collections.atlassian.net/wiki/spaces/devblog/blog/2026/01/06/1144225818/Developing+the+AI+for+Cultural+Heritage+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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