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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아카이브, 미술관, 박물관의 디지털 아카이브 서비스 스케치 (1)

기록물통합서비스플랫폼(국가기록원), 디지털 집현전(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MMCA Research Lab(국립현대미술관)

2024.05.16 | 조회 6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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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사회

기록에 대한 모든 이야기

현대미술 소장 실천의 가장 논쟁적인 문제는 1) 급속도로 확장되는 아카이브 소장품의 규모와 범위, 2) 검색과 발견 기술이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는 연구자들의 증대되는 요구, 3) 소장품의 데이터화 

에밀리 퓨, 아카이브가 형식이 될 때: 소장품, 정보, 접근, p.188, [미술관은 무엇을 수집하는가], MMCA, 2019

21세기의 문화기관은 세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경계를 넘어 디지털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각자의 방향과 전망은 조금씩 다르지만 약 20년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디지털 드라이브'는 교황청의 비밀스러운 바티칸 아카이브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아카이브인 미국 의회도서관이나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까지 예외가 없습니다. 

아카이브는 더이상 전통적인 아카이브 기관/제도의 전유물이 아니며 박물관과 미술관이 새롭게 개척하는 영토에 분명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에밀리 퓨가 정리한 것처럼, 1) 뮤지엄(박물관과 미술관을 통칭하는) '유물'은 과거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소장품의 규모와 범위는 '소장'의 개념과 정의를 다시 묻고 있으며 소장품을 둘러싼 맥락 중 하나인 '자료들'도 엄연히 아카이브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러니 아카이브는 폭증할 수밖에요. 2) 우리는 디지털로 만들어지고, 정리된 것들을 검색이나 탐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아카이브 자체의 복합성과 규모는 또한 쉽게 우리를 압도합니다. 소장품 데이터 정리의 완전 자동화가 불가능한 일부 영역에서 검색과 발견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이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합니다. 그 사이 아카이브의 열성 고객들(주로 연구자나 큐레이터, 기자들)의 불만은 쌓여갑니다.  3) 소장품의 데이터화는 낯설었던 테크 사이드(tech-side)에 문화기관의 관심과 참여를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관심있는 컬렉션이 디지털에도 당연히 존재하리라 예상하곤 합니다. 

아카이브,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연구기관의 디지털 아카이브 서비스를 몇 차례에 걸쳐 살펴보려고 합니다. 여기에서 서비스란 웹사이트(Front-End) 뿐만 아니라 일부는 백엔드(Back-End)를 포함합니다. 어떤 서비스는 알파 테스트 중이며, 어떤 서비스는 베타 테스트를 거치고 있기도 합니다. 


기록물통합서비스플랫폼(국가기록원)

국가기록원은 기록물통합서비스플랫폼을(이하 '기록플랫폼') 내부 테스트(알파 테스트) 중입니다. 아직은 중앙행정기관의 공무원에게만 하모니(업무관리시스템)의 링크를 통해 열려 있습니다. 올 해 중앙부처 전체(46개)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기록플랫폼은 2023년의 <기록관리 통합플랫폼 개념 모델 설계 연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기록관리 분야가 십수년째 잰걸음 중인 이슈를 다루고 있습니다. 생산/등록/보존의 분절적 프로세스, 이관/변환의 자원 누수, 생산현황통보 등 과도한 행정절차 등을 이 기록플랫폼으로 해소하겠다고 합니다.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최종보고서는 다소 헐겁게 해결책과 전망을 제시하고 있는 편이고, To-Be 모델도 그간 보던 시스템(서비스) 발전 로드맵과 많이 달라 보이진 않습니다. 한편 국가기록원이 운영하고 있는 영구기록관리시스템(CAMS), 국가기록포털, 상위로는 행정안전부의 범정부 메타관리시스템 등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무엇을 레거시(Legacy)로 놓고 정리할 것인지 등 이슈가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행정정보시스템, 웹기록생산시스템 등 기록관리가 '헤게모니 획득'에 연이어 실패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도 명확한 전략이 필요할 것 같고요. 


디지털집현전(과기정통부, 한국지능사회정보진흥원) 

당초 디지털 집현전의 베타 오픈은 2022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동안 소식이 없어 잠시 잊었다가 검색을 해보니 올 해 1월에 열린 것 같습니다. 많은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가 공개/개방/공유 가능한 형식으로 연계되고, 그것이 집현전을 통해 통합검색된다는 발상은 새롭지는 않습니다만, 현실에서는 결코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    

우리가 흔히 '수범사례'로 드는 유럽연합의 유로피아나(Europeana)는 유럽연합이라는 느슨하면서도 일관된 정체성, 콧대높은 문화기관을 연결하기 위해 분주히 발품을 팔았던 Aggregator의 존재, 마침 디지털에서 잠재적인 위협이 되었던 Google Arts & Culture 에 대한 대항 등 여러 요인이 성공적으로 결합된 결과입니다. 

베타 테스트 중인 디지털 집현전은 '전 국민 지식 플랫폼'을 목표로 국가적 이용가치가 있는 국가지식정보를 한 곳에 모으겠다고 합니다. 과학, 기술, 인문, 사회, 교육, 의료, 문화의 분야 분류(각 분야별로 다시 최소7~13개의 하위 분류)를 했고, 다른 한 편으로는 고전, 기록물, 논문, 도서, 멀티미디어, 법령, 보고서, 신문/잡지, 용어정보, 인물정보, 특허 등의 유형 분류도 제안하고 있습니다. 현재 105개 기관, 2억4000만건의 정보가 연계되어 있다고 합니다. 

검색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페이지에 랭크되는 정보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내가 찾으려는 정보를 단숨에 찾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다만 집현전은 데이터의 직접 탑재가 아닌, 링크의 중계 방식을 채택하여 가볍고 빠르게 해당 정보로 데려다줬습니다. 탭으로 분류를 펼쳐놓은 인터페이스도 '빠릿빠릿'했고요. 연관 지식으로 제안하는 다이나믹 그래프는 근래 몇몇 디지털 서비스에 채택되었다가 '어지럽고 쓸모가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집현전에 꼭 필요한가는 더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야심차게' 출발했을 오른쪽 버티컬의 맞춤지식, 추천설정, 구독설정은 로그인에 기반해야 동작합니다. 집현전이 일상적인 국가지식정보 검색 게이트가 된다면 사람들은 늘 로그인을 하고 맞춤형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려 할 것이지만, 다른 편의 기능이나 유인책이 없다면 이 기능은 제한적일 것입니다.  

기록관리 종사자의 시각으로는 집현전이 기록물 검색의 유용한 접근점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집현전의 경쟁자는 구글이 되는걸까요. 


MMCA Research Lab(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 교육 분야에 꾸준히 아카이브를 매개로 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건축 아카이브로 전시를 만들고, 아카이브 자료를 교육에 활용하고 아카이브 카탈로그북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카이브에 대한 관심에 비해 디지털 리서치 랩의 등장은 다소 늦은 감도 있습니다만.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브랜드가 전개할 행보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건축신문>에 소개된 '김종성 컬렉션 카탈로그'(이현영 아키비스트)를 읽으며, 서울기록원의 소장자료 정리기술 사례발표회를 보면서, 이지은 아키비스트의 인터뷰를 읽으며 미술관의 아카이브에 대한 지대한 관심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미술관 아키비스트라는게 다수 공공기관의 기록물관리 전문요원, 기록연구직과는 다르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 미술관이 드디어 온사이트(on-site)에 미술연구센터를, 온라인(on-line)에 리서치 랩을 세운 것이죠. 이제 본격적으로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를 디지털로도 만나게 되는 걸까요. 

홈화면을 연대기로 시작하는 것은 흥미로운 접근 인터페이스입니다. 오른쪽의 메뉴를 열어보니 연표, 주제연구, 에세이, 미술용어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연표와 주제연구는 아직 풍부하진 않지만, 에세이에 수록된 자료는 미술 전문 라이브러리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귀한 자료라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945년 8월 조선미술건설본부를 열어보니 미술용어로 연결되고, 관련된 예술가와 예술단체나 사조 등의 오브젝트를 제안합니다. 이 연결의 지적 유용성을 저는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인터페이스는 연구자가 시야를 확장하고 관련 정보/자료를 연속적으로 얻는데는 유리합니다.  

그간 미술연구센터가 누적하고 정리한 것들이 앞으로 리서치 랩을 통해 공개된다면 미술관에 가기 전이나 후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아카이브, 미술관의 디지털 서비스 몇 개를 살펴보았습니다. 점점 더 치열한 경쟁이 디지털에서 펼쳐질 것이고, 그 결과는 우리에게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겠죠. 아카이브 뿐만 아니라 아카이브를 보유한 문화기관의 시도와 전망이 기대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박물관 아카이브를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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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별여행자

    0
    5 months 전

    MMCA 리서치랩 첫화면부터 성격이 명확하네요. 작가와 용어 연표 등 전거레코드를 주로 보여주기 위해 고민한 게 느껴집니다. 박물관 아카이브 사례로 기대하겠습니다. CollectiveAccess로 까탈로그 레조네 만든 사례들 두 개 소개해 드릴께요. 마크 로스코와 노구치 작가입니다. - Mark Rothko Wors on Paper⭐️⭐️⭐️⭐️ - https://rothko.nga.gov/ - Isamu Noguchi Catalogue Raisonne⭐️⭐️⭐️⭐️ - https://archive.noguchi.org/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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