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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기본법을 부러워하는 이유

2024.07.12 | 조회 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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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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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변경되었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사용하였던 문화재라는 명칭을 국가유산으로 변경하고 국가유산을 발굴·보존·계승하는 동시에 더욱 발전시키고 확산하는 미래 지향형 체계로 나아가겠다는 내용을 접하였다. 그래서 궁금했다. 오랫동안 써왔던 용어를 바꾸고 정책 방향도 바꾸게 된 배경을 알고 싶었다.

그 시작은 현 정부 국정과제 62전통문화유산을 미래 문화자산으로 보존 및 가치 제고에 포함되어 추진되었다. 그리고 국정과제에 따라 20235국가유산기본법(이하 국가유산법)이 제정되었고, 2024517일 시행되면서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바뀐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정권의 시책에 따라 준비된 것으로 보였고 그 결과로 원활한 직무 수행을 위해 국가유산청으로 명칭이 변경되고 조직과 인력 확대 또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았다.(실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전체 정원이 약 400명 정도 늘었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좀 석연치 않았다. 뭔가 더 있을 것 같다는 궁금증으로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되었다. 우선 국가유산법은 1962년 제정되어 문화재 관련 제도에 있어서 기본법적 역할을 하던 문화재보호법을 대체하고 변화된 국가유산 체제의 최상위 기본법 역할을 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그리고 기본법의 제정에 따라 기존 문화재보호법은 유형문화유산·기념물(사적지 등민속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에 관련된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하 문화유산법), 명승·천연기념물 등의 보존과 활용에 관한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하 자연유산법), 전통공연·전통기술 등의 보존과 무형유산의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무형유산법)으로 세분화되었다.

국가유산법은 재산적 가치에 초점을 둔 문화재에서 탈피해 공동체 유산으로서의 가치에 초점을 둔 국가유산의 개념을 도입하고, 법의 목적을 통하여 국가유산의 보호는 물론 창조적 계승과 국민의 문화향유까지 포괄하는 미래지향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국민의 국가유산 향유권과 국가유산 보호 정책의 기본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 특히 법 목적의 변경과 관련 법률의 제·개정 등이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있었더라도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제·개정되었다는 것에 놀랐다. 우리도 경험해 보았지만 법률의 제정과 개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법률()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사회적 문제나 시급성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검토되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국회에서의 논의 과정 또한 해당 상임위와 법사위, 본 회의를 거치면서 수정·보완하고 관련 법률()을 병합하여 검토하는 등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정치 활동이 발생한다.

반추해 본다면 국가유산법과 관련 법률의 제·개정은 긴 시간 동안 논의·검토된 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정치적 입장과 개인의 정치 성향을 떠나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에 궁금증이 생겨 몇 가지를 확인해 보았다. 우선 21대 국회에서만 정부 입법을 포함하여 문화재법과 관련된 법률() 114건이 국회에서 논의되었다. (상대적으로 기록관리법 개정()은 총 10개에 불과하였으며, 그중 대통령기록물법은 5, 민간기록물법 2, 공공기록물법 3건으로 공공기록물법 관련해서는 논의 자체도 적었다. 그나마 20대 국회까지 확대한다면 48건이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 답을 찾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런저런 자료(PRISM을 통해 국가유산 미래전략 및 비전()’을 보면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음)를 통해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문화유산 관련 정책의 지속성과 안정성 그리고 기술의 발전에 따른 시대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제도와 조직 등에 대한 개편의 필요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논의하였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 목적이 무엇이었던 주무관청인 문화재청의 지속적인 상호작용(?)도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민이 끝나고 제·개정된 국가유산 관련 법령 등을 살펴보면서 이번에는 걱정이 생겼다. 자칭 아카이브가 문화기관이라고 말하는 우리는 아카이브가 문화기관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기록관리 분야는 기술의 변화에 따라 시대에 맞게 나아가고 있는가? 국가유산법이 미래에는 기록의 영역까지 다 포괄하는 것은 아닌가? 이러다 그냥 기록관리는 필요 없어지는 건 아니야? 이런저런 고민 속에서 국가유산법과 문화유산법의 법령 내용 중에 또다시 주목하게 된 것은 국민의 문화향유’, ‘문화유산디지털콘텐츠였다.

국가유산법의 제정과 문화재보호법의 개정은 기존 보존 중심의 문화재 정책이 보존과 활용으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 이제 모든 국가유산은 보존과 더불어 국민이 향유할 수 있도록 재편되어야 하며, 시대적 변화에 맞게 다양한 디지털콘텐츠로 재생산될 수 있게 그 확장성도 제도적으로 보장받았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시대적 흐름에 따른 제도의 개편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과정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었는지 또 찾아보았다. 실상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론적이지만 오랜 시간 노력을 할 수 있었던 학계가 있었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시민사회가 있었고, 이러한 논의 과정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있었고, 논의를 정책화한 주무관청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국가유산법의 제정이 부러워졌다.

기록분야는 지난 수년간 디지털 기록관리라는 시대적 과제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때마다 제도적 변화의 필요성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담론의 형성도 공론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공영역 밖에서 기록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으며, 민간영역에서도 기록’, ‘아카이브라는 말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 분야는 기록물관리법이라는 공적영역의 기록관리에만 매몰되어 있고 시민적 관심을 기록물관리법에 포괄할 수 있는 방법도 지원책, 그리고 시민들이 기록을 향유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을 위한 기록서비스를 해야 하고, 기록콘텐츠도 만들어야 하고, 교육도 해야 하고, 정보화에 대한 대응도 해야 하는 상황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할 지경이다.

이제 우리도 학계와 시민사회 그리고 현장의 기록전문가들의 문제 제기와 논의 과정과 관할 공공기관의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국가유산법이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들은 노력(?)을 통해 국가유산 정책의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 우리의 상황을 돌아본다면 이 모든 것들이 있는지, 아니면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기록 분야도 20년 전과 같이 다시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함께 이야기 나눠야 하지 않을까? 다만 논의의 시작이 당장의 기록관리 업무 개선이 아닌 기록관리의 미래를 위한 논의에서 출발하는 방식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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