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TNA는 쥐 인형을 판매하는가?

  지난 글에서 미국 NARA의 National Archives Store에서 판매하는 red tape collection 상품을 다뤘다면, 이제 영국으로 이동해 The National Archives (이하 TNA) Shop에서 판매하는 Henry Cole’s Rat 인형을 알아보고자 한다.

Catalogue reference: E 163/24/31/9

 TNA 목록에서 "E 163/24/31/9"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제목에 조금 놀랄 수 있다. "Skeletons of two rats". 🐭🐭 역시나 제목이 곧 내용인데 명백히 표기된 Public Recod(s)라는 법적 지위 외에 속 시원한 기술이 되어 있지 않다.  

 다행히도 베타 서비스 페이지에서 왜 이 기록이 중요한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찾을 수 있었다. (이동! ⛔ 징그러움 주의!!) 이 이야기는 무려 18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록 관리 체계가 없던 영국의 19세기 초에는 많은 기록이 부적절한 상태로 전국 곳곳의 창고에 보관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831년 위원회 (Record Commission)가 설립되었으나 진전이 없자 1836년 이를 조사하기 위한 의회 특별 위원회 (Parliamentary Select Committee)가 설립된다. 여기서 증언을 요청받은 사람이 바로! 우리의 헨리 콜 (Henry Cole)이었다.

 국왕의 회계 기록을 목록화하는 작업을 맡았던 콜은 끔찍한 기록 보관 상태를 의회에서 증언했다. 문서를 찾기 위해 창고를 살피던 그는 기록을 보관하고 있던 나무 상자 안에서 종이를 가득 씹어 먹고 죽어 있는 쥐들을 발견했다. (이 위원회의 회의록에는 헨리 콜이 '쥐의 유해와 갉아 먹혀 훼손된 문서를 위원회에 직접 흔들며 보여줬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 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는 국가 기록 보호를 위해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밝혔으며, 1838년 Public Records Act의 제정과 TNA의 전신인 Public Record Office (PRO)의 설립까지 이어진다. 

  헨리 콜이 정리하던 국왕의 회계 기록은 두 마리의 쥐 유해와 함께 새로운 PRO로 이전되었으며, 헨리 콜은 PRO의 수석 보관자 (senior assistant keeper) 중 한 명이 되었다. PRO가 TNA로 바뀌어도 이 쥐의 유골은 계속 보존되고 있으며 열악한 기록 보존 관행의 심각한 결과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콘텐츠 원형이 된 헨리의 쥐

 다시 TNA Shop으로 돌아가 보자. 이와 관련 있는 문화 상품은 두 가지가 있는데 먼저 'Henry Cole's Rat Soft Toy'는 어느새 헨리라는 애칭의 쥐가 되었다. 'Henry Cole's Rat Needlecraft Felt Kit'는 'archival rat'을 만들 수 있는 키트이다. 두 상품 모두 헨리 콜과 쥐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하고 있다.   

 TNA의 'Sensing the Archives' 프로젝트에서는 시각 장애 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TNA 컬렉션 중 네 가지 문서를 촉각, 청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탐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워크숍의 시작이 바로 헨리 콜의 쥐와 관련된 아카이브 기원을 배우는 것이다. 각 테이블에는 보물 상자가 제공되어 있고 이를 열어보면 부드러운 쥐 인형이 들어 있어 학생들이 직접 만지면서 체험할 수 있다.

 TNA의 유튜브 채널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스토리텔링 교육 프로그램인 Time Travel Tots 시리즈 영상이 있다. 이 중에서도 Rat Story를 통해 TNA의 시작과 기록 관리의 기원을 다루고 있다. 

  2017년 TNA의 후원 단체인 The Friends of The National Archives는 컬렉션 관리 부서를 위해 Ultimaker 3D 프린터를 구매했다. 이를 통해 섬세한 소장품을 안전하게 재현하고 교육 프로그램이나 전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헨리의 쥐 또한 이 프린터기를 통해 3D로 재현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 원형으로의 소비는 단순한 기념품이나 교육용 재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역사적 사건을 상기시키고 기록 보존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그 과정을 재미있고 흥미롭게 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역시 될놈될인가

 헨리 콜의 '쥐' 이야기는 적어도 영국 기록 관리 역사에서는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 기록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명확하게 보여주며 그 중요성을 알렸다. 두 번째로 기록 보존의 체계적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며 접근성과 보존이라는 양 끝단의 개념을 모두 보장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PRO의 설립은 체계적인 기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TNA가 여전히 이 쥐를 소장하고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하는 이유 또한 단순한 유물이 아닌 기록 보존의 상징으로서 그 중요성을 알리고자 함일 것이다. 

 여담이지만 헨리 콜은 1852년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the Victoria and Albert Museum)의 초대 관장이 되었다. 크리스마스에 카드를 보내는 개념을 고안하여 1843년 세계 최초의 상업용 크리스마스카드를 도입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때 할머니에게 보낸 첫 번 째 크리스마스카드 중 하나가 2001년 경매에서  £22,500에 팔렸다고 한다!) 'Tesselated Pastime'과 'Architectural Pastime'이라고 하는 영국의 유명한 장난감 또한 그가 발명했다고 한다. 1875년 빅토리아 여왕에 의해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언론에서 그를 "Old King" Cole로 부르기도 했다. 

 처음에 헨리 콜의 쥐 이야기를 접하고 우리도 어디에다가 쥐를 풀어 놓아야 하나, 의회에서 쥐똥을 흔들어야 하나 (예를 들자면요... 상상을 하자면요... 오죽 답답하면요... 😥) 뭐 그런 생각들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PRO 이후 헨리 콜의 생애를 봤을 때 그는 단순히 운이 좋거나 퍼포먼스가 좋았던 사람은 아니란 결론에 도달했다. 역시 될놈될인가! 우리는 헨리 콜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쥐가 될 수 있을까? 뭐라도 될 수 있으면 좋겠다. 

Sir Henry Cole - National Portrait Gallery (Sir Henry Cole - Person - National Portrait Gallery (npg.org.uk))

Ezra Shales (2009). Toying with Design Reform. Journal of Design History Vol. 22 No. 1. 

Brodie Waddell (2012). An archival miscellany: a warning, a rat, a blog and another warning. the many-headed monster. (An archival miscellany: a warning, a rat, a blog and another warning | the many-headed monster (manyheadedmonster.com)

(2017). The brilliant reason The National Archives is selling a cuddly toy rat. Shropshir Star.  (The brilliant reason The National Archives is selling a cuddly toy rat | Shropshire Star)

Projects Funded 2017-2020 - The Friends of The National Archives (Projects Funded 2017-2020 - The Friends of The National Archives (ftna.org.uk))

Victoria and Albert Museum Archives join the V&A Network Blog (Victoria and Albert Museum Archives join the V&A Network Blog • V&A Blog (vam.ac.uk))

Henry Cole - WIKIPEDIA (Henry Cole (inventor) - Wikipedia)

Time Travel Tots : Rat Story - TNA YouTube (Time Travel Tots: Rat Story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