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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전시, 우리도 퍼포먼스가 필요하다.

틀을 깨는 비정형 아카이브 전시

2024.07.24 | 조회 6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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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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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념사업회은 6.25전쟁 아카이브센터(KWAC) 개관 1주년을 맞아, 지난 630일까지 아카이브를 주제로 한 <어제의 기록, 내일의 기억> 특별기획전을 진행했다. 기획전은 전시 프롤로그에서부터 기존의 전시와는 구별되는, 아카이브 전시만의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기획전의 ‘Archive and Achieve’에서 중앙 구조물에 비정형화된 구조로 배치된 기록들은 멀리서 봤을 때 하나의 기둥처럼 형상화되어 있다. 해당 전시는 산재한 자료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아카이빙의 과정을 상징화한 연출 공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 6.25전쟁 아카이브 기획전 <어제의 기록, 오늘의 기억> 中 ‘Archive and Achieve’
전쟁기념사업회 6.25전쟁 아카이브 기획전 <어제의 기록, 오늘의 기억> 中 ‘Archive and Achieve’

아카이빙이 전시기법(혹은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하던 기존의 수많은 전시들과는 다르게, 번 기획전은 아카이빙이라는 개념과 의미 자체가 전시의 중점이 되는 새로운 전시였다.

 

기획전은 아카이브의 과정과 의미, 가치를 알 수 있게 구성하여 전쟁기념사업회의 그동안의 노력을 공유하는 소통의 장처럼 구성되어있다…이 전시를 통해 아카이빙의 다양한 가치를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전쟁기념사업회 <어제의 기록, 내일의 기억> 프롤로그 中

 

여러 가지 물품을 한곳에 벌여 놓고 보임이라는 전시의 사전적 정의로 미루어 볼 때, 일반 대중에게 전시, 특정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형태의 기록들을 모아서 보여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기록학에서 말하는 전시는 무엇일까?

기록학 용어 사전에서는 전시(Exhibit)’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 기록 원본이나 사본을 조직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서, 확장 서비스의 일환이다라고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전시는 주제에 맞는 여러 기록을 모아 새로운 의미를 담아내는 유기적인 조직화 가 필수적이며, 그 과정을 아카이브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 이 아카이브의 과정 그 자체로도 하나의 전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대중들이 보편적으로 전시를 떠올리면 여러 기록물을 모아 특정 주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주제와 관련된 여러 기록을 모아서 조직화하는 그 과정이 무엇인지 떠올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주제에 맞는 기록을 선별하여 조직화하는 과정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아카이브 전시 역시, 대중에게는 아직 낯설다.

 

2023216일 동아일보에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가 기존의 관람 동선을 탈피하고 유물 뒤편을 공개하는 등 도전적인 전시를 시도했다는 반가운 기사가 실렸다.  연구사는 박물관이 관람객에게 특정 동선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이 능동적으로 전시실을 거닐며 유물을 선택해 볼 수 있는 구조로 연출했다라고 전했다. 유물 재배치와 동선 재구성으로 해당 상설전시실이 박물관의 주요 명소가 된 것으로 보아, 틀을 깨는 그 시도가 성공했음을 알 수 있다.

그저 전시된 유물을 멀리서 바라보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 유물의 뒷면을 보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시도가 큰 반향을 이끌었다는 것은 전시의 새로운 국면이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일반 대중이 전시를 찾는 이유가 진지하고 교육적인 목적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다양한 목적을 갖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찾는 콘텐츠로 변화하고 있다.

한편, 아카이브 전시 역시 시각에만 머무르지 않고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전시 형태로 다양하게 서비스되고 있다. 남녀노소로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무게를 줄였지만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도록 메시지를 담은 참여형 기획전시 통합 청주시 출범 10주년 기념 기록특별전 잇다, 품다가 그러하다.

청주시 문화제조창 동부창고에서 진행된 전시는 관람객에게 총 11개의 코너 중 4개의 코너(‘시간을 달리는 사진관’, ‘희망메시지 WALL’, ‘느린 스튜디오’, ‘청주 마스코트 포토스팟’)에서 이벤트 부스를 제공하였다. 전시를 가볍게 즐기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관람객이 직접 전시의 내용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는 주체가 되어, 새로운 청주의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전시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였다.

통합 청주시 10주년 기념 기록특별전 <잇다 품다>
통합 청주시 10주년 기념 기록특별전 <잇다 품다>

아카이브의 과정 또한 전시의 일환이라고 한다면, 위 사례와 같이 대중들이 전시 안에서 활동성과 사고라는 두 가지 능동성을 갖고 각양각색의 아카이빙 활동을 수행할 때, 아카이브 전시의 의미와 가치가 더욱 확장될 수 있다.

앞서 살펴봤듯이, 많은 기관에서 자신의 기관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는 이미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다. 문화 소양이 높아진 관람객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시도된 다양한 전시기법 변화의 홍수 속에서 기록학 역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시가 필요하다.

전쟁기념관의 아카이브 기획전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이번 전쟁기념관 기획전이 아카이브의 개념과 의미를 드러내는 전시 형태를 보여준 것처럼다양한 시간장소주체에 의해 생산된 서로 다른 모양의 기록이 아키비스트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새로운 주제의 콘텐츠로 창조될 수 있는 아카이브 전시 형태로 하여금 아카이브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 아키비스트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드러내는 기회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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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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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0
    3 months 전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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