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4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보고서 꾸미는 시간에 민생 현장으로, 행정안전부, ‘AI친화 행정문서 혁신’ 시범 실시’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AI시대 행정문서 작성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부 내에 배포하고, 모든 부서를 대상으로 AI 친화적 보고서 작성을 시범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AI가 읽기 쉽도록 주어와 서술어를 명확히 쓰고, 복잡한 셀 병합을 금지하며, 표준 번호체계를 지키자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윤호중 장관은 ’장관에게 올라오는 보고서부터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작성하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반가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간 예술의 경지에 달한 과도하게 꾸민 보고서(솔직하게 내용을 채우는 것과 자간을 맞추고 표에 색을 넣고 간격을 맞추는 시간 중에 어떤 시간이 많은지 알수 없습니다. 과도하게 꾸며진 보고서는 내용의 부실함을 가리는 의외의 효과도 가져옵니다.)는 사실 국민에게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보고받는 사람의 편리함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국민에게도 AI에게도 그 보고서는 달갑지 않았습니다.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장관이 직접 지시한 지 이제 4개월이 지났습니다. 당연히 이제 행안부 내에서는 AI가 읽기 좋고 사람도 쓰기 좋은 보고서가 자리를 잡았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직접 정보공개포털에서 확인해 보았습니다. 정말 행안부는, 그리고 특히 행안부 소속기관으로 AI 시대 중요 데이터인 국가기록의 관리를 총괄하는 국가기록원은 이 지침과 장관 지시대로 일하고 있을까요.
장관 지시는 실행되고 있을까
가이드라인 배포 이후 현재까지 행안부와 국가기록원이 생산한 hwpx 결재문서 7건을 내려받았습니다. 문서 형식만 비교해 보았는데도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준과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기존의 ’예술적 문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활용의 주체인 AI에게 이 문서들을 분석하도록 요청했습니다. AI가 그 내용을 읽는 데 실제로 얼마나 많은 자원이 드는지 대표적 AI친화적 문서형식인 md(마크다운) 기준과 비교(오버헤드 배율)해보니 그 결과가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오버헤드 배율 = AI가 실제 내용(순텍스트) 1글자를 읽기 위해 함께 처리해야 하는 XML 태그·서식·좌표 데이터의 비율입니다. hwpx는 최소 14배에서 최대 95배까지 “군더더기”를 함께 읽어야 실제 내용에 도달하는 반면, md는 거의 1:1입니다. 즉 같은 내용이라도 hwpx로 처리하면 md 대비 자원을 수십 배 더 소모합니다.
| 문서 | 오버헤드 배율 | 표 개수 | 셀 병합 |
|---|---|---|---|
| 연구용역과제 계획서 | 13.8배 | 1 | 12 |
| 국가기록원 규정개정 | 19.5배 | 9 | 160 |
| 입양기록물 검토결과 | 20.2배 | 2 | 4 |
| 제안제도 운영계획 | 32.2배 | 30 | 466 |
| 기록유산 국제학술대회 | 69.3배 | 27 | 924 |
| 기록의 날 기념행사 | 58.0배 | 49 | 1,520 |
| 생성형AI 교육운영계획 | 95.2배 | 13 | 432 |
결과는 역설적이었습니다. 가이드라인이 오류 방지를 위해 금지하는 ’복잡한 셀 병합’이 7건 모두에서 나타났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샘플링한 문서 중 가이드라인에 가장 위배된 문서는 다름 아닌 ’생성형AI 도구 활용 실습 교육운영 계획’이었습니다. AI를 가르치겠다고 계획하는 문서가, AI가 가장 읽기 어려운 형식으로 만들어진 셈입니다. 이 문서는 순수 텍스트(md) 대비 최대 95배의 처리 자원이 더 들었습니다. 행안부 모든 문서를 분석하지 못했지만 대상을 더 넓혀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가이드라인은 정착되지 못했고, 장관 지시는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등록은 잘 되고 있을까
수십 년 이상 이어져 온 관행을 장관 지시나 가이드라인 하나로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더 생겼습니다. 결국 행안부가 가이드라인까지 만들면서 AI 친화적 문서를 만든 것은 비단 문서 꾸밈에 드는 시간 절약만이 목적은 아닙니다. AI가 문서를 잘 활용해서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그렇다면 설령 가이드라인이 정착되고, 장관 지시가 잘 작동해서 AI가 아무리 잘 읽는 형식으로 문서를 만들어도, 그 문서가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고 국민에게 전자적 형태로 공개되지 않으면 애초에 AI가 접근할 방법이 없습니다. 아무리 완벽한 md 파일이라도 서버에 올라오지 않으면 사람도 기계도 볼 수 없습니다. 이 과정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행안부의 시도는 한낱 의미 없는 홍보자료에 그칠 뿐입니다.
그래서 정보공개포털에서 ‘기관장결재문서’ 현황을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중앙행정기관 전체 기관장결재문서는 가이드라인 적용 4월부터 현재까지 696건이었고, AI 문서 작성에 힘을 쏟고 있는 행안부의 결재문서는 4개월 간 단 7건입니다. 정보공개포털의 기관장결재문서는 공개문서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놀라울 만큼 적은 수치임이 분명합니다. (참고로 정보공개포털에 공개된 2025년 행안부장관 결재문서는 25건입니다) 이는 행안부 장관이 몇 개월간 목록도 공개할 수 없을 만큼 비밀스러운 일에 매진했거나, 보고받은 문서가 제대로 등록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행안부 장관이 비밀스러운 일만 한다고 하더라도 보도자료, 공개된 행사 계획에 관한 사항 보고 등도 없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듭니다. 참고로 4월 이후 행안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만 520건입니다. 한 건의 보도자료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문서가 장관에게 보고될 것인지 생각해본다면 4개월간 공개문서 7건은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결국 이 수치는 AI를 이야기하기 이전에 등록·공개 프로세스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AI 친화적으로 문서를 쓴다 해도, 그 문서가 등록·공개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활용할 수 없습니다. 행안부의 AI 친화 행정이 의미 없는 구호가 아니라면 AI 친화적 문서 만들기 이전에 업무 과정에서 생산된 문서가 제대로 시스템에 등록될 수 있도록 하는 ’공공기록관리 프로세스’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산 넘고 물 건너 온 아카이브
기록물 생산기관의 사정은 잠시 접어두고 일단 아카이브로 넘어온 기록이 AI 친화적으로 잘 서비스되고 있는지도 확인해 봤습니다. 요즘 기록관리와 관련된 무엇이든 AI가 붙어있지 않는 것을 보기가 힘듭니다. 마치 AI만 도입되면 모든 기록관리 이슈가 해결될 것 같습니다. 그럼 과연 아카이브는 AI 시대에 맞는 기록서비스를 하고 있을까요. 먼저, 기록관리를 총괄하는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에 AI로 직접 접속을 시도해봤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행안부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은 모두 AI의 자동화된 접속을 차단하고 있었습니다. 공공기관 홈페이지라는 특성상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대량의 기록물을 상용 AI를 통해 활용하고자 하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지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 이렇게 산 넘고 물 건너 온 아카이브는 중요 디지털 자원인 기록을 어떤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을까요.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에서 검색어 ’AI’로 원문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대통령기록관은 조류독감(Avian Influenza) 문서가 검색되네요) 두 기관 모두 전자기록물을 PDF 형태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눈으로 보기에 좋은 PDF가 AI에도 좋은지는 검토가 필요합니다. 기록의 변조 삭제가 불가능하고 별도의 뷰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PDF는 역설적이게도 AI가 활용하기 가장 어려운 포맷 중 하나입니다. 그야말로 이미지와 텍스트를 중복으로 주고 이해하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앞서 행안부의 AI 친화 문서 보도자료를 기준으로 각 문서 포맷별로 얼마나 자원이 소모되는지 테스트해보았습니다. 결과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 마크다운 — 도구 호출 1회로 전체 내용(5,067바이트)을 즉시 확보
- pdf — 최초 업로드 시에는 페이지 이미지와 텍스트가 함께 인식되어 처리되었으나, 이미지와 텍스트가 중복으로 입력되는 구조라 md 대비 자원 소모가 컸고, 재접근을 시도할 때는 오류가 발생하는 등 처리 안정성도 떨어짐
- hwpx — 총 6가지 방식(압축 해제, 직접 바이트 읽기, 파일 복사 등)으로 접근을 시도했지만 전부 실패했고, 확보한 내용은 0바이트, 별도의 변환 도구 없이는 AI가 내용을 전혀 인식할 수 없음

아카이브가 기록서비스 포맷으로 활용하고 있는 PDF는 마크다운 파일에 비해 몇 배 더 자원이 소모되었고, 대부분의 공공기록 생산 포맷인 hwp·hwpx 같은 독점 바이너리 포맷은 사람이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여도, AI가 직접 처리하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커서 변환 실패나 추가 처리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마크다운·텍스트 같은 개방형 포맷은 별도 변환 과정 없이 안정적으로 처리됩니다. 앞으로 아카이브가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제공해야 하는지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전자기록을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환하여 제공하고, AI가 별도의 처리 없이도 자유롭게 검색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넘어야 할 산과 물은 많지만 오히려 문제는 간단할 수 있습니다.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의지와 정책의 문제라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합니다.
① 생산 단계 — 지침은 있지만 실제 기록은 여전히 AI가 읽기 어려운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음. 생산되는 모든 기록을 지침을 준수하는 방식으로 작성하고, 가능하다면 마크다운 형식 등 AI가 이해하기 좋은 방식으로 변환하여 생산
② 등록·공개 단계 — 아무리 기록이 잘 만들어져도 담당자 PC에만 있고 상급자에게 종이로 보고된다면 아무 의미가 없음.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업무 과정에서 생산된 기록을 철저하게 전자적으로 등록, 관리 해야 함
③ 보존·서비스 단계 — 이관된 전자데이터를 AI 형식에 맞게 제공해야 함. 육안으로 기록을 열람할 때 효과적인 PDF 중심에서 벗어나 AI가 활용하기 좋은 형식으로 기록을 어떻게 공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함
사람이 기록을 보고 활용하던 시대에서, 기계가 기록을 읽고 사람에게 서비스하는 시대로 세상이 변했습니다. 이 변화를 선도하고, 방대한 기록을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이 바로 아카이브입니다. 지금 아카이브가 먼저 이 변화를 선도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머지않아 아카이브의 존재 이유 자체를 의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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