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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고에 갇힌 기록. 그들은 얼마나 외로울까?

하기사 서고에 갇힌 나도 외롭긴 하다만......

2025.01.02 | 조회 3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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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다주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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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사회

기록에 대한 모든 이야기

매일 오전 9시가 되면 제 핸드폰으로 알림 소리가 울립니다. 핸드폰 알림 소리를 '극혐'해서 모두 꺼놓는 편인데, 유일하게 켜두는 알림소리는 바로 10년 넘게 써 온 '구글 포토'입니다. 날짜에 따라, 장소에 따라, 또는 인물에 따라 그날그날 한 번씩 과거 사진을 보여줍니다. 이 사진들을 보면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기도 하고, 그 변화상을 체감하기도 하고, 잠시 잊고 있었던 기억과 감정도 되살려보기도 합니다.

만약 이런 사진과 동영상들이 먼지가 수북이 쌓인 방구석이나, 외장하드에 파일로 켜켜이 쌓여만 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도 저에게 그 기록들은 살아 있어도 죽은 기록으로 느껴질 것 같습니다. 제 손에 가까이 있기에 그 사진들의 가치가 살아 있는 것이겠죠.

제 개인기록이 항상 제 곁에 있을 수 있도록 매월 2,400원씩 돈을 내고 있습니다.
제 개인기록이 항상 제 곁에 있을 수 있도록 매월 2,400원씩 돈을 내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하루는 제가 기록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고 하니까 그 친구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소통하는 홈페이지, SNS, 메신저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짧은 지식을 모두 긁어모아 이런 보존 방법도 있고, 저런 보존 방법도 있다 설명을 해주었습니다만, 시간과 돈과 사람이 여유롭지 않은 시민단체에게는 그다지 유용한 해결책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활동가들에게 중요한 것은 '보존'이 아니었더군요. 활동가들이 어떤 매개체에 끊임없이 접속하여 소통하고 자료를 공유해서 그분들에게 언제나 유용하고 가치 있는 공간으로 유지되고 활용되는 것, 일종의 기록 생산과 공유 활동이 끊임없이 유지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보존 방법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분들에게 어쭙잖은 실무적인 기록관리 방법론이나 소개하고 있던 그날의 제 모습이 매우 부끄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 분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제3자적 조언'이 아니라 함께 운동하는 '기록활동가'였습니다.
그 분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제3자적 조언'이 아니라 함께 운동하는 '기록활동가'였습니다.

사람은 세상을 유용하게 이해하기 위해 동일성이 있는 사물을 언어를 사용하여 정의하고 단어를 만들어 부릅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동일성을 강조한 나머지 사물 안에서도 다양한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사물을 너무 쉽게 분별한 나머지 일종의 선입견, 편견마저 갖게 합니다.

우리는 사라지거나 없어진 기록은 죽은 것으로 보고, 생산하여 보존되고 있는 기록은 살아 있는 것으로 분별합니다. 그리고 살아 있는 기록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지금도 우리는 치열하게 각자의 현장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라지거나 없어진 기록이 시민들과 이별하여 활용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살아 있는 기록도 꺼내지지 않거나 활용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죽은 기록과 매한가지가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기록관리를 업으로 하는 우리들은 '기록으로 시민들과 아주 가까이'에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기록전문가윤리강령

6. 기록전문가는 자신이 취급하는 기록이 최대한 원활하고 공평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법제적, 기술적, 문화적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록정보의 공개와 이용 서비스의 제공만이 아니라, 간행, 전시, 교육 등의 활동을 통해 기록의 이용을 확대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2024년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비상식적인 계엄과 무안공항에서 17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12월로 매우 불행하게 끝났습니다. 어수선한 세상에 매우 황망한 나머지 새해를 맞이하는 글의 주제로 무엇을 써야 할지 집중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소통 도구가 '기록과 사회'인 만큼 기록관리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과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너무 외롭게 열심히 살지 말고', 2025년에는 '기록으로 서로 아주 가까이'에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기록인 행사 때 얼굴 좀 봅시다. 저도 나갈게요.
기록인 행사 때 얼굴 좀 봅시다. 저도 나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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