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5일 <2025 기록인 대토론회: 기록관리 REBOOTING>이 열렸다. 주제 발표로 기록관리 각 분야별 현황과 쟁점 등을 공유하고, 분임 토의를 통해 참여한 다양한 사람들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참여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지만 사전에 공개된 자료집을 통해 발표 내용을 대강 훑어볼 수 있었고, 또 기록과 사회에서 리뷰를 해줘서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내용을 살펴보던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민간 분과의 분임 토의에서 나온 내용이었다.
“4분임은 기초자치단체, 5분임은 민간기록관리업체이다. 얼마전 기록과 사회의 글처럼 너무나 ‘퉁’친 것 같다.
<2025 기록인 대토론회: 기록관리 REBOOTING 후기> 중에서
https://maily.so/archivenews/posts/1do1e50lrx6
이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 것은 불과 며칠 전 <‘민간영역’으로 퉁치는 것이 양심에 찔려서 쓰는 글>을 인상깊게 읽어서 였을 지도 모른다. 분명 이전에 비해 민간영역에서 너무나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정말 여러 가지 방식의 아카이빙이 일어나고 있다.(이 내용은 앞의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https://maily.so/archivenews/posts/wdr9v6d9zlx) 여기에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퉁’쳐진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왜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것은 이 기록관리의 담론이 대부분 공공영역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대학원이나 교육원의 정규 교육과정을 보면 공공기록물관리 위주로 되어있고, 기록전문가로 양성된 인력들도 대부분 공공영역으로 진출한다. 매년 열리는 전국기록인대회나 아키비스트캠프의 발표 주제나 참석자 양상만 보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민간영역의 기록활동 주체가 적은 것이 절대 아니다. 활동은 오히려 공공영역보다 더 활발해지고 다원화되고 있다. 다만 함께 하지 못하고 서로 겉돌 뿐이다. 어찌보면 민간영역에서는 여기 기록 바닥이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일 것이다.
그리고 공공 위주의 담론에서 민간영역은 쉽게 대상화되고 만다. 업무적인 차원으로 접근하다보면 기관이 수집과 기록화의 주체이고, 민간은 그 대상인 것처럼 간주되기 때문이다. 민간의 기록활동 주체들은 단순히 기록을 제공하고, 자신들을 기록해 주기를 바라는 수동적인 존재들이 아니다. 자발적이며, 능동적이고, 현장의 전문가이다. 기관이 이들을 대상으로 바라보고, 기록관리를 가르치려는 태도로 접근할 때 아마 ‘퉁’쳐지는 느낌을 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민간’이라는 단어 때문이라고 생각치는 않는다.
그럼 공공은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할까?
기관의 유형과 성격에 따라 해당사항이 없는 기관도 많을 것이고, 지방자치단체처럼 많은 것이 요구되는 곳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기본적으로 민간의 기록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소통창구 역할을 해야한다. 최소한 기록과 관련하여 문의할 일이 있다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기록관이나 아카이브가 가장 먼저 떠올라야 하지 않을까?(이것은 스승님께서 자주 하셨던 말씀이다.)
문의처이자 소통창구로 기능하면서, 나아가 민간의 기록활동 주체와 연대하고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록관이나 아카이브가 단순히 기록을 보존・관리하는 기관에 머물러서는 아쉽기 그지없다. 갈수록 문화기관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는데, 시민사회와 지역공동체에 기록문화를 확산하는 차원의 실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대부분이 1인 기록관인 현실에서 공공기록물 관리도 버겁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을까?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한 사례들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매우 특별한 사례들이다. 특별하기에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모델이다. 그래서 적당한 노력과 관심으로 유지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그것은 '느슨하지만 지속가능한 연대'이다. 직접 수집을 하고, 기록화하는 등 기관이 주체로 나서기보다는 민간의 다양한 분야에서 자생적으로 이루어지는 기록활동들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연대하고 협력하는데 방점을 찍으면 어떨까 싶다. 공공은 장을 마련하고, 협력과 지원을 하며, 네트워크의 구심점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느슨한 대신 일회성이나 짧게 끝나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면 된다.
이는 여러 연구에서도 이미 주장한 내용이고, 실제 이를 잘 시도하고 있는 곳들도 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낸 이유는 공공이 직접 수집하고, 기록화하는 1차원적인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당장 기록을 몇 건을 수집하였고, 무엇을 기록화하였고, 누구를 인터뷰했다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민간에 기록활동이 활성화 되고, 지속가능한 기록 생태계를 만드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심을 갖고 꾸준히 소통하고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그 출발일 것이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