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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대통령실에는 무슨일이 있었을까.

2025.12.30 | 조회 6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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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사회

기록에 대한 모든 이야기

제20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과 탄핵, 그리고 파면은 한국 역사의 거대한 사건인 동시에 대통령 기록관리 체계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는 역대 두 번째 대통령 기록물 조기 이관 사례이자, 대통령기록물법 제20조의2(대통령 궐위 시 대통령기록물 관리)가 최초로 적용된 사례이기도 합니다. 지정기록물 지정 과정에서도 혼란은 계속되었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3명(한덕수, 최상목, 이주호)이나 거쳐 간 탓에, 누가 언제 기록물을 지정했는지도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이관 작업이 종료되며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최근 한국일보의 보도는 새로운 사실을 전해주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정진석 당시 비서실장이 대통령 파면 직후인 4월 4일, 모든 행정관에게 PC '초기화'를 지시한 사실이 조은석 특검팀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이는 그간 제기되었던 의심스러운 정황이 실체적 사실이었음을 확인해 줍니다. 당시 대통령실은 파면에 대비해 조직적인 PC 초기화 계획을 세웠으며, 이것이 단순 참고자료 삭제를 넘어 대통령기록물법과 관련이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 시기는 대통령기록관의 현장 점검 기간과도 겹칩니다. 따라서 이 사안은 법적 판단을 넘어,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원인과 기록관리 체계의 허점을 상세히 짚어봐야 할 문제입니다. 본 글에서는 사건 타임라인을 중심으로 주요 쟁점을 살펴보겠습니다.

 

2025년 1월 15일 - 국가기록원,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 폐기 금지 고시

국가기록원은 비상계엄 선포 달이 지나서야 폐기 금지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당시 기록관리 전문가들은 국가기록원의 늑장 대응에 항의하며 근조화환 시위 벌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국가기록원장은 "정부 전자기록 생산시스템에 등재된 것만 폐기 금지 대상이므로, 계엄 선포 관련 (미등록) 기록물은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이 항의한 이유는 제도의 실효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국가 중요 기록이 소실되는 절박한 시점에 국가기록원이 방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시도했으나 무산되는 것과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결과적으로 완전히 다른 경로를 만들게 됩니다.

 

2 하순 -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플랜 B' 수립 지시 "제철소 용광로에 넣어서 폐기하라"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 전체 PC를 폐기하는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이에 앞서 12월 12일부터 19일까지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은 비상계엄 기록물 관리를 위한 실태 점검에 착수 했으나, 결과는 '이상 없음'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점검의 실효성에 의심이 제기되었으며, 이러한 '이상 없음' 발표가 향후 기록물 파기에 면죄부를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PC 파기 계획이 실재했음이 밝혀진 지금, 당시 실태점검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4월 4일 -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

               -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대통령실 PC 재배치' 지시

4월 7일 - 윤. 비서관, 정 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플랜B' 요약 보고

4월 10일 - 총무비서관실,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른 잔존데이터 공지' 내부 공지

                 - "4 14~5 23 PC 포맷 예정, 비서관실 요청시 지원"

헌재의 파면 결정과 동시에 정진석 비서실장은 'PC 재배치' 지시했고, 윤재순 비서관은 사전에 준비한 '플랜 B' 보고했습니다. 이어 4 10, 총무비서관실은 내부 게시판에 "4 14일부터 5 23일까지 PC 포맷 예정"이라는 내용을 공지했습니다. 대통령비서실은 계획이 대통령기록물법과 연관됨을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기록관리 담당 행정관들 역시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4 12 - 총무비서관실,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른 잔존데이터 공지' 삭제

공지 게시 이틀 만에 해당 글은 삭제되었습니다. 이것이 기록관리 담당 행정관의 문제 제기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PC 포맷이 강행된 점을 미루어 볼 때 계획을 은폐하려는 의도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이러한 행위는 매우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위법의 소지도 있습니다. 대통령기록물법 20조의2 대통령 궐위시 기록물의 이동, 재분류 등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내부 게시판의 공지 글이 어떤 시스템에서 생산되었는지 없지만, 행정정보데이터세트 형태의 기록물로 여지도 충분합니다. 실제로 대통령기록관은공지사항형식의 기록물을 목록 서비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실제로 행해진 계획에 대한 게시글을 대통령이 궐위된 상태에서 임의대로 삭제한 것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혹은 형법상의 공용전자기록손상죄 해당하는지 여부도 따져보아야 합니다.

 

4월 9일~ 16일 - 대통령기록관, 대통령비서실 등에 대한 현장점검 진행 및 완료

대통령기록관은 현장 점검후 또다시 '특이사항 없음'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현장점검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PC 포맷 등의 계획을 현장점검의 대상이었던 대통령비서실의 기록관리담당 행정관이 숨긴 것인지, 대통령기록관이 알고도 특별한 사항으로 이해하지 않은 것인지, 인식했으나 다른 이유에 의해 드러나지 않은 것인지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시 현장점검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살펴야 합니다.

이는 단지 20 대통령 이관 과정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대통령기록관이 아카이브로서 향후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있도록 하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문제입니다. 역시 여러 사정에 의해 시도가 무산되는 것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결국 다른 결과를 가져옵니다.

 

4 17 - 대통령실 PC 포맷 작업 시작'대통령실 전체 PC 포맷 실제 이행'

대통령기록관의 대통령비서실 등에 대한 현장 점검이 완료된 바로 그날, 민정수석비서관실 등에 대한 PC 초기화가 진행됩니다. 

PC 포맷 자체를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으로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기록물 이관 대상 기록물은 대통령비서실 등의 기록물 생산 시스템에서 생산되어 등록된 기록물이기 때문입니다. PC 남아 있는 각종 참고자료 등은 대통령 기록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가 성립하려면 대통령 기록물이 작성 즉시 모두 시스템에 등록되어 관리되어야 한다는 전제도 성립되어야 합니다. 기록관 실무를 조금이라도 아는 기록 관리 전문가라면 이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 기록물 이관이 완료되기 PC 남아 있었지만 미처 등록되지 않았던 각종 기록물 등을 최대한 시스템에 등록하여 이관에 포함되도록 하고, 미처 등록되지 못했지만 이관이 필요한 기록물(시청각 기록물 ) 최대한 이관되도록 하는 것은 대통령 기록물 생산 기관 기록관과 대통령기록관의 의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비서실 대통령 기록물 생산 기관의 PC 초기화는 정상적으로 임기가 완료된 경우라고 할지라도 이관 작업 완료 시점에 맞춰 이루어지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대통령의 궐위가 확정된 순간 대통령실의 모든 PC 초기화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위반의 소지도 있습니다. 이제라도 이러한 행위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5월말 - 대통령실 실무자, '플랜 B' 관련 자료 덮어쓰기 삭제 포맷

대통령실의 실무자는플랜 B’ 관련 자료를 삭제 포맷합니다관련 자료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만약 이관되지 않고 삭제 처리되었다면 대통령기록물법 30조에 의한 무단 멸실로 있습니다. 또한 형법상의 공용전자기록손상죄의 대상이 있습니다.

 

6월 4일 - 대통령기록관 이관 완료 발표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부터 대통령 기록물 이관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있었던 일련의 행위는 20 대통령 기록물 생산 기관의 기록 관리가 얼마나 부실화되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입니다. 이들은 임기 내내 기록 관리를 방치하였으며, 탄핵으로 임기가 종료되는 순간까지 기록 관리에 커다란 해악을 남겼습니다. 이러한 질못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수사 기관의 수사와는 별개로 국가 아카이브 스스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제도적·실무적 한계는 무엇이었는지 반성하는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문제가 많은 조직은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반성하지 않고 성찰하지 않는 조직은 개선의 여지가 없습니다. 국민은 국가 아카이브가 어떤 길을 가는지 지켜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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