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6일 서울중앙지법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 등 5가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하 피고인)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 1심 선고결과가 우리 기록학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비상계엄 선포문 폐기는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및 공용서류 손상", "비화폰(祕話 phone) 기록은 대통령기록물에 해당"된다고 보아 12.3 비상계엄 관련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처음으로 공식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장영상] "피고인을 징역 5년에 처한다" 윤석열 '체포방해' 1심 선고(JTBC, 2026.01.16.)
https://www.youtube.com/watch?v=rxmaFU-AIRg&t=1313s

이를 좀 더 자세히 짚어보기 위해서는 이 사건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재판의 대통령기록 관련 사건 개요와 공소사실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1. 비상계엄 선포문과 비화폰 기록에 대한 법원의 판단
1) 비상계엄 선포문 ‘사후 작성·사후 부서’ 관련
2024년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헌법상 문서주의·부서(副署) 제도가 작동하지 못했고(국무위원 서명 거부 등), 이후 2024.12.6.~12.7.에 걸쳐 ‘2024.12.3.자’ 비상계엄 선포문 표지(대통령 서명, 국무총리·국방장관 부서 포함)가 별도로 작성·완성되었다. 이에 대해 특검은 피고인이 ‘2024.12.3.자’ 비상계엄 선포문 표지에 대통령 서명을 함으로써, 마치 계엄 선포 전 국무총리·국방장관 부서가 있었던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향후 탄핵 및 수사 등에 대비해 행사 목적으로 허위 문서를 작성·행사했다고 보았다.
2) 비상계엄 선포문 폐기
수사기관의 비상계엄 관련 사건 수사가 본격화되자 2024.12.8.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명한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자”는 취지로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연락했고, 피고인은 2024.12.10.경 이를 보고받고 폐기를 승인하였다. 그리고 이 비상계엄 선포문은 대통령기록물이자 공무소 사용 서류(공용서류)인데, 이를 세단기로 파쇄해 손상·폐기했다고 하였다.
3) 비화폰 통화기록 관련(대통령경호법 위반 ‘교사’ 등)
2024.12.7. 피고인이 경호처 차장에게 '군 사령관들에게 지급된 비화폰 통화기록 등 정보를 수사기관이 보지 못하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고, 경호처 차장이 경호처 지원본부장에게 같은 취지로 지시를 하게 했는데 이는 대통령경호법 위반 교사죄가 성립된다고 특검은 보았으며, 경호처가 임의 제출한 비화폰 통화목록과 비화폰은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법원의 압수수색에 따라 진행하였음을 강조하였다.
위 3가지 공소사실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위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및 공용서류 손상, 비화폰·통화목록 증거능력 및 대통령경호법 위반 교사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의 대통령기록 관련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논리는 아래와 같다.
1) 허위 공문서 작성·행사
법원은 공문서를 문서 형식·내용(대통령 서명, 작성일자, 국무총리·국방장관 부서)상, 작성권한 있는 공무원(대통령)의 서명 결재로 성립한 문서이며, 계엄 선포 관련 문서로서 독자적 성격을 가진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비상계엄 선포문은 12월 6일에 양식이 작성되고, 다음날인 7일에 서명되었는데도 작성일·결재일을 12월 3일로 기재했고, 실제로는 계엄 선포 전에 국무총리·국방장관 부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있는 것처럼 기재되어 허위라고 보았다. 또한 피고인이 날짜 불일치와 부서 부재를 명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서명했고, 추후 요건 문제 대비용으로 비상계엄 선포문을 증명 문서로 사용하려는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2)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및 공용서류 손상
법원은 공공기록물법 및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른 대통령기록물 요건을 4가지(형태, 직무관련성, 생산·접수 주체, 생산·접수 완료)로 제시하였다. 즉 이 비상계엄 선포문은 문서 형태이고, 대통령 직무 수행(비상계엄 선포 절차 요건을 갖췄음을 증명하려는 목적)과 관련되며, 대통령(및 대통령실) 측 생산, 대통령 결재로 생산 완료되었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공용 서류는 공무소(公務所)에서 사용하는 서류로, 문서 완성 여부 및 공문서 효력, 정식 결재 절차 여부 등은 핵심이 아니며, 이 문서는 공문서로 성립했고 폐기 당시에도 사용 의사·목적이 소멸했다고 볼 사정이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공모해 파쇄 폐기한 행위는 대통령기록물법을 위반하고, 공용서류를 손상했기 때문에 유죄를 내렸다.
3) 비화폰·통화목록 증거능력 및 대통령경호법 위반 교사
법원은 비화폰·통화목록이 누설 시 국가안보 위험이 있어 군사기밀에 해당할 수 있고, 동시에 대통령 업무 관련 생산 정보로서 대통령기록물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군사기밀보호법·대통령기록물법이 ‘압수·수색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고, 적법한 영장에 따른 압수는 위법이 아니기 때문에 압수수색한 비화폰·통화목록도 위법수집한 증거가 아니라고 보았다. 또한 피고인의 비화폰 통화기록 등 조치에 대한 지시는 '보안 사고' 명목이었으나, 실질은 피고인의 사적 이익(수사 대비) 추구 목적이며 수사 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대통령경호법 위반 교사죄가 성립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2. 비상계엄 선포문과 비화폰 기록에 대한 법원 판단을 보며
1) 기록물의 대상과 범위
이번 서울중앙지법의 선고에서 알 수 있듯 법원은 사후 작성 및 허위 논란이 있는 기록(비상계엄 선포문), 대통령 직무 수행 과정에서 생성되는 통신기록(비화폰·통화목록)도 대통령기록물로 보았다. 사후 작성 및 허위 논란 자체가 기록물성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구조로, 오히려 직무 관련이라면 기록으로 남아야 사후검증이 가능하다는 방향을 강하게 전제하고 있다.
또한 비화폰·통화목록은 '대통령이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한 기록정보자료 내지 물품'으로서 대통령기록물법 상 비화폰 통화목록뿐만 아니라 비화폰 자체도 대통령기록물로 본 것이다. 이는 기록물의 대상과 범위를 현행 공공기록물법 상 기록물 정의를 광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사후에는 '왜 기록을 남기지 않았는가'하는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 가령 업무지시 및 보고 등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메신저와 업무협업툴 기록, 비화폰 같은 각종 통신 메타데이터와 시스템 로그 기록, 각종 회의자료의 초안 등 기록물이 제대로 공공기록물로 등록 및 관리되지 않은 현실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2) 그 간의 기록관리계 대응과 아쉬움
이번 선고를 지켜보며 그동안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 관리와 관련하여 기록관리계가 어떠한 움직임을 보였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헌정 질서를 크게 위협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후, 민간인들로 이루어진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수차례, 한 목소리로 '반헌법적인 계엄령 선포를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며 대통령기록 누락과 멸실 대비 등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은 12월 중순경 대통령실을 포함한 15개 기관에 현장 방문점검을 하였으나 특이사항은 발견하지 못했으며, 그 다음 해인 2025년 1월 15일에 국가기록원은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의 폐기 금지 고시’를 하는 것에 그쳤다.
그 후 대통령기록물 이관을 목전에 둔 2025년 5월,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결정적 증거일 경호처의 비화폰 서버 기록 등이 사라지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언급하며 대통령기록물로 이관하도록 종용하였다. 하지만 비화폰 기록은 끝내 대통령기록물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비상계엄 관련 기록관리단체협의회의 절절한 외침이 '쇠 귀에 경 읽기'처럼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의 귀에는 제대로 들렸는지, 그 대응이 아쉽기만 하다.
3) 대통령기록관과 생산기관의 향후 과제
대통령기록관과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은 이번 선고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지 사뭇 궁금하다. 한 예로 이번에 언급된 비화폰 기록은 대통령기록물이기 때문에 대법원 선고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대통령기록물법 제12조제2항에 따라 대통령경호처는 전직 대통령 임기 동안 생산된 대통령기록물 중 이관되지 아니한 비화폰 기록을 즉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여야 한다. 사정은 다르지만 2017년 박근혜 정부 퇴임 이후, 청와대에서 뒤늦게 발견된 박근혜 정부의 '캐비닛 문건'을 뒤늦게 이관한 사례도 있다.
그리고 같은 조 제3항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획득한 비화폰 기록에 대해 수사기관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대통령기록물을 획득한 경우 그 목록을 대통령기록관의 장에게 제출하여야 하며, 수사가 종료되었을 때에는 해당 대통령기록물을 즉시 대통령기록관에 인계하여야 한다. 대통령기록관은 추후 수사가 종료되면 수사기관으로부터 비화폰 기록을 인계받을 수 있도록 사전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 또한 2018년 수사기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영포빌딩을 압수수색 과정에서 획득한 '영포문건'을 수사 종료 후 대통령기록관으로 인계한 사례도 있기 때문에 이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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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고문을 올리는 중, 서울중앙지법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허위공문서·대통령기록물 훼손·위증‘ 모두 유죄를 인정하였다는 속보를 접하였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465012&ref=A (KBS, 202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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