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가오리님의 '비상계엄 선포문과 비화폰 기록이 우리에게 묻는 것 : 1월 1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서울중앙지법 선고 결과를 보고' 에 이어 민주주의님의 글을 싣습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는 기록관리가 현실과 만나는 첨단(尖端)입니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끼칠 영향을 예고하는 전주곡이기도 하고요. 기록과 사회 구독자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지난 2026년 1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백대현 재판부는 윤석열 피고인에 대한 1심 선고를 진행했다. 주요 죄명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공용서류손상 등이다. 이번 판결은 내란 혐의 피의자에 대한 최초의 법적 판단이라는 점, 불법적인 비상계엄의 절차와 사후에 만들어진 비상계엄 선포문에 대한 법적 성격을 규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또한 내란의 진상을 밝힐 주요 증거로 거론된 ‘비화폰(비화폰 통화기록)’의 성격을 규명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1심 판결에 불과하고 특검과 피고인 모두 항소를 예고하고 있지만, 이번 판결은 향후 이어질 내란 재판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기록관리’ 관점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4년 12월 3일 불법적인 비상계엄 이후 이루어진 국가기록원 및 대통령기록관의 조치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미비점은 무엇이었는지 판결문을 통해 되짚어보고자 한다.
1. 허위 공문서 작성과 대통령기록물의 성립 : "허위로 작성한 문서도 기록이다"
판결문 공소사실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당시 대통령비서실 직원은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에게 계엄 관련 문서 부서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이후 12월 6일 강의구 대부속실장은 국무총리와 국방부장관의 서명란이 기재된 선포문 표지를 작성하여, 12월 3일 자 선포문을 만들었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용현 국방부장관의 부서를 받은 뒤, 12월 7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하여 결재받았다. 이후 이 문서는 부속실에 보관되었다. 이후 내란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자, 12월 8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강의구 부속실장에게 자신이 서명한 것을 없던 일로 하자고 요청했고, 12월 10일 보고를 받은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이를 승인했다. 이에 강의구 실장은 해당 문서를 파쇄기에 넣어 폐기하였다. 특검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제14조 무단 반출 등의 금지)’, ‘공용서류손상죄’(제141조 공용서류등의 무효, 공용물의 파괴)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이 혐의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작성 시기(12월 7일)와 내용이 실제(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와 다르므로 명백히 허위공문서 작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주목할 점은, 재판부가 이 문서가 ‘허위 공문서’임과 동시에 공식적인 ‘대통령기록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기록물의 성립 요건으로 다음 4가지를 제시했다.
① 모든 형태의 기록, 정보, 자료, 행정박물일 것 (공공기록물법 제3조)
② 직무 수행과 관련될 것 (대통령기록물법 제2조)
③ 주체가 대통령기록물 생산 기관일 것 (대통령기록물법 제2조)
④ 생산 및 접수가 완료될 것 (대통령기록물법 제2조)
이 기준에 따라 ‘사후 계엄 선포문’은 비록 허위 내용이라 할지라도 결재권자의 서명이 완료된 순간 대통령기록물로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과거 NLL 대화록 폐기 판결 등에서 확립된 기록의 성립요건에 관한 ‘결재설’ 법리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등록 전 대통령의 서명(결재) 시점이 곧 기록의 성립 시점이며, 등록 여부와는 별개로 기록으로서의 효력을 갖는다는 점을 재 확인한 것이다. 또 "최종 결재권자일지라도 성립된 기록의 폐기 권한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문서가 결재되어 성립한 이후에는 누구도, 심지어 대통령이라도 문서를 임의로 회수하거나 파기할 권한이 없는 것이다.
행정업무과정에서는 오류 수정 등을 이유로 기존 문서를 파기하고 새로 결재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관행이 향후 법적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실무상 각별한 유의가 필요함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결재 시점을 기록의 성립 요건으로 다시 확인한 부분은 2024년 12월 12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의 현장 점검 방식이 적절하지 않았음을 확인해준다. 당시 두 기관은 대통령비서실 등을 점검하면서 ‘등록 문서 등에 대한 실태 점검’에만 집중했고, "특이사항이 없다"고 발표했다. 물론 점검 당시 ‘사후 계엄 선포문 무단 폐기’ 사실이 언론 등에 의해 알려지기 전이었다는 점은 고려할 수 있다.(허위공문서 작성 및 폐기에 대한 언론보도는 ‘25년 7월 초) 그러나 기존 판례에 비추어 볼 때, 점검 대상 기록물의 범위를 ‘등록 문서’로 한정해서는 안됐다. 특히 대통령이 탄핵 소추가 결정된 시점에 점검이 계속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등록 기록 점검과는 별도로 대통령 결재 문서 관리 실태를 주요 비서관실 중심으로라도 살폈어야 했다.
2. 비화폰과 ‘비화폰 통화목록’의 대통령기록물 인정
이번 재판의 또 다른 쟁점은 ‘비화폰’과 ‘비화폰 통화 목록’의 성격 판단이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내란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12월 7일 김성훈 경호차장에게 지시하여 수사기관이 비화폰 통화기록을 볼 수 없도록 조치하게 했고, 이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교사죄로 인정되었다 .
재판부는 ‘비화폰’과 ‘비화폰 통화 목록’ 역시 대통령기록물법에서 정하는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한 기록 정보 자료 내지 물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기록물법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검증 자체를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적법한 영장에 따라 이를 압수하는 것은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판단은 ‘문서형이 아닌, 전자결재시스템이 아닌 시스템에서 생산된 특수유형 기록물을 법적으로 대통령기록물로 인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이관 과정에서 대통령기록관은 ‘비화폰’과 ‘비화폰 통화 목록’을 이관해야 할 기록물로 인지하고 있었을까? 2025년 4월 9일부터 14일까지 4일간 대통령기록관은 경호처 등에 대해 대통령기록물 이관을 위한 점검을 실시했고, 4월 17일 "특이사항 없음"을 발표했다. 이와 별개로 수사 시작 이후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 의혹이 최초로 보도된 것은 3월 19일([단독] ‘계엄 블랙박스’ 경호처 비화폰 기록 원격 삭제된 정황, 한겨레)이었고, 경찰 압수수색은 대통령기록관의 점검이 시작된 4월 9일이었다. 만약 대통령기록관이 ‘비화폰’과 ‘비화폰 통화 목록’을 대통령기록물로 인지하고 이관 대상으로 특정했다면, 무단 폐기 의혹과 경찰의 대통령기록물 압수수색이 이루어지는 상황에 대해 "특이사항 없음"이라고 발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통령기록관은 이관 과정에서 ‘비화폰’과 ‘비화폰 통화 목록’을 기록물로 인식하지 않았고, 이관 대상에도 포함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3. 남겨진 과제와 제언
이번 1심 판결은 내란 재판뿐 아니라 향후 대통령기록물 관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통령기록관을 포함한 기록관리 영역은 판결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과제를 준비해야 한다.
첫째, 압수된 기록물의 이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경찰이 압수한 ‘비화폰’과 ‘비화폰 통화 목록’을 어떻게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 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재판부도 언급했듯 현재 대통령기록물법에는 압수된 대통령기록물의 사후 처리에 대한 규정이 없으므로, 수사 당국과 협의가 필수적이다. 향후 이관 전 수사 필요성에 의해 압수된 기록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처리절차 등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압수수색의 대상인 대통령기록물이 지정기록물로 지정됐을 경우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지정기록물로 지정될 것이라는 것을 이유로 압수수색을 피할 수 있는지, 압수수색이 집행된 이후에 지정할 수 있는지, 지정기록물이 된다면 수사당국이 대상 기록물에 대한 열람 권한이 유지되는 것인지에 대한 법률적 검토도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향후 이관 대상 기록물에 대한 철저한 확인과 점검이 필요하다.
제21대 대통령기록물 이관 시 ‘비화폰’과 ‘비화폰 통화 목록’ 등 이관 대상이 될 특수유형 기록물에 대해 확인하고 점검하는 작업이 이관 전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생산현황 통보 등에 이관 대상 기록이 누락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이번 판결이 다시 확인해준대로 결재된 기록의 등록 누락 여부에 대해서도 점검해야 한다. 기록의 성립은 등록이 아닌 결재에 따르고 있으므로, 이관 시에는 ‘결재되었지만 등록되지 않은’ 기록 유무에 대해서도 별도로 점검하고 이관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이번 재판부의 판단은 대통령기록물의 범위와 성립 기준을 ‘결재’에 있음을 명확히 하였고, 성립된 기록에 대해 최종 결재권자라도 회수 및 파기가 불가능함을 재확인해주었다. 또한 관리 및 이관 대사인지 조차 확인되지 않았던 불분명한 기록물 유형(‘비화폰’과 ‘비화폰 통화 목록’ 등)에 대해 ‘대통령기록물’임을 명시했다. 대통령 궐위 상황 등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상황에 과거와 같은 기준(단순 등록 여부 확인 등)으로 점검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것도 시사한다. 국가기록원 및 대통령기록관은 이번 판결을 철저히 분석하여, 지난 행정행위(부실 점검 등)가 법원을 판단과 부합했는지 검토하고, 향후 대통령기록관리 제도 및 정책 전반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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