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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인권 아카이브를 건립하여 사회적 참사를 치유하자

2025.09.02 | 조회 7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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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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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사회

기록에 대한 모든 이야기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그리고 여러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든 풀어야 할 숙제이다. 세월호 참사는 십수 년이 지나도록 진상규명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고, 이태원 참사 또한 마찬가지이다. 역사적 사건의 진상규명 요구 또한 많고 크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는 그동안 두 번의 활동을 했지만 3기 활동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다. 또 5.18진상규명위원회는 조사기록을 지역(광주)으로 가져와서 지속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적 참사는 물론 과거사 위원회들도 위원회의 활동이 끝났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라 지속되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5년여 동안 우리 사회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제주 4·3,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여러 역사적·사회적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총 21개의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했다. 이런 위원회들이 구성되고 활동해서 많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활동 기간의 제약으로 더 많은 조사와 연구를 수행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속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다. 사회적 참사의 경우에는 조사·연구뿐만 아니라 사회적 치유 역할도 병행해야 한다. 그러나 조사 업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는 세 개(세월호특조위, 선체조사위, 사참위)의 위원회가 활동했지만 조사는커녕 아직도 온전히 기록 확보마저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다.

 

번호위원회명활동시기관련법률법률 제정일소속/ 성격비고
1제주4ㆍ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2000.08 ~ 현재제주4ㆍ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2000.01.12국무총리 소속 
2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1기)2000.10 ~ 2002.10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2000.01.15대통령 소속 
3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2기)2003.07 ~ 2004.06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개정)2003.05.29대통령 소속1기 미규명 사건 재조사
4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2005.03 ~ 2009.03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등에관한특별법2004.03.05국무총리 소속 
5태평양전쟁전후국외강제동원희생자지원위원회2009.01 ~ 2010.03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2007.12.31국무총리 소속 
6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및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2010.03 ~ 2013.06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2010.03.22국무총리 소속 
7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2005.05 ~ 2009.11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2004.03.22대통령 소속 
8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1기)2005.12 ~ 2010.06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2005.05.31독립위원회 
9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2기)2020.12 ~ 2025.05. (연장 포함)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개정)2020.06.09독립위원회1기 미규명사건 등 재조사
10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2006.01 ~ 2009.12군의문사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2005.07.29대통령 소속 
11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2006.08 ~ 2010.06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2005.12.29대통령 소속 
12한센인피해사건진상규명위원회2008.10 ~ 2011.12한센인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2007.10.17국무총리 소속 
136ㆍ25전쟁납북피해진상규명및납북피해자명예회복위원회2010.04 ~ 2015.046ㆍ25전쟁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2010.03.26국무총리 소속 
14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및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2019.01 ~ 2021.12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2018.12.11국무총리 소속 
154ㆍ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2014.12 ~ 2016.124ㆍ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2014.11.19독립위원회 
16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2017.04 ~ 2018.11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2017.03.23독립위원회 
17가습기살균제사건과 4ㆍ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2017.12 ~ 2022.12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2017.12.12독립위원회 
185ㆍ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2019.12 ~ 2023.125ㆍ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2018.03.13독립위원회 
19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2018.09 ~ 2023.09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2018.03.13대통령 소속 
20여수·순천 10·19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2022.01 ~ 현재여수ㆍ순천 10ㆍ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2021.07.20국무총리 소속 
2110ㆍ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2024.09 ~ 현재10ㆍ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2024.05.21독립위원회 

<표> 과거사 및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위원회 현황

 

따라서 관련 기록을 온전히 확보하고 체계적으로 분류·조직하여 지속적으로 조사연구하고, 교육하며, 사회적 참사의 경우 사회적 치유의 일을 수행하는 관련 기구가 필요하다. 이것을 ‘진실과 인권 아카이브’라고 부르자. ‘진실과 인권 아카이브’는 역사적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 가장 유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국가기록원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국정기획위원회도 한국기록전문가협회의 ‘진실과 인권 아카이브’ 건립 제안에 “과거사 진상규명 관련 기록물들은 국가기록원 내 전문시설에 보존하고 있으며, 관련 기록물의 관리 및 활용 서비스를 위한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라고 답했다(☞ 국정기획위원회 모두의 광장). 그러나 국가기록원의 과거사 기록의 관리 행태를 보면 도무지 그런 역할을 수행해 낼 수 없을 것 같다. 국가기록원은 이관된 조사기록의 접근을 개인정보 보호, 국가안보, 명예훼손 우려, 저작권 보호 등 여러 이유로 공개에 소극적이다. 사실상 접근을 봉쇄한 채로 저장만 해놓고 있는 상태이다.

 

기록에 접근하고자 해도 심각한 장애가 있다. 첫째, 도대체 기록을 검색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예컨대 군의문사위원회 기록은 기본적인 이름이나 생년월일로 검색이 불가능하며, 진실화해위원회가 수집한 경찰조사서가 생산기관이 아닌 수집기관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어 원래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 둘째, 위원회가 구축한 사건·인물 데이터베이스가 파일 형태로 이관되면서 메타데이터 없이 시청각기록물로 분류돼, DB와 원문간 연계가 끊긴다. 셋째, 하나의 사건 기록이 여러 기관에 분산되어 전체상을 파악하기 어렵다. 예컨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위원회의 자료는 국가기록원, 과거사지원단, 강제동원역사관 등으로 나눠 보존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행정적 비효율을 넘어 국가폭력 피해자의 알 권리 요구를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

 

과거사 진상조사기록은 위원회의 해산과 함께 폐기되거나 접근 불가능한 곳에 저장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이후 사법적 대응, 교육, 정책 개발, 사회적 치유 등에 지속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가기록원에 모두 이관되어 접근이 제한되는 현재의 상태로는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지 못한다. 기록은 단절되고 활용 불가능한 상태로 저장되고 만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기록의 수집과 저장은 물론 상시 공개활용 체계를 갖출 ‘진실과 인권 아카이브’가 필요하다.

 

과거사 및 사회적 참사 기록의 특수성을 반영한 ‘진실과 인권 아카이브’는 무슨 역할을 하게 될까? 먼저 과거사나 참사 관련 기록의 공개, 학술연구와 편찬 등 기록의 수집과 분류 및 공개를 위한 전문적 서비스를 하는 기관의 역할을 한다. 또 그동안 활동했던 위원회들의 기록을 통합 관리하게 된다. 진실과 인권 아카이브는 단순한 기록의 저장소(보존소)가 아니라 국가폭력 및 인권침해 관련 기록을 분류, 정리, 공개, 활용할 수 있는 전문 기록관리기관(아카이브 Archives)이 될 것이다. 각 위원회들의 기록을 통합하여 ‘진상규명조사 기록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다. 21개 위원회의 통합 ‘기록데이터 시스템’을 만든다면 한국현대사의 소중한 재원이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피해자나 유족 그리고 무엇보다 지속적인 조사연구를 위한 접근과 열람에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참사와 관련해서는 사회적 치유의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교육 기능도 함께 수행하여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연대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최근 이태원참사의 현장에 있었던 두 명의 소방관이 정신적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우리는 이런 일에 당연하게 국가는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 만약 진실과 인권 아카이브같은 사회적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될 기관이 있었다면 적어도 이들을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흔히 아카이브는 기록을 보존하는 시설로 인식한다. 그렇지 않다. 아카이브는 그 정체성에 따라 운영과 활동이 규정된다. 지역아카이브라면 지역성(로컬리티 Locality)을 드러내는 곳이다. 서울의 아카이브라면 서울의 지역성을, 부산의 아카이브라면 부산의 지역성을 드러내는 곳이다. 대통령기록관은 전직 대통령과 그의 재임기간을 기록을 통해 조명하는 곳이다. 그리고 시민이 그곳을 찾아 공감하고 연대하는 ‘장소’이다. 이처럼 진실과 인권 아카이브는 역사적·사회적 사건과 참사를 기억하고, 기록을 수습하며, 조사·연구하고, 공감하고 연대하는 거점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첨부 이미지

 

세월호 참사는 참사가 일어나는 그 순간부터 “잊지말고 기억하자”고 말했다. 그래서 기록 관련 활동도 많았다. 단원고 4.16기억교실은 4년 전 국가지정기록물이 되었고, 유네스코 기록유산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활동도 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을 모아 4.16디지털아카이브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4.16모으다(http://archive.416sewolfamily.org/)’는 많은 기록이 유실되어 해당 페이지를 가면 “기록을 찾을 수 없다”는 안내를 보게 된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아카이브였기 때문에 일을 시작하던 초창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연대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잊혀진다. 사람, 시스템, 운영 예산 등 무엇 하나 안정적으로 마련하지 못하고 없어진다. 한마디로 장기지속하지 못한다. 세월호참사만 이런 게 아니다. 그동안 많은 과거사 위원회도 학술지의 논문으로만 ‘회고’될 뿐이다. 따라서 “잊지 않는다”라는 기본적인 요구를 위해서라도 안정적으로 기억하고, 기록하며, 교육하고, 연대하는 기관이 꼭 필요하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다는 국정기획위원회가 123개의 국정과제를 제시하면서 활동이 종료되었다. 새 정부의 국정 기조를 확정하는 위원회이니 그동안의 역사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새 국정과제에 그것들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는 바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발표된 국정과제 중 ‘생명과 안전이 우선인 사회’라는 전략은 역사적·사회적 과제를 푸는 문제에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 것 같다. 물론 결코 간단하게 해결될 것은 아니어서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는 담을 수 없을 수도 있다. 당연히 장기적인 관점의 대안 제시여야 할 것이다. 대안을 고민한다면 ‘진실과 인권 아카이브’의 건립이 유효한 방안을 수 있다. 정부의 전향적인 인식의 전환을 기대한다. “기억하자”라는 구호는 기억기관의 건립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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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러운 직선

    0
    3 months 전

    잘 읽었습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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