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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회피에 대한 책임의 부재

초보 연구사의 깨달음

2025.02.13 | 조회 9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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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푸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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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사회

기록에 대한 모든 이야기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아는 놈이 도둑놈.” 도적질도 그 형편을 잘아는 사람이 한다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12·3 비상계엄 이후 2개월이 지났다. 비상계엄 준비, 선포, 계엄 직후의 과정은 필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필자는 공공기관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이 된 이후부터 줄곧 몰랐던 부분을 알려주면서 스스로 하게끔 만들자.’라고 생각하며 임직원 대상 기록물 인식개선을 주안점으로 두었다. 그러나 몇 개월간 우리나라 기록 관리의 현실적 문제점을 깨닫고 직원들도 잘 모르는 게 아니라, 잘 알기 때문에 더 교묘하게 피하는 건가.’라는 의심과 고민이 따라오기 시작했다.

 

사례1. 수사에 혼선을 주고 퇴로를 마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록을 조작한 경우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주요 인사 체포조 활동을 주도한 전 방첩사령관 A가 계엄 해제 뒤 부하들에게 방첩사 활동에 관한 ‘가짜 메모’를 작성해 수사기관 압수수색에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첩사의 출동이 체포 목적이 아닌 것처럼 메모를 작성해 뒀다가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에서 확보하도록 함으로써 진실을 가리려 했다는 것이다.”

"여인형 체포조 관련 가짜 메모 만들어 압수되도록 하라",경향신문, 2025.2.6.일자.

 

사례2. 수사가 진행되자 신속하게 증거가 될 만한 기록물을 파쇄한 경우

“3시간에 걸쳐 모든 종이를 파쇄 했다.” "행정관이 장관 공관 서재에 있는 문건을 파쇄했다.""휴대폰과 포고령을 자겅한 노트북을 망치로 파손하라고 지시."

계엄 군수뇌부 증거인멸...尹과 통화 기록된 블박도 삭제(동아일보, 2025.2.7.일자)   

 

사례3. 중요한 기록물이 될 것을 알고 해당 기록물을 파쇄한 경우

“B가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건네받은 계엄 관련 A4 용지 문건을 파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른 윤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스모킹건’ 중 하나로 꼽혔다.”

  대통령 계엄 관련 문건 파쇄, 동아일보, 2024.12.23.일자.

 

사례4. 의도적으로 중요 기록물을 생산하지 않은 경우

“헌법 제82조에 따르면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副署·서명)한다.…3일 국무회의는 이 모든 게 '전무'했다. 정부 관계자는 "계엄 전 국무회의에는 '종이 하나'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 재판관은 당시 회의에 회의록 작성 등을 담당하는 행안부 의정관이 불참한 것을 묻자 이 전 장관은 “의정관한테 연락을 안 했을 것 같다. 국무회의가 워낙 비밀엄수, 보안이 생명인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당시 국무회의는 회의록조차 작성되지 못했다.“

개회, 회의록, 종료 無...12,3 국무회의? 불법 간담회, CBS노컷뉴스, 2024.12.21.일자. 

 

4개의 기사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고의성이다.

“고의” : 자기의 행위에 의하여 일정한 결과가 생길 것을 인식하면서 그 행위를 하는 경우의 심리 상태

"고의", 법률용어사전, 법률북스, 2023.

 

  비상계엄은 우리나라가 기록물을 대하는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기록이 갖는 법적, 증거적 효력의 책임과 무게를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기록을 생산하지 않거나 파쇄 하여 투명하고 책임 있는 행정을 수행하지 않았다.

  이는 필자가 재직 중인 공공기관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감사에 걸린다.’,‘기록물을 생산하면 감사에 걸릴 가능성도 높다.’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주고받는다. 기관장이 직접 참여하는 회의지만 제대로 된 회의록이 생산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다.

  기록은 정책 결정의 전체적인 행정 처리 절차를 설명해준다. 따라서 공공기관은 설명의 책임을 충족하기 위해 정확하고도 완전한 기록을 생산할 의무가 있다. 회의록이 없는 회의는 우리 부서장이 어떤 의견을 냈는지, 참석자가 누군지, 대리 참석은 없었는지 설명할 수 없게 된다.

  공공기록물법이 버젓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묘하게 피하거나 대놓고 기록물을 폐기하는 사람들은 왜 책임지지 않는 걸까. 오히려 제대로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이 어리석다고 인식될 정도로 뻔뻔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공기관은 공식적으로 결재 또는 접수한 기록물을 포함하여 결재과정에서 발생한 수정내용 및 이력 정보, 업무수행과정의 보고사항, 검토사항 등을 기록물로 남겨 관리하여야 한다. 제21조에 따른 공식문서외의 중요기록물의 경우에는 등록 및 관리해야한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6조(기록화 및 기록관리 대상)

공공기관이 기록물을 폐기하려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41조제1항에 따른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의 심사와 제27조의2에 따른 기록물평가심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27조(기록물의 폐기)

 

  공공기록물법 상 기록물 폐기와 관련된 처벌 조항은 실효성이 없다. 법은 있으나 실제로 의무를 다하지 않더라도 처벌을 받는 일이 없다시피 하다. 이러한 행태가 지속된다면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회 전반에 기록물관리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문제될 게 없다는 인식만 팽배해지는 게 아닐까

  이에 필자가 찾은 답은 공공기관의 경우, 매년 정기감사 대상에 기록 관리를 포함함으로써 강력한 통제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기록물 생산 및 관리 의무의 중요성과 의도적인 기록물 폐기와 그에 따른 책임 회피의 경우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한편 공공기록물법의 경우, 처벌조항에 따른 실제 처벌이 이루어져야할 것이며 등록된 기록물을 멸실, 은닉, 폐기한 자에 대한 처벌 이외에도 제17(주요 기록물의 생산의무)와 관련된 주요 기록물을 의도적으로 생산하지 않은 경우 또한, 합당한 제재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1월 공공기록물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의도적으로 국가의 주요 기록물 생산을 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과 수사기관의 폐기금지 요청이 있을 경우 국가기록원이 지체 없이결정하고 통보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지난 몇 개월은 언론에서 매일같이 국가기록원기록이 언급되고 기록관리단체협의회가 목소리를 내는 순간순간이었다. 필자는 이러한 순간들이 불안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 투철한 선후배들이 함께 있음을 느끼며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변화해나갈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다. 더 발전해있는, 더 성장해있는 우리의 다음 단계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게시물 대표사진 출처 : "[팩트체크] 4대강 자료 파기논란 무단파기때는 징역 최대 7년", 머니투데이, 2018.1.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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