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캅스의 프롤로그를 쓰려고 되돌아보니 사실 밥캅스에는 원조가 있었다. J와 Y는 J의 소꿉친구 YE 덕에 만난 사이인데, 한 때 ‘치킨계’라는 이름의 치킨 동아리를 함께 했다. 한 달에 한 번 유명하다는 치킨집을 돌며 술도 안 먹고 오직 치킨만 먹고 다녔다. 우린 다른 메뉴도 먹지 않고 오직 외길 치킨만 팠다. 서촌, 용산, 홍대, 심지어 대전까지! 지역도 가리지 않았다. 자그마치 7년은 했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Y는 군대도 다녀오고, J는 교환학생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아무도 노고를 치하하지 않았지만, 치킨계는 항상 우리 곁에 있었다. 우리는 이 모임을 죽을 때 까지 지켜내자고 한 적도 없지만 사라질 거라 생각한 적도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치킨계는 와해됐다. 어떤 표현을 하면 맞을까? 마치 삼투압 현상이 일어난 것처럼, 사회인이 되어버린 우리도 현생의 농도에 속수무책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치킨계는 녹아 사라졌다.
왜 사라졌는 지 굳이 생각해보자면, 비는 나 J에게 가장 크다. 대학을 졸업하고 외노자의 신분으로 도쿄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식의 도시에서 이것 저것 많이 먹고 잘 돌아다녔으니 이렇게 밥캅스도 쓰고 어? 어… 근데 아는 건 많이 없다. 불만만 많은 성격이다. 그에 비해, Y는 자기가 무얼 하고 싶은 지 정확히 아는, 제 삶의 나침반이 보이는 신선이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친구가 이탈리아에서 와인 빚고, 독일 가서 커피만 마시고, 덴마크 가서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으니 말 다했지? 도쿄에서 연락 한 통, 독일이나 덴마크에서 연락 한 통. 시차도 없이 주고 받을 때 문득 Y가 이 내용들로 뉴스레터를 써보자고 제안했다. 그게 코로나 시기였던가…
결국 치킨계의 유산도 녹아 없어질 법 하던 차에, 난 얼마 전 한국으로 영구 귀국하고, Y는 잠깐 한국에 들렀다. 같이 해방촌에서 제주 막창 순대를 먹다가 자연스레 뉴스레터 이야기를 나눴다. 야, 이번엔 안 되겠다. 진짜 그냥 시작해!
그래서 이 뉴스레터를 버리거나 낙서를 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이 뉴스레터를 받은 사람은 행운이 깃들 것입니다.. 어쩌구 저쩌구
- J의 글 -
*첫 번째 밥캅스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로 내일, 8월 9일부터 주 3회(월수금), 3주간 연재될 예정입니다.
*그 무엇보다 큰 문제였던, 귀찮음이라는 큰 산을 넘어냈습니다. 처음 해보는 이 일기가 밀리지 않고 꾸준히 연재된다면, 그것만큼 큰 성공은 없겠습니다.
*이 일기는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J와 Y가 생각하는 식문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독서에 갈증을 느끼는 지인이 있다면 알려주시기를 적극 권장합니다 <3.
의견을 남겨주세요
진진자라
치킨먹고 싶어졌어요 책임져
의견을 남겨주세요
뚜딘
이번주 교촌간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라구라구어쩌라구
글로 남는 재밋는 추억이 되시길, 치킨계 포에버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