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만 먹은 지 벌써 2주 째다. 생각보다 할 만 하다. 언제까지 먹을 건지 주변에서도 더 이상 묻지 않는다. 그 대신 어깨 너머 “J님, 요즘 맥도날드 챌린지 한다던데요?” 라는 소문들을 듣는다. 챌린지가 아닌데... 물과 공기는 매일 삼켜도 질리지 않는다고 대충 농담하며 둘러대는 나날이다.
맥도날드 맛은 진작에 질렸지만 회사 근처에 있는 식당들이 더 지루하다. 맛도 공간도 복사와 붙여넣기를 반복한 모양새다. 이 ‘시제품 감성’의 매력이 바닥을 친다. 아니, 정정한다. 되려 바닥을 뚫고 마이너스로 간다. 그 와중에 기대 하나 없이 갈 곳을 고민하는 것도 때로는 피곤하다. 거기까지 걸어가는 살짝의 육체 노동과,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말고는 나에게 득이 되는 게 없다. 점심 식사라는 게 그저 한 끼 때우는 원료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맥도날드는 원료로써 충실하다. 내려가는 엘레베이터에서 앱으로 시켜놓고, 열 번 베어 물면 다 먹을 수 있다. 조그만 불고기버거라면 함냐함냐함, 다섯 입 컷. 이걸로 휴식 시간도 삼십분이나 더 생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릴수 있다. 건강에 대한 비용 문제는 아직 물음표가 가득하지만, 뭐 나가서 먹어도 초가공식품이야 섭취하니 크게 다를까 싶은 거다. 이렇게 현대인에게 음식은 3대 욕구를 충전할 ‘음식물’이 되기 십상인 세상이다. 휴대폰을 보면서 햄버거를 먹는 나를 보면 절절하게 느낀다.
사실 나는 짧은 점심시간 그 와중에도 철학을 가지고 먹고 싶었다. 식탁이 영감의 원천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사 먹을 거, 음식에 대해서 무엇을 느꼈는지 떠오르는 생각들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또 요리한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지, 어떤 미각을 돋구기 위해 고민하고 장소를 꾸몄는지 듣고 싶다. 직장인의 점심시간에는 정말 이것조차 사치일까? 우리가 너무 개성없고 형편없는 식당들을 참고 먹어주고 있는 건 아닐까?
마침 얼마 전 맥도날드 팟과 나눈 이야기가 있다. 식욕을 평생 해결할 캡슐이 있다면 먹을 것인지, 그리고 그게 1억이라면 합당한 가격인지 말이다. 엥겔 계수가 높은 나는 1억이라면 싸게 먹히는 편이겠지만 사지 않을 것이다. 내가 식탁에서 바라는 즐거움은 1억 이상의 풍요로움이다. 내 모든 감각으로 맛을 보고, 순간을 음미할 수 있는 식사가 있다면 말이다. 그래서 맥도날드 빼고 다 아깝다. 이게 내 최근의 밥상머리 불만이다. 탕탕탕🔫
- J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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