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할 것이 하나 있다. 나는 감자 처돌이다. 숨겨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이 러브 포테이토를 열심히 외치고 다녔달까. 달콤하고 촉촉한 호박고구마를 선호하던 내가, 언제부턴가 삼삼하고 부드러운 감자를 찾는 어른의 입맛을 가지게 되었다.
덴마크에서 2명의 독일 플랫 메이트와 함께 지낸 적이 있다. 그중, M이라는 친구와는 시간이 맞을 때면 좁은 주방에서 함께 요리도 하고 술도 나누며 정겨운 저녁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M이 나에게 뇨끼를 만들어 봤냐고 물어봤다. 먹어본 적은 있어도 만들어본 적이 없다는 나의 대답에, 뇨끼 만들기는 아주 쉬워 보이고 마침 집에 감자가 있으니 같이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M이 감자를 향한 나의 마음을 알아본 걸까? 이날이 뇨끼의 늪에 첫 발을 내디딘 날일 줄 꿈에도 몰랐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바로 감자를 삶아 뇨끼를 만들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의 첫 뇨끼 도전은 대 실패로 끝났다. 감자를 삶아 만든 반죽은 무식하게 치대서 점성이 커졌고, 이 진득한 느낌을 없애기 위해 밀가루를 너무 많이 사용했다. 감자 본연의 맛은 밀가루의 향으로 가려졌고, 식감은 여전히 찐득했다. 하필 양은 또 왜 그리 많이 했는지, 냉동해두었다가 며칠은 먹었다.
뇨끼 만들기가 쉽다던 수많은 글과 유튜브 영상에 배신감을 느끼며, 포기를 모르는 나와 M은 뇨끼 챌린지를 시작했다. 감으로 뚝딱 해내는 이탈리아 사람들과는 다르게, 뇨끼에 대해 감도 없고 경험도 없던 우리는 실험 정신으로 똘똘 무장했고, 과감하고도 용감했다.
이탈리아 레시피를 마음대로 바꿔가며 수많은 저녁을 뇨끼로 해결했다. 수분감을 덜어내기 위해 감자를 오븐에도 구워보고, 계란의 양도 바꿔보고, 이탈리아 친구가 뇨끼 만드는 법을 어깨너머로 보고 밀가루와 계란으로 화산 모양을 만드는 법까지 따라 해 보았다.
아주 약간의 진전은 있었지만, 아직도 M과 나는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탈리아에 직접 가서 배워오는 방법밖에 없다며, 제대로 된 뇨끼를 만들기 전까지 우리의 도전을 멈추지 말자는 다짐을 했었다.
그렇게 몇 주 뒤, 운명처럼 나는 이탈리아로 향했다. 와이너리에서 일하고 싶다는 나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인 이탈리아노 와인 메이커 A의 초대로, 한 달이 넘는 시간을 이탈리아에서 보냈다. 어느 날, A에게 나의 뇨끼 챌린지에 대해 말해 주었더니, 본인의 할머니가 만드는 뇨끼를 무조건 먹어봐야 한다며 기회를 노려보자고 했다.
와인셀러 천장을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와인병에 라벨을 붙이던 도중, A가 말했다. “오늘인 것 같아. 아까 할아버지가 일 할 거리가 없다고 투정 부리셨거든. 할머니도 분명 심심할 거야. 뇨끼 해달라고 하자.” 손으로 라벨 붙이기를 멈추지 않으며 생각했다. '이건 하늘이 주는 기회다. 이탈리아어로 '뇨끼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를 뭐라고 하지? 근데 내가 와인 때문에 왔나 뇨끼 때문에 왔나?'
그렇게 A의 요청을 할머니는 흔쾌히 받아들이게 되는데...to be continued
*2편이 발행되기 전에, 뇨끼 직접 만들어 먹어보는 건 어떨까?
- Y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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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에 체가 없는 사람
https://youtu.be/EZy-x92lg0k?si=lHoZlKSq5ToiXv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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