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받은 출발선에 발 ‘도장’ 남기는 법

: 2025 조기 대선을 준비하며

2025.05.27 | 조회 104 |
1
|
평범도 범이다의 프로필 이미지

평범도 범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기록, 청년 매거진 <평범도 범이다🐯>

첨부 이미지

안녕하세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기록, 평범도 범이다입니다🐯

 

무얼 입을지부터 고민되는 요즘 날씨, 환절기 🤧 건강은 어떠신가요?

면역 질환이 유행이라는데 문밖으로 나서기 전 범레터를 보셨다면 아직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아 맞다, 겉옷!

 

그래도 이건 안 잊으셨을 거예요. 아 알지, 대선!

이번 5월 25일 종료된 재외국민 투표가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고 해요. 앞으로 남은 사전 투표(5월 29일, 5월 30일 양일)와 본투표(6월 3일)에도 큰 관심이 쏠려 있는데요. 저는 이 중에 언제 가면 좋을지 아직 고민이랍니다.

 

잠깐! 투표를 할까 말까부터 고민하고 계셨다면 마침 잘 오셨습니다. 오늘 범레터는 투표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려고 해요.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새 출발선에 섰으니 발 도장 선명하게 찍는 법이 알고 싶지 않으신가요?

 

레터의 마지막 장엔 읽고 나면 마음이 단단해지는 💪 이야기, 호랑이표 꿀떡까지 준비했으니 챙겨 가세요! ✨

 


 

오늘의 범레터가 건네는 이야기

 

✍️ 칼럼|‘소수자’ 불빛, 광장에 있었지만 정치엔 닿지 않았다 

📢 인터뷰|대구를 미워하는 만큼 사랑해서, 여기 남아 싸웁니다

🔔 오늘의 꿀떡|2025 주요 대선 후보의 청년 정책은 어떨까요?

 

 

첨부 이미지

칼럼|‘소수자’ 불빛, 광장에 있었지만 정치엔 닿지 않았다

 

첨부 이미지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지난겨울 광장은, 과거엔 주목받지 못한 얼굴들이 중심에 다다랐습니다. 장애인, 성소수자, 청소년, 여성,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언어로 민주주의를 외쳤죠. 그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정권 퇴진 요구를 넘어, 이 사회의 구조적 차별과 억압을 해소해 달란 간절한 외침이었습니다.

 

첨부 이미지

시민들은 각자의 정체성과 요구를 담은 깃발이나, 거센 바람이 불어도 불이 꺼지지 않는 응원봉을 들고 광장에 모였습니다. 누군가의 대열에 뒤따르는 대신, 서로를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며 연대의 공간을 만든 것입니다. 촛불 대신 다양한 색의 응원봉 불빛이 광장을 밝히며, 이 사회에서 지워져선 안 될 존재들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입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그러나 대통령 선거를 불과 2주 앞둔 지금. 그 거리의 얼굴들이 양손으로 받쳐 들었던 깃발, 대자보의 외침은 정치권의 공약 속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차별 금지법은 또다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유예됐고, 장애인 탈시설 정책은 폐기됐습니다. 선거용 ‘보편 복지’의 구호 뒤로 소수자의 삶은 또다시 ‘나중에’로 밀려났습니다.

 

이번 대선 공약에서 포괄적 차별 금지법을 명시한 후보는 권영국 민주 노동당 후보가 유일합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5월 18일 1차 토론회에서 포괄적 차별 금지법에 대해 “방향은 맞다고 보지만 현안들이 복잡한 게 많이 얽혀 있어 새롭게 논쟁과 갈등이 심화되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을 하기 어렵다”며 입법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김문수 국민의 힘 후보는 20일 방송 연설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했던 포괄적 차별 금지법은 고용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 있어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은 물론 범죄 전과자까지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 법대로라면 조두순이 초등학교 수위를 한다고 해도 막으면 차별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사실과 다른 비약을 내놓기까지 했습니다.

 

성별 임금 격차 해소 방안을 언급한 것 역시 이재명 후보와 권영국 후보에 그쳤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고용 평등 임금 공시제 도입으로 성별 임금 격차를 개선하겠다고 말했고, 권영국 후보는 성평등 임금 공시제를 공공과 민간에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여성 가족부에 해당하는 성평등 관계 부처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후보는 권영국 후보뿐이었습니다. 권영국 후보는 여성 가족부를 부총리급 ‘성평등부’로 격상하고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성평등부를 전 부처를 망라하는 성평등 컨트롤 타워로 삼고 성평등 부총리를 신설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아쉽게도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여성 가족부에 관해 직접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동시에 이준석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실패한 ‘여성 가족부 폐지’를 다시 공약했습니다. 현행 19개 부처를 13개로 축소 개편 하면서 여성 가족부도 폐지하고 관련 기능을 복지부 등으로 이관하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첨부 이미지

이런 흐름은 단지 표현의 생략을 넘어 정치권의 소수자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내는 듯합습니다. 정치권이 ‘모두를 위한 보편적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소수자 의제를 뒤로 미루는 사이, 그들의 삶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는데요. 장애 자녀를 돌보다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보호자, 지하철에서 이동권을 외치며 싸우는 장애인들, 고공농성 중인 해고 노동자들이 그 현실입니다.

 

유엔 인종 차별 철폐 위원회도 최근 한국 정부에 포괄적 차별 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이들은 이주민, 난민, 무슬림 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한국 정부가 실질적인 보호 체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치인과 공인의 혐오 표현을 단호히 규탄하고, 적절히 처벌하라”는 권고도 함께 나왔습니다.

 

그러나 국내 정치권의 반응은 미적지근합니다.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 등 다양한 소수자들이 ‘탄핵 광장’에 함께 있었음에도, 대선 정국에선 여전히 소외된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선거 전략상 어쩔 수 없다며 회피하는 동안 이들의 현실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습니다.

 

첨부 이미지

민주주의는 다수결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평등을 전제로 한 공존이 없다면 민주주의는 형식에 그칠 뿐입니다. 소수자를 위한 정치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이 아니라, 제 기능 하는 정치의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광장에서 우리는 서로를 지우지 않았습니다. 이제껏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이들이 중심으로 나왔고, 그 누구도 침묵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정치도 그 광장을 기억해야 합니다.

 

소수자를 위한 정치는, 모두를 위한 정치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가 정말로 ‘모두의 것’이 되기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그들의 자리를 인정하는 일입니다. 끝내 지워지지 않기 위해, 이들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광장을 넘어 정치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첨부 이미지

인터뷰|대구를 미워하는 만큼 사랑해서, 여기 남아 싸웁니다

평범도감_4호: <TK의 딸> 대자보를 들었던 대구 시민 ‘소결’ 님의 이야기

 

첨부 이미지

TK의 콘크리트는 TK의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다

분노로 써 내려간 대자보를 들고 광장에 나선 한 사람이 있습니다.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하고 변명만 일삼은 국민의 힘 의원들의 태도. 그리고 대구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어차피 또 뽑아 줄 사람들’로 싸잡히는 현실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당한 필체로 담담히 적어 낸 문장 뒤엔, ‘TK의 딸’로 살아간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TK의 딸로서 TK 지역에 산다는 건 참 외로운 일입니다. 광장에 나섰다는 이유만으로 가족들에게서 원색적인 비난을 들어야 했으며, 함께 식탁에 앉아도 정치 이야기가 화두에 오르면 대화는 곧 전쟁이 되기 마련이니까요.

 

그럼에도 그녀는 대구에 남아 있습니다. 대구를 미워하는 만큼, 대구를 사랑해서. 초등학교 앞 분식집, 노래방, 골목길 맛집들. 그녀가 살아온 추억이 담긴 도시를, 이곳에서 함께해 온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색깔론을 부수려 전면에 나선, 소결 씨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작년 12월 7일 TK의 딸 대자보를 들었던 대구 시민 소결입니다.

 

첨부 이미지

Q. TK의 딸 대자보를 제작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12월 3일 그 밤, 계엄령 선포 자체도 충격적이었지만 국민의 힘 의원들에게 더 화가 났습니다.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 담장을 뛰어넘기는커녕 당사에 모여 꿈쩍도 않으며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하려 하기까지 했으니까요. 국민의 힘을 참칭하면서, 정작 국민의 위험은 나 몰라라 하고,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 의원이, 국민의 자유와 안전 대신 사사로운 이익을 택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으려니 괘씸해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날이 밝은 이후에도 국민의 힘은 가려고 했으나 (군경에 막혀서) 못 갔다, (계엄 해제에) 동참하려 했으나 도착했을 때는 이미 표결이 끝난 상태였다는 둥, 변명을 반복했습니다. 12월 3일부터 7일(탄핵 소추 표결 불참) 사이에는 변명성 발언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쏟아지는 망언들에 비하면 가볍게 보일 수준이지만, 그때는 국민의 힘의 변명 비슷한 것만 들어도 머리끝까지 화가 났습니다.

 

도대체 이런 뻔뻔함과 오만함은 어디서 나오는가 되짚어 봤을 때, 영남 지방의 콘크리트 지지를 믿고 이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또 뽑아 줄 것 같으니까 이번 위기만 넘기자는 생각으로 대응하는구나 하고 짐작했습니다. 행보가 괘씸할 뿐만 아니라 대구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어차피 또 뽑아 줄 호구로 싸잡히는 것이 분통 터졌습니다. 기필코 저 오만함에 흠집을 내고야 말겠다는 심정으로 대자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신념을 갖고, 깨닫게 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A. 세월호 사건의 영향이 컸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있기 전까지, 저는 정치에 무관심했고 잘 알지도 못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국부처럼 섬기는 부모님을 따라 그저 박통이 한국 경제를 살린 줄 알았고, 박근혜는 박통의 딸이라서 정치를 잘할 줄 알았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했고, 무지했으며, 그것이 부끄럽거나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정치는 늘 어른들이나 하는 이야기지 애들이 낄 만한 문제가 아니라고 배웠으니까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부조리한지 조목조목 다 알진 못했지만 뭔가 아주 심각하게 부당하다는 감각을 느꼈습니다. 그 당시 저 또한 교복 입은 학생이었으므로 단원고 학생들에게 크게 감정이 이입됐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고 그때 제 안에 남아 있던ㅡTK라는 환경에서 자연스레 답습할 수 밖에 없었던ㅡ박정희 신화가 산산이 깨졌습니다. 본격적인 정치적 신념은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 시위에 나가면서 가지게 된 것이지만, 돌이켜보면, 어떤 사회적 문제도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사회를 구조적으로 보는 방법을 배우게 됐던 계기는 세월호 참사였던 것 같습니다.

 

Q. TK 지역에서 TK의 딸로 사는 것에 어려움과 답답함도 크셨을 것 같아요. 가장 힘들었던 기억을 들을 수 있을까요?

A. 집회 참여 의사를 밝혔을 때, 가족들로부터 상처 되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나서지 마라.너 위험해지는 꼴 못 본다, 나가지 마라.그놈이 그놈인데 너무너무 웃긴다.너 좋아하는 북한 애들이랑 많이 해라.너한테 도움되는 것도 없는데 왜 그러고 사는지 모르겠다. 등 주로 원색적인 비난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외롭고 지치는 게 가장 힘듭니다. 한 지붕 아래 살아도 피상적인 일상적 대화만 가능할 뿐, 내면과 내면이 교류하는 깊은 대화는 어렵습니다. 함께 식탁에 앉아 밥을 먹다가도 정치 이야기가 도마 위에 오르면 긴장해야 합니다. 곧 언성을 높이게 될 테니 말입니다.

 

때로는 진보 정당의 대변인이 되고, 변호인이 됩니다. 진보 정당이 정치적으로 실수하면 제가 그들을 대변해야 합니다. 물론, 변호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쟤가 침묵할 정도로 그들이 잘못한 것이 될 뿐입니다. 말을 하면 사방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맞받아치며 진보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선을 증명해야 합니다. 다만 제가 무슨 말을 하든 그들은 들을 생각이 없으므로 증명에 성공한 적은 없습니다.

 

또는 제가 개인적으로 뭔가 실수하면, 좌파의 무능이 됩니다. 개인적인 성과를 내도, 좌파스러운 행동이라면 성과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예컨대 토익 공부는 기특한 짓이지만 청년 네트워크 활동은 시간 낭비라는 식입니다. 제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쌓아 온 신념과 가치관은 종북 또는 좌경화로 폄하되기 일쑤고, 겨우내 추위에 떨면서 촛불을 든 경험은 쓸데없는 짓이 됩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가족과 함께 산다는 것은, 가족을 떠나 살 생각, 고향을 떠나 살 결심을 수십 번 하지만 금세 현실적 여건이 되지 않음을 떠올리며 무력해지는 일의 반복을 의미합니다. 좌절감과 무력함, 당장 떠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놓지 않은 나 자신에 대한 책망,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교감할 수 없는 데서 오는 슬픔이 가장 힘겹습니다. 저는 이것을 외로움이라 표현합니다.

 

첨부 이미지

Q. 수많은 TK의 딸들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으신가요?

A. 어차피 안 바뀐다고 하지 마세요. 말의 힘은 강합니다. 의지가 실려요. 자꾸 바뀐다, 바뀐다 해야 바뀝니다. 우리가 왜 TK의 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이곳에 남아 싸우는지 떠올려 보세요. 저는 대구를 미워하는 만큼 대구를 사랑해서, 여기 남아 싸웁니다.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싸워야하는지만 생각하다 보면 마음이 지쳐요. 왜 싸우는지 계속 되뇌어야 해요.

 

저는 모든 게 싫증 나고, 손을 떼고 싶어지면 제가 졸업했던 초등학교 앞 분식집을 생각해요. 중학생 때 다니던 대학로 노래방, 고등학생 때 다니던 맛집들과 학원가 골목을 생각해요. 제 지나온 추억이 묻어 있는 대구의 거리들과, 대구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인연들, 대구를 둘러싼 대구의 산천을 생각해요. 사랑해서 싸우고 있음을 기억해야 해요.

 

그리고 되도록이면, 정치 활동을 직접 하셨으면 좋겠어요. 아주 거창한 걸 할 필요는 없고, 그냥 학생 때 하던 동아리 활동이랑 비슷하게 하면 돼요. 저도 회사 다니면서 퇴근하고 짬 내서 하고 있어요. 조직 안으로 들어와야만 정치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잘 비판할 수 있고, 잘 바꿀 수 있어요. 관심 있으시면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을 통해 제게 연락 주세요.

 

Q. 탄핵 집회 동안, 특히 인상 깊었던 날 혹은 기억이 있으신가요?

A. 한강진 집회에서 본 자원봉사자분들이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저는 일정상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아 집회 현장에 직접 참여할 때보다 유튜브 생중계 방송을 볼 때가 더 많았는데, 방송을 볼 때는 자유 발언 듣기 바빴지 자원봉사자분들은 거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카메라가 담지 못한 현장의 뒷면은 치열했습니다. 꼰벤뚜알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이 한강진 집회의 거점 역할을 했는데, 시민들이 (사비로 결제하여) 보내 주시는 물품들이 대부분 그곳으로 들어왔습니다. 수도원 로비는 화장실 대기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예배실은 언 몸을 녹이는 집회 참가자들로 복잡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그분들은 계속해서 들어오는 물품을 확인하고, 분류하고, 정리하며 시민들에게 음식과 핫팩을 나눠 주고, 사람들을 한 줄로 모아 교통을 정돈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수고스러운 일을 자원해서 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계속 해서 한 줄 질서를 외치느라 한 분도 목소리가 성한 분이 없었습니다. 수도원 한편에 마련된 의자에 쓰러지듯 앉는 모습은 몹시 지쳐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손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 뛰어가셨습니다.

 

가진 자들이 악의로 국민을 기만하고 조롱할 때, 냉소가 습관이 된 사람들이 세상의 부조리를 순리인 양 여기고 외면할 때, 스포트라이트가 조명하지 않는 곳에 이런 선(善)도 있었습니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카메라에 한번 담기지도 않는데 그분들은 그렇게 계속 뛰어다니셨습니다.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일이 편한 것도 아닌데 그 일을 계속 하셨습니다. 자원봉사자 오픈 카톡방에는 자꾸만 지원자가 하나둘씩 들어왔고, 의료 부스에는 응급 환자를 위한 간이침대까지 마련돼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저는 그분들을 보며 감사함을 넘어 경이로움을, 그리고 사람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느꼈습니다.

 

첨부 이미지

Q. 이 인터뷰를 읽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A. 6월 3일, 투표장에서 만납시다.

 

한국 같은 거대 양당 체제하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당선될 가능성이 낮아 안타까운 사람도 있을 테고, 혹은 TK처럼 정치적으로 편향된 지역에서 투표 자체에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혹은 거대 정당을 지지하지만 당의 행보나 당의 후보가 꼭 마음에 들지 않아 투표를 망설이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대가 누구를 지지하든, 투표는 꼭 하세요. 지난 겨울, 우리는 광장에 나가 응원봉을 들고 내란 수괴를 끌어내렸지요. 대단한 일입니다만, 달리 말하면 내란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 국민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거리에 나가 혹한의 바람을 맞으며 응원봉을 드는 일밖에 없었다는 뜻입니다.

 

국민이 가진 유일한 권력, 유일하게 유의미한 힘은 오직 투표권 뿐입니다. 누구를 지지하든 투표는 무조건 하십시오. 선출직 정치인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오로지 투표뿐입니다. 투표하지 않으면 스터디든 자원봉사든 집회든 아무 소용 없습니다. 투표 외의 다른 행동으로 민의를 보여 줄 수 있다는 믿음은 허상입니다.

 

투표 외 행위로 민의를 보여 주기 위해서는 대규모 인파라는 아주 거대한 행운이 필요하며, 대규모 인파가 동원되더라도 언론에서 다루지 않거나 다른 큰 이슈에 묻혀 버리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그러니 투표는 무조건, 무조건, 무조건 하십시오. 6월 3일 투표장에서 만납시다.

 

Q.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이든 해 주세요.

A. ‘TK의 딸’을 계속 강조하다 보니, ‘TK의 아들’도 같이 호명해 달라는 분이 가끔 계세요. ‘TK의 자식들’로 명명하면 아마 제일 깔끔하겠죠. 근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있어요.

 

병법서에 보면 진형(陣形)이 나오잖아요. 학익진 같은 거. 추형진(錐形陣)이라는 진형이 있는데, 전방이 뾰족한 삼각형 모양인, 적을 향해 내려꽂히는 쐐기의 형상이래요. 저는 계속 그런 그림을 기다리고 있어요.

 

TK의 딸이 가장 선두에 나서면 모두가 기다리는 TK의 아들, 또는 TK의 어머니, TK의 아버지 혹은 TK의 소수자, TK의 자영업자……. 각자의 정체성을 가진 TK의 시민들이 이 흐름에 합류해 콘크리트를 부술 거대한 쐐기를 만들어 내는 그림을, 저는 늘 기다리고 있어요.

 

앞으로도 저는 꿋꿋이 ‘TK의 아들’을 부르지 않고 ‘TK의 딸’만 고집할 거예요. 제가 먼저 호명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저와 제 자매들이 의 정체성으로 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이웃들이 그들 스스로의 이름을 연호하며 와 주기를 기다릴 거예요.

 

‘TK의 딸이 부술 것이다’라는 외침으로 시작했지만, 종내에는 TK의 자식들과 어른들이 함께 이 낡은 색깔론을 부수는 그림을, 그 거대한 파란을 저는 계속 기다리고 있어요. 아직까진 너무 제 욕심이라 생각해 기다리고만 있지만요.

 

첨부 이미지

오늘의 꿀떡|2025 주요 대선 후보의 청년 정책은 어떨까요?

: 청년의 삶을 바꾸는 한 장의 투표용지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내가 투표해서 뭐가 달라지나요?]

정치는 멀게 느껴지고, 당장 살아가는 일이 더 급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치와 정책은 우리의 삶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등록금, 주거, 취업, 복지, 그리고 미래의 기회까지. 우리가 마주하는 거의 모든 문제에 정치가 영향을 미칩니다.

 

[청년이 정치를 외면하면, 정치는 청년을 외면합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들은 청년을 위한 다양한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같은 청년을 이야기하지만, 후보마다 방향이 다릅니다. 누가 우리와 우리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작아 보이는 한 표가, 변화를 만드는 시작점입니다]

정치가 나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외면이 아니라 참여입니다. 누가 우리를 외면하는지, 누가 우리를 위해 진심으로 고민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다가오는 선거일, 우리 모두가 함께 청년의 미래를 선택하는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첨부 이미지

 

잠깐, 꿀떡까지 잘 챙기셨나요? 😎

 

공휴일을 앞두고 조금 더 분주한 나날을 보내실 여러분께 작은 힘이나마 더해 드렸기를 소망하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더 알찬 범레터가 보고 싶으시다구요? 🐯

다시 만나요!

 

 

📧 6월 10일, 다음 범레터가 찾아옵니다.

: 6월 3일 조기 대선 / 청년의 이야기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평범도 범이다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1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뚱새의 프로필 이미지

    뚱새

    0
    18 days 전

    공약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네요~^^

    ㄴ 답글

다른 뉴스레터

© 2025 평범도 범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기록, 청년 매거진 <평범도 범이다🐯>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뉴스레터 광고 문의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